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기자가 보유한 자동차는 2006년식 국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다. 구매 당시만 해도 이 차는 전국 매장에 입고가 완료되지 않아 소위 따끈따끈한 '신상'으로 분류됐다. ESP(주행안전 프로그램), 사이드 에어백, ABS(잠김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후방감지기, 열선시트 등의 편의사양도 장착돼 있어 최첨단 차에 속했다. 물론 요즘 신차에 장착된 최첨단 옵션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말이다.하지만 구매한 지 딱 7년째가 된 요즘 이 차는 애물단지가 됐다. 2011년 GM대우가 한국GM으로 바뀌면서 차종은 커녕 브랜드 마저 사라졌다. 그렇다보니 자동차 수리에도 애를 먹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회사는 최종 판매시점에서 8년 이상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도록 돼 있다. 그러나 단종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차이지만 실제 부품을 구해 수리하기 까지 한달 이상이 걸리기 일쑤다. 단종 8년차였다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자동차 분야를 맡은지 1년째. 그동안 싼타페, i40, K9, K3 등의 신차와 부분변경된 에쿠스, 쏘렌토, SM3ㆍ5 등의 다양한 국산차들이 쏟아졌다. 여기에 수입 신차까지 포함한다면 지난해 새로 선보인 차들을 모두 나열하기 조차 힘들다.올해도 아반떼 쿠페, 제네시스 후속(프로젝트명 DH), K3 해치백ㆍ쿠페, 트랙스, 캡처 등의 다양한 차급에서 국산 신차가 나온다. 수입차 역시 40여종의 신차를 선보인다. 올해 신차와 함께 국산차와 수입차간의 판매 마케팅 경쟁도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현대차가 연초부터 쏘나타, 싼타페 등 베스트셀링 중대형 차량의 가격인하 카드를 빼 든 것 자체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신차 출시나 연식변경이 가격인상으로 이어졌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맏형 현대차가 파격적인 판촉책을 꺼내든 이상 기아차, 쌍용차, 한국GM 등도 이에 걸맞은 판촉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수입차에 안방을 더 이상 내놓지 않겠다는 국산차 업계의 몸부림이지만 그만큼 소비자로선 유리한 조건으로 차를 장만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하지만 소비자로서 만끽할 수 있는 행복은 여기까지다. 차를 산 이후의 행복지수는 급가속 페달을 밟은 것 처럼 가감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말 개별소비세 혜택을 누리고자 급히 차를 산 소비자는 그 때보다 더 떨어진 차 값 때문에 속이 쓰린다는 얘기를 한다. 국산차들이 리콜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해외 시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하지만 국내에선 인색하다는 불만도 여전히 많다. 오죽했으면 '역차별'이란 말이 나오겠는가. 최근들어 국산차 업계가 보증기간을 늘리는 등 서비스 질 개선에 어느때보다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차를 산 이후 불만을 느낀 고객들이 적지 않다는 게 현실인 이상, 사후 서비스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차 전략만으론 브랜드를 혁신하기 힘들다. 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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