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 이빈섬의 '그리운 남자'

어느 날 아버지 성기를 보았다/돌이킬 수 없는 큰 죄 저지른/슬픔에 빠졌다 그 달빛/얼마나 크고 징그러웠던지/나는 한 송이 꽃이구나/꽃가루 환하게 버려진/목숨이구나//얼마 전 욕실에서 나오는 나의/그것을 다시 빤히 쳐다본/어린 놈의 눈엔/복숭아 꽃밭 보였을까/쏘아올린 물줄기 속 제 목숨줄 숨겨놓은/천만리 죄의 길 훤히/보였나//삼척 신남 바닷가에 거대한 양물(陽物)들/저마다 성을 내며 울뚝불뚝 솟았다/눈 먼 음심(淫心) 길게 꿰여/하늘도 뚫을 듯 그리운 남자/꼴리는 대로 살아온 길/기립의 각도가 신앙이 되었다//해신당(海神堂)에 놓인 목재 양물은/깎은 사람의 실물 사이즈다/동해바다를 향해 바지춤 열어젖힌/성난 아버지이빈섬의 '그리운 남자'■ 82살 아버지, 삼성병원 탈의실에서 옷을 벗을 때 55킬로그램의 야윈 생애가 요즘들 좋아하는 에스라인으로 드러난다. 내복 위에 걸린 모범용사 펜던트가 잠깐 흔들거리며 보물처럼 들어올려지고 접힌 옷 위에 조심스럽게 얹힌다. 복도에 달린 여러 개의 모니터에 뜨는 아버지 이름이 낯설어지면서, 이영우라는 이름을 지니고 평생을 살아온 한 사람을 본다. 훈장 문양이 있는 모자를 쓴, 내 눈매를 닮은 남자.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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