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2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2 W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고양 대교는 후반 중반까지 인천 현대제철에 1-0으로 리드를 지켜나갔다. 앞선 1차전은 현대제철의 1-0 승리. 결국 남은 시간 먼저 한 골을 넣는 쪽이 우승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다.숨막히는 공방전이 벌어지던 후반 30분. 교체 투입됐던 차연희가 번뜩였다. 쁘레치냐의 백힐 패스를 받은 뒤 감각적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날렸다. 공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 뒤 그대로 반대편 골문에 꽂혔다. 쾌감이 절정에 달아오르던 순간, 차연희는 왼팔의 주장 완장을 풀어헤쳤다. 하늘을 향해 펼친 완장 안쪽에는 손으로 직접 쓴 작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하늘에 있는 정정숙 선수, 보고 싶어요"정정숙. 과거 고양대교와 여자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였다. 2005년 동아시아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듬해 아시안컵에선 득점왕에도 올랐던 최고의 스타였다. 동시에 비운의 선수였다. 2009년 갑작스레 위암 판정을 받은 것. 힘겨운 투병에도 재기의 꿈을 놓지 않았지만 결국 지난해 6월, 서른 살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이날 차연희는 후반 33분에도 추가골을 터뜨리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결국 고양대교는 1차전 패배를 뒤집고 2009년, 2011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차연희의 몫이었다.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MVP 수상이었다. 차연희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정숙을 향한 그리움을 밝혔다. 차연희는 "오늘 경기를 앞두고 언니가 많이 생각났었다"라며 "내가 골을 넣고 MVP를 받으면 꼭 얘기해주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이어 "지난해 언니가 돌아가실 때 리그 일정 때문에 발인도 지켜주지 못해서 많이 죄송했었다"라며 "오늘 언니가 도와준 덕분에 두 골이나 넣은 것 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차연희는 "사실 1차전 때 오프사이드 판정에 감독님까지 퇴장을 당해 너무 억울했다. 잠도 안 왔을 정도"라며 웃어보였다. 이어 "이대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선수들이 모두 하나로 뭉쳤다"라며 "절실함만 있으면 이길 것이라 자신했다"라고 말했다.더불어 "지난해와 달리 올해 초에는 대표팀 차출 등으로 동계훈련을 많이 소화하지 못했었다"라며 "또 상대팀들의 워낙 견제가 심해 시즌 내내 어려웠는데, 이렇게 2연패를 달성하게 돼 정말 좋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진 MVP 시상식. 차연희는 트로피를 쥔 손을 하늘로 높이 들어 올렸다. 먼저 떠나보낸 언니에게 바치는 트로피였다. 마음의 빚을 갚았다는 생각 덕분에 표정은 더욱 밝았다. 전성호 기자 spree8@<ⓒ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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