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복마전에서 이번에는 '부품 품질보증서 위조'라는 비리 마귀가 튀어나왔다. 지식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8개 원전부품 납품업자들이 2003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60건의 해외 품질보증서를 위조해 237개 품목에 걸쳐 7682개의 제품을 납품한 사실이 밝혀졌다. 부품의 품질은 원전의 안전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와 함께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렇잖아도 원전과 그 관리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올 들어 정전사고 은폐, 조직적 납품 비리, 근무시간 중 히로뽕 투약 사실 등이 잇달아 드러나 국민의 신뢰를 잃은 터였다. 예년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잦은 고장과 가동중단이 이어지더니 품질보증서 위조 사건까지 터졌다. 이젠 정부 당국과 한수원이 뭐라고 변명해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이번 비리가 자체 적발이 아닌 납품업체 관계자의 제보로 밝혀졌다니 한층 기가 막힌다. 외부 제보가 없었다면 가짜 부품을 지난 10년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계속 사용했을 것 아닌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와 한수원의 그간 홍보와 주장이 다 헛말이었다는 얘기다. 부품구매와 품질관리는 물론 내부감사 체계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게 틀림없다. 한수원 안에 비리 연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비리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애꿎은 국민과 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정부는 문제의 부품이 많이 사용된 영광 5ㆍ6호기의 가동을 멈추고 일단 연말까지를 예정 시한으로 안전점검과 부품교체에 나서기로 했다. 이로 인해 예비전력이 당장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됐다. 재가동이 늦어지면 내년 1~2월에 전력수급상 '심각' 단계인 100만㎾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계획적인 순환정전이나 예기치 못한 국지적 블랙아웃이 빚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주요 기업들에 절전을 요구하고 대신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이에 소요되는 수천억원의 비용은 국민 세금부담으로 돌아간다. 이래선 안 된다. 한수원이 지난 6월 사장을 교체하고 쇄신 작업에 나섰다지만, 그런 정도 가지고는 안 되겠다. 한수원을 비롯한 원전 관리조직 전체를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하고 개혁의 칼질을 해야 한다. 특히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원전 관리조직 운영방식을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향으로 대전환할 필요가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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