공공임대가 '쪽'집게 정책

주거복지, 현실 살펴야 실현된다 ①임대주택의 현주소주택보급률 100% 넘었지만…그곳엔 아직도 4만5000명 산다는데국민의 주거복지를 위해서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임대주택 공급확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1년 말 기준 장기 공공임대는 총 90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주택수가 1770만가구인 것을 생각하면 20가구중 하나는 임대주택이다. 하지만 복지 선진국 등에 비하면 임대주택 비율은 아직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서민복지를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행복주택 20만가구 공급 등 임대주택 확대를 공약한 이유다. 임대주택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누가 어떻게' 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인가에 있다. 공공이 모두 떠안기엔 재정부담을 무시할 수 없고, 민간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은 사업성이 관건이다. 따라서 예산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면서도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묘수 찾기가 박 당선인의 숙제로 남았다. 이에 본지는 총 3회에 걸쳐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본다.

▲11년째 영등포 쪽방촌에서 살고 있는 김정숙(83) 할머니. 살고 있던 쪽방이 수리에 들어가면서 임시주거시설로 거처를 옮겼다.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영등포역 6번 출구에서 뒤로 돌아 영등포 파출소를 거치면 바로 쪽방촌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쪽방촌 초입에는 빨강, 파랑, 노랑의 컨테이너 박스가 얼기설기 섞여 하나의 건물을 이루고 있다. 서울시가 영등포 쪽방촌 95개를 대상으로 주거환경 개선 리모델링에 나서면서 임시주거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김정숙(83) 할머니는 IMF때 아들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쪽방촌에 들어왔다. 한 달 뒤면 원래 살던 쪽방이 고쳐진다며 또 놀러오라는 할머니의 말에는 외로움이 묻어난다. 할머니를 뒤로 하고 컨테이너 건물을 지나면 겨우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골목에 접어든다. 양쪽으로 5~6개씩 붙은 쪽방들이 늘어서 있다. 술에 취해 있던 강모(51)씨는 다시 술을 사기 위해 나섰다가 낯선이를 발견하고 바로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쪽방촌에 들어온지 13년째인 그는 영세민 지원금에서 쪽방 월세 15만원을 내고 남은 20만원 정도는 술을 사는데 쓰고 있다. 전체주택의 5% 규모OECD평균의 절반도 안돼연령·소득계층별 수준에 맞는맞춤형 주택 고민해야 할때고독한 삶이 지루하게 연속되는 저소득층의 주거실상은 OECD 국가이자 G20정상회의 유치국으로서의 '국격'을 의심케 한다. 2010년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쪽방촌 등 주거취약지에 4만5743명이 살고 있다. 서울에만 영등포와 동자동, 돈의동 등의 쪽방촌에 3200여명이 집단 거주한다. 전국적으로 8000여개의 쪽방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찜질방, PC망, 만화방, 고시원 등 비주택에서 생활고를 겪는 이들의 수치는 명확히 드러나지도 않는다.또 한켠에서는 '푸어(Poor)'가 넘쳐나고 있다. 집이 있어도 대출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렌트푸어가 속출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주택보급률이 전국 102.3%, 서울 97.1%, 경기 99.6%를 넘어서며 주택 총량은 넉넉해졌다지만 결국 저소득층은 물론 집값 하락세 속에 중산층까지 주거난에 시달리는 셈이다. 이에 다양한 소득계층을 수용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확충함으로써 주거빈곤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사회적 분위기는 아파트 위주의 자가 소유를 확대하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생계문제와 주거문제의 이중 빈곤이 가중되면서 주거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리모델링이 진행될 동안 영등포고가교 하부 부근에 마련되는 컨테이너 임시주거시설에서 지내게 된다. 2인실 9실과 1인실 17실을 비롯해 샤워실, 창고 등이 마련돼 있다.

◆여전히 부족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압축 경제성장 속에서도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적잖이 공급돼 왔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은 89만57가구로 2010년에 비해 10.5% 증가했다. 장기 공공임대는 공공이나 민간이 주택기금, 공공택지 등을 지원받아 지은 임대기간 10년 이상인 주택을 말한다. 이런 유형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다. 전년대비 0.4%p 늘었다. 유형별로는 3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국민임대주택이 43만2000가구다. 전년대비 14.8% 늘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세임대와 장기전세 재고량 역시 전년에 비해 각각 1만3000가구, 2000가구 증가했다. 5년임대, 민간건설ㆍ매입임대 등을 포함하면 전체 임대주택 재고량은 전년보다 4.3% 증가한 145만9513가구다.주요 공공임대 공급주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다. LH는 장기공공임대와 5~10년 뒤 분양전환할 수 있는 공공임대를 공급 중이고, SH공사는 20년 범위에서 전세계약으로 공급하는 시프트를 운영하고 있다.그럼에도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장기 공공임대는 여전히 부족하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주택업무편람에 따르면 OECD 평균 장기임대주택 비율은 11.5%다. 우리나라보다 2배가량 높다. 특히 네덜란드(32%), 오스트리아(23%), 덴마크(19%), 스웨덴(17%)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김덕례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정부의 공공임대 확대 정책에도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맞춤형 정책 전환 필요= 임대주택 총량이 선진국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새 정부를 맞아 임대주택은 '짓고 보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임대주택 종류가 여러가지지만 연령대별, 소득계층별 수준에 맞는 주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주거복지정책은 공공임대 공급이라는 등식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주택재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를 거치며 맞춤형 주택을 고민하는 것보다 물량 확충에 치중해왔던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얼마만큼 지었느냐로 주거복지 수준을 가늠해왔다는 말이 된다. 진미윤 한국토지주택연구원(LHI) 박사는 "주거복지 정책은 지난 10여년간 많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임대주택 재고 부족과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지원체계 부재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또한 주거빈곤층을 수용한 이후 삶의 질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주택에 대한 밀착관리를 통한 슬럼화 방지와 입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지원, 임대기간이 끝나 임대주택을 떠날 경우 주거대안 찾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상한 한성대 교수는 "그동안 공급 정책 위주여서 주거빈곤층에 대한 복지정책은 그야말로 '빈곤했다'"며 "이로인해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재고 확대나 주거환경개선, 주택유효수요에 대한 구매력 지원, 노인ㆍ장애인 프로그램, 노숙인 및 쪽방ㆍ비닐하우스 거주자 지원 등 시장안정과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다양한 국가정책을 시행해 왔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주거복지 체감은 낮다"고 말했다.이에 LH가 시행하는 '주거복지 거버넌스 제도'가 주목된다. 임대주택단지를 일자리, 교육, 복지서비스가 결합된 삶의 터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LH 관계자는 "주거복지 거버넌스는 임대주택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입주자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LH, 지자체, 관리사무소, 임차인, 지역사회복지관, 시민단체 등 다양한 기관이 상호 협력ㆍ지원하는 협의체"라며 "단순히 공급을 늘리는 것 외에 임대주택 단지에 대한 인식전환과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진희정 기자 hj_j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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