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보다 급한 '반값 집세'

기숙사 평균 수용률 18%..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민자 건설 기숙사는 주변 원룸만큼이나 사용료 높아
전세난 속에 반전세와 월세가 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월세 거래현황을 보면 2010년 6월 12.55%에 불과하던 월세 비율은 9월 18.53%까지 증가했다. 반전세는 전세를 재계약할 때 보증금 일부를 매달 월세로 전환하는 형태다. 월세증가 현상은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당시 국내 월세가구는 전체 조사 대상자의 21.4%로 처음으로 20%선을 넘어섰다. 5년 전보다 2.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같은 기간 0.7%포인트 하락한 전세가구(21.7%)와 비슷한 수치다. 월세는 전세금처럼 주인한테서 되돌려 받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생활고를 부추길 수 있다. 보증금이 낮아지고 월세가 늘어나면 노후생활에 대비하기도 팍팍할 수밖에 없다. 서구처럼 월세가 늘어나는 세태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찾아봤다.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명문대 공과대학 2학년인 이모(20)씨는 8평짜리 원룸을 얻어 산다. 경기도 양평의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30분 넘게 걸리는 탓에 자취를 시작한 것이다. 독립했다는 뿌듯함도 잠시, 이씨는 생활비 마련에 허덕이고 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5만원의 사글세를 내야해서다. 과외를 2개 하고 주말엔 커피숍 아르바이트까지 하고나서 한 달 만에 손에 쥐는 돈은 80만원. 수능이 끝나면 과외도 그만둬야 할 처지인 이씨의 월세걱정은 늘어만 간다.#역시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박모(24)씨. 경남 창원이 고향인 그는 2학년까지만 제공되는 기숙사에서 나와 월 25만원을 내는 고시원에 기거 중이다. 비좁고 식단도 형편없지만 한 푼이 아쉬운 판국에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등록금을 융자받아 매달 이자도 내야 하는 박씨 역시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취업난은 더욱 심해져 학자금을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월세의 늪에서 취약한 계층 중 하나가 대학생이다. 보장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주거비를 스스로 대야 하는 이들이 적잖다. 높은 등록금을 떠안고 경기침체 속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취업이라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별도다. 학업에 충실해야 하는 시기지만 이런 현실적 고민 속에서 정작 학업은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무엇보다 부족한 대학 기숙사는 대학생들의 주거난을 심화시킨다. 지난달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 기숙사 평균 수용률은 18%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국립대학 21%, 사립대학 17%다. 이로 인해 대학생 64%가 불가피하게 월세나 하숙 등을 선택하는 실정이다. 서울 거주 지방학생의 경우 약 14만명 중 2만여명(15%)만 기숙사 이용이 가능하다.게다가 민자로 건설된 기숙사는 주변 원룸만큼이나 사용료가 높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2012 대학별 평균 기숙사비 현황'에 따르면 1인실 기준 사립대 평균 민자 기숙사 비는 월 48만8000원에 달한다.그럼에도 미래의 동량들이 누리는 주거의 질은 형편없다. 올해 초 YMCA 대학생 주거실태 조사결과에선 매년 대학생 10명 중 5명이 최소 주거면적 14㎡에 못 미치는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형태는 월세(36%), 학교기숙사(21%), 고시원(15%), 하숙(15%), 전세(9%) 순으로 매달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며 10명 중 4명은 매년·매학기 집값 인상을 경험했다.대학생 집세 인상에는 대규모 개발사업도 원인을 제공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하숙촌이 상업화되고 흑석동, 신촌, 마포, 고려대 근처 동대문·성북구 등 재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저렴한 원룸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는 대학생들이 대거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나마 공공기관들이 대학생들의 주거를 보장하기 위해 나섰으나 미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LH는 대학생전세임대주택, SH는 희망하우징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민간주택을 재임대해 주거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하지만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공급이 부족해 경쟁률이 너무 높았다"며 "입주 자격 요건도 까다로워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평가했다.현 지원책이 대학생만을 위한 독자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공공연구기관 관계자는 "기존 전세임대주택이나 매입임대주택에 '대학생'이란 이름만 끼워 넣은 것 아닌가 싶다"며 "신혼부부, 노인 등도 마찬가지로 특정 계층을 세분화해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학자금처럼 공공과 대학이 주거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도 주문했다.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청년 주거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 등 대학생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대학 주변 원룸이 오히려 비싼 경우가 많고 주거환경에 따라 학교 내에서도 계층이 나뉠 정도"라며 "학생들은 대학 적립금 중 건축비 기금으로 새 강의실 등보다 기숙사 확충에 쓰길 원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해 대학이 학생 수 대비 일정 정도의 기숙사를 짓는 수용률을 정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주거협동조합, 학교 주변 전월세 상한제 등도 제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대학교 인근에 붙어 있는 원룸·하숙 전단지들.

박미주 기자 beyon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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