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바쁜데 설치는 스팸…짜증나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2012년도 이제 10일 남짓 남았다. 끝을 향해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직장인들의 12월은 바쁘고 정신없는 날들이다. 직장인들의 올 겨울은 유독 춥고 우울하다. 지갑은 비었고 인사철을 앞두고 어떻게 될지 가늠이 안 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한 해 동안 뭘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가뜩이나 우울하고 스산한 연말인데 직장인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또 다른 '공공의 적'이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스팸문자와 전화. 불특정 다수에게 가차 없이 퍼 붓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현재이다. 제1 금융권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직장인 홍성수 씨(41)는 지난 17일 오후 12시30분 중요한 고객과 점심 겸 미팅을 가졌다. 식사를 하며 한참 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간에 A 씨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폰에 저장돼 있지 않은 번호였지만 A 씨는 업무의 특성상 고객의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이어 들려오는 "고객님! 대출이 필요하시면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연봉의 3배까지 가능하십니다"는 제2금융권의 목소리.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자신에게 까지 '대출해 드립니다'는 스팸 목소리가 들려오는 기막힌 현실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박종국 씨(39)는 얼마 전 '송년모임! 화끈한 곳에서 보내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유흥주점에서 보내온 스팸 문자였다. B씨는 보는 순간 '스팸등록'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B 씨의 휴대폰에는 더 이상 스팸등록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수없이 받은 전화와 문자를 스팸으로 처리하다 보니 저장 공간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던 것. B 씨는 2012년 겨울이 가기 전에 스팸 저장 공간이 넉넉한 스마트폰으로 바꿀 생각이다. 대리운전을 맡기고 자신의 명함을 건네준 중소기업 직원 권상득 씨(34)는 최근 다른 대리운전업체로부터 걸려오는 '연말 대리운전은 ○○○로 전화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수없이 받고 있다. 자신의 휴대폰 번호가 관련업체들에 공유되면서 걸려오는 스팸문자를 지우느라 연말이면 정신이 없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스팸 전화'로 직장인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연말이면 특히 더 많은 스팸이 전달되는 트렌드가 뚜렷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강혜영 스팸대응팀장은 "대출과 도박, 성인 등 불법스팸문자의 경우 고발 조치돼 벌금이 부과된다"며 "그러나 벌금을 낸 뒤에 버젓이 똑같은 불법스팸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벌금 내는 것 보다 버는 게 더 많으니 다시 한다는 지적이다.방송통신위원회 통계를 보면 스팸유형으로 ▲대출(30.8%) ▲도박(25.8%) ▲성인서비스(21.0%)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팸문자의 경우 대량 문자발송 서비스(BIZ-SM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인당 일평균 문자스팸 수신량은 0.24통이었고 SKT 0.26통, LG U+ 0.25통, KT 0.21통으로 조사됐다. 강 팀장은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최근 e메일 스팸에서 스마트폰 스팸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자신의 번호를 제 3자에게 제공할 때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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