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blockquote">스물여덟. 송중기는 젊다. 하지만 그는 청춘스타들의 풋풋한 멜랑콜리를 재빨리 벗어 버린 조숙한 배우다. SBS <뿌리 깊은 나무>의 젊은 세종으로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인 그는 지금 KBS <착한남자>와 영화 <늑대소년>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 양쪽에서 가장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착한남자>에 캐스팅 되었을 때, 이경희 작가님께 왜 저를 택했냐고 물었어요. 원빈, 소지섭, 정지훈 선배님들처럼 선 굵은 배우들과 주로 작업을 하셨는데, 저는 제 생김새를 아니까요. 그런데 작가님이 저한테서 뭘 보셨대요. 역할을 줘도 문제냐고 핀잔을 주시더라니까요.” 이경희 작가가 본 그것을 함께 발견한 사람들을 위해 송중기와 나눈 대화를 공개 한다. 보이는 것은, 아는 만큼 더 잘 보이는 법이다. * 이 기사에는 <늑대소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V에서는 남자를, 영화에서는 소년을 보여주고 있는 시기다.송중기 : 작품 때문에 그렇게 느끼실 수 있겠다. (웃음) 사실 <늑대소년>은 선택할 때부터 스스로 마지막 소년기를 보여 줄 작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있었다. 아무래도 스물여덟이라는 나이 때문에 이제는 “소년 중기야, 안녕”하고 마무리 짓고 <착한 남자>는 뭔가 시작하는 느낌이 있다. <H3>“이제서야 조금 알아가는 기분”</H3>
하지만 연기적으로는 <늑대소년>에서 새롭게 시작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리액션이 많은 배역이라 어려운 점이 많았을 테니까.송중기 :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리액션 밖에 할 게 없겠다고 생각은 했다. 구체적인 부분은 순이(박보영)가 끌고 가는 이야기라서. 하지만 현장에서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는데, 순이가 철수를 키우고 길들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순이가 철수에게 길들여지는 거더라. 철수가 세상이 본 적 없는, 갇혀 있던 인물이지만 오히려 진짜 갇혀 있었던 건 순이였던 거다. 철수 때문에 얘가 마음을 열고, 삶을 다시 보게 되는 거지. 그래서 보여지는 건 리액션 뿐이라도, 감정적으로는 배우간의 호흡이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대사가 없다 보니까 상대 배우의 이야기를 더 듣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계속 혼자서 연기를 해 왔구나, 깨닫기도 했고. <늑대소년>을 통해서 배운 점들을 <착한남자>에서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이제서야 조금 알아가는 기분인데, 다시 기본을 익히는 것 같다. 대사가 없다는 기능적인 부분 외에도, 늑대인간이라는 설정 자체가 주는 난해함도 있었을 텐데. 송중기 : 평소에도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 역할을 상당히 해 보고 싶기는 했다. 그런데 <늑대소년>은 오히려 늑대인간이라는 소재를 가져 오면서도, 정작 늑대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알맹이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늑대의 비주얼이 아니라 멜로가 더 부각이 되고, 그런 반전이 주는 매력이 신선했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눈물이 핑 돌았는데, 그런 점에서 <트와일라잇>보다는 <가위손>이나 <렛미인>의 감성으로 접근을 했다. 표정 연기를 할 때 조니 뎁의 모습을 조금 참조하기도 했고. 눈물이 핑 돌기 위해서는 나이 든 순이를 만나는 장면이 유효해야 하는데, 배우가 해내야 하는 몫이 큰 장면이라 부담스러웠겠다.송중기 : 그 장면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누가 봐도 영화에서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클라이막스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잘해야겠다, 정말 잘해야겠다, 사람들을 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지. 그런데 다행인지 할머니 순이가 먼저 촬영을 했는데, 그걸 보면서 생각이 정리 되더라. 지금 이 배우가 엉엉 울고 감정이 최고로 올라가 있으면 나는 반대로 차분해져야겠구나. 내가 같이 고조되면 보는 사람들이 안 슬플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마치 어제 본 것처럼 굉장히 일상적이고 차분하게 연기를 했다. 영화적으로도 순이가 다시 어린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던가 하는 유혹을 참아내더라. (웃음)송중기 : 사실 그 장면도 촬영을 하기는 했다. (웃음) 철수를 쓰다듬어 주는 순이의 손부터 할머니에서 어린 소녀로 다시 바뀌는 걸 보영이가 엉엉 울면서 촬영을 참 잘했었다. 그런데 내부적으로 어떤 게 맞느냐를 놓고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다가 결국 소년과 할머니의 모습이 더 뭉클한 게 있어서 지금의 장면으로 픽스가 된 거지. 계속해서 힘을 빼고 절제를 하는 방향을 고민 한 거다. 순이가 철수를 때리면서 오지마, 꺼지라고 하는 장면에서도 내가 엉엉 울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았는데, 마찬가지로 보영이가 클라이막스에 올라갔으면 나는 힘을 빼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그렇게 조율을 해 나갔다. 역시 리액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순이의 감정에 맞춰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 것 같다. 배우가 슬픈 것보다 관객이 슬픈 게 중요하니까. 촬영 과정에서 그렇게 판단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늑대소년>이나 <착한남자>는 등장할 때부터 이미 완성해서 보여줘야 하는 이미지가 있는 작품들이다. 그건 <뿌리 깊은 나무>에서도 비슷했는데, 경력에 비해 혼자서 미리 준비하는 부분이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송중기 : 감성적인 부분은 미리 준비를 할 수 없는 거고, 테크닉적인 건 사실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한다. 나름대로 불안하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 수 없다. <늑대소년>만 해도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없었던 캐릭터고, 조언을 구할 데도 없고, 참고 할 것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늑대의 행동이랄지 테크닉에 대한 준비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뭐, 내가 준비 한 게 있었나? 치열했다고 소문이 났었다. (웃음) 세종에 대한 야사까지 찾아봤다던데.송중기 : 솔직히, 야사까지는 안 봐도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금이라도 더 캐릭터에 접근 할 수 있을까 해서 그런 거지. 그때는 정말 내가 준비를 못해서, 내 내공으로 이걸 표현하는데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을 갖고서 작품을 선택했었다. 지금 와서는 <뿌리 깊은 나무>를 하기로 했던 것에 대해서 “아이고, 중기야 잘했다”하고 스스로 칭찬하고 싶을 정도로 큰 경험이었지만, 당시에는 정말 어렵고 절박했다. 다행인지, 대선배님들과 상황에 밀리지 않으려는 나의 입장과 아버지에 맞서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도의 입장이 비슷해서 시청자분들이 좀 더 잘 봐 주신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어려운 작품인 줄 알면서도 선택을 하고 고생을 했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맡아 오고 있다.송중기 : 사실은 단순하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으면 하는 거다. <늑대소년>은 오히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하겠다고 결정을 하고 나서야 부담이 훅 들어 온 경우다. 이미 계약까지 다 한 상황에서야 ‘미친 놈, 이걸 내가 왜 한다 그랬지’하고 어려움을 깨달았던 거지. (웃음) 그때부터 무서우니까 고민을 하고, 연구를 하고 어쩔 수 없이 준비를 다시 하고. <H3>“잊혀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게 낫겠다”</H3>
<착한남자>도 기존의 ‘이경희 스타일’의 남자 주인공들과 다른 지점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송중기 : 처음에는 너무 기쁘면서도 내가 이경희 작가님의 스타일에 어울릴까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내 색깔을 더하면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기더라. 작가남이 나를 두고 쓰셨기 때문에 내 외모가 가진 양면성도 보여 주고 싶으셨던 것 같고. 지금 드라마 속에서 캐릭터가 서너번 바뀌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기존에 가진 얼굴과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 무거운 짐이지만 그래서 더 잘하고 싶기도 하고. 팬들은 참 다양하게 잘 찾아 주고 계시더라. 밀크마루, 복수의 마루, 깐마루...... 결국 자신도 모르는 승부근성이 배우 송중기를 단련해 가는 건가. (웃음)송중기 : 스릴감을 즐기는 건 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근성 같은 건 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아예 잊혀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게 낫겠다는 편인데, 배우로서도 그런 것 같다. 많이 기억되고 회자되면 좋겠고, 잊혀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본능이 있는 거다. 그래서인지 늘 사랑받고 싶은 게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배우라는 인상이 있었다.송중기 : 굳이 나누자면 그런 것 같다. 올라가고 싶은 것보다 넓어지고 싶은 게 있다. 사랑받고 싶다면 올라가야겠지. 광고도 더 많이 찍고, 한류스타만큼 팬도 많아야 하고.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좀 미지근한 부분이 있다. 올라가면 내려오는 길 밖에 없을 것 같고, 나는 내수용 배우라서 국내에서 놀아도 될 것 같고. (웃음) 그냥 또래에 비해 데뷔가 늦어서 그런지 작품 욕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경험이다. 그런데 <늑대소년>이나 <착한남자>나 지금은 너무나 소중한 작품들이지만 나중에 10년, 20년 뒤를 생각하면 이게 엄청나게 큰 건 아닐 거라는 것도 안다. 하나하나의 과정인 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꾸준히 확인을 받고 싶은 거고. 그 과정에 연기만 포함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해 왔으니까.송중기 : 나는 아직 내 자신을 잘 모른다. 찾고 있는 과정이고, 뭐가 맞는지 정확하게 몰라서 에잇, 일단 해 보자는 식인 거다. 예능도 그렇고, MC를 하거나 책을 쓰는 것도 그렇다. 라디오 DJ도 해 보고 싶은데, 결국은 그게 다 연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뮤직뱅크>를 1년 반이나 했던 것도 생방송을 하면서 도움이 된 부분이 많았다. 변태 같은데, 생방송 중에 말실수를 했을 때 내가 어떻게 애드리브로 이걸 수습할까, 그런 궁금함이 늘 있었다. 내 능력이 얼마나 될까 알고 싶기도 하고, 그런 모험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양하게 일을 하다 보니까 입금이 잘 되어서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것도 좋다. (웃음) 그거면 됐지. 리쌍의 노래 중에 ‘행복을 찾아서’라는 곡이 있는데, 굉장히 공감 한다. 우리 엄마가 좋은 게 중요하지. 연예인의 활동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오히려 삶의 가치는 평범한 것에 둔다는 것이 쉽게 만들어지는 균형은 아닐 것 같은데.송중기 : 그냥 그렇게 된다. 현장에서만 배우, 직업이 배우인 거지 평소에도 그러면 삶이 피곤하니까 그냥 송중기인 부분을 간직하려고 한다. 그냥 길거리도 다니고, 혼자 여행도 하고, 매니저들이 큰일 난다고 잔소리를 해도 뿌리치고 가 버리는 게 결국은 내 삶이 피곤해지기 싫어서인 거다. 인기가 있고, 사랑을 받는다고 해서 조금만 마음을 풀면 내가 착각 속에 살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항상 본래의 나를 되새김질 하려고 한다. 물론 이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면 기분은 좋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차분해지려고 한다. 그런 안정감을 지향한다면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에 적당히 맞춰주는 것도 좋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지점도 있는 것 같다.송중기 : 되게 고집 있어 보이지? (웃음) <H3>“내가 마음이 불편 하느니, 손해를 좀 보는 타입”</H3>
분명히 팬들의 피드백을 알면서 외면하는 부분이 있어 보이기는 한다. (웃음)송중기 : 안다.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모르겠다. 이제는 내 말의 크기가 옛날과 다르게 전달된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 다르게 해석되는 걸 보면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튀어 보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항상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게 되더라. 그래서 말을 아예 안 할까 싶기도 했는데, 그건 또 내 성격이 아니거든. 나는 또 “이거, 나 싫어.” 그거 해야 하거든. (웃음) 그렇다고 꾸며낸 말을 하고 있으면, 가식적인 모습을 보는 내 자신이 너무 힘들어 진다. 조금씩 ‘유도리’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은 들기 시작하는데, 궁극적으로는 내가 가장 편한 방식을 만들게 될 것 같다.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해 주지만, 어쩌겠나, 이게 나인데. 대중이 송중기에게 길들여지는 과정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송중기 : 내가 대중에게 길들여지는 것도 있겠지. 나는 어쩔 수 없이 상업배우니까. 지금이 파란색이면 그 다음에 빨간색 못가는 거고, 바로 검정색으로 가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 한다. 서서히 단계를 밟아서 가야하고, 나는 그 과정에 있다. 이미지나 연기나 과정을 다 채운 사람은 대중의 요구를 넘어서 자신이 꽂힌 걸 선택 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럴 용기도 없고, 나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 오히려 대중을 끌고 갈 수 있는 아우라가 생기는 그런 때를 바라보고 있는데, 안성기 선배님 같은 분이 그런 경우인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과정을 밟고 있는 송중기에게 가장 큰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송중기 : 스스로 칭찬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정이 많다는 점. 옛날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하정우 형, 조인성 형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그런데 윤여정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배우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이라서 기본적으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바른 인성이 있어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하신 걸 보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이 많다는 게, 좋은 자질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손해를 볼 때도 있다. 하지만 돈이나 그런 건 다음 문제고,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고 정이다. 내가 마음이 불편 하느니, 손해를 좀 보는 타입이지. 하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한 편이지 않나.송중기 : 스스로를 채찍질 한다기보다는, 피드백을 하려고 한다. 리뷰들도 챙겨 보고, 다른 배우들이나 관계자들 인터뷰도 읽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티끌모아 로맨스>때는 내가 굳이 신경 안 써도 되는 부분에서 너무 힘을 준다는 리뷰를 보고 나서 혼자 극장에서 영화를 다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지점들이 내 눈에도 보이더라.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는 게, 내 것을 꾸준히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천상 연예인이랄지, 끼가 많은 배우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생각 하는 것 같다.송중기 : 어우, 절대 아니다. 끼 같은 건 하나도 없다. 내가 춤이나 노래를 한다고 하면 팬들이 고소한다고 농담을 할 정돈데! (웃음) 끼가 있는 배우가 절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노력을 해야 하는 거다. 계속 해서.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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