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점프 후원...역발상 마케팅 귀재 CEO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14일(현지시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본 초음속 낙하 이벤트의 성공으로 오스트리아에 자리잡은 세계적인 에너지음료 제조업체 레드불은 기업 마케팅이 상식 너머 성층권과 우주까지 이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우주 점프는 100%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레드불의 도전적인 마케팅 문화는 설립 초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창업주이자 오스트리아 최고 부자인 디트리히 마테시츠(68ㆍ사진)의 거침없는 성격에서 비롯됐다.마테시츠는 마케팅 전문가 출신이다. 1944년 오스트리아 슈타이어마르크주의 크로아티아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빈 경제경영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이어 독일의 제이콥스 커피, 글로벌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에서 일한 뒤 프록터앤갬블(P&G)의 전신인 브렌닥스에서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사실 에너지 음료 레드불은 마테시츠가 만들어낸 게 아니다. 1970년대 태국에서 만들어진 '크라팅 댕'이라는 강장제가 원조다. 마테시츠는 태국에서 '크라팅 댕'을 마신 뒤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지자 이에 매료됐다.그는 1984년 브렌닥스에서 나와 태국 현지 업체와 손잡고 유럽인들 입맛에 맞춰 에너지 음료를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크라팅 댕이 동남아시아에서는 건설 노동자나 트럭 운전기사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서구에서도 통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한 시장조사업체는 맛이나 캔 디자인이 서구인을 사로잡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마테시츠는 밀어붙였다. 이후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87년 레드불이라는 이름으로 에너지 음료가 탄생했다.레드불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배경에는 마테시츠의 천재적ㆍ공격적인 마케팅 감각이 있었다. 그는 일반 음료업체들의 마케팅 상식을 완전히 버렸다. 에너지 음료를 가장 먼저 접할 이들이 누구인지 생각한 뒤 클럽에서 밤새 노는 파티족에게 눈 돌렸다. 레드불과 술 예거마이스터를 섞어 만든 '예거밤'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레드불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각종 대중 음악, 댄스 행사를 후원한다.젊은이들이 선망하는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나 스포츠팀도 후원하기 시작했다. 우주점프의 주인공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도 일찌감치 레드불로부터 지원 받은 선수다. '위험한 도전'이라는 이미지를 에너지 음료의 특성과 결부시켜 마케팅 효과 극대화에 나선 것이다.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 중계로 레드불의 존재감도 확실히 부각시켰다.오늘날 레드불은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하나인 포뮬러원(F1)에서 두 팀 '레드불 레이싱'과 '스쿠데리아 토로 로소'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축구 메이저리그(MLS) 소속 '뉴욕 레드불스'와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도 갖고 있다. 이외에 항공기 경주인 '레드불 에어레이스' 같은 이벤트도 후원한다. 오스트리아에 F1 트랙을 통째로 갖고 있는 마테시츠는 개인 비행장을 짓고 각종 희귀 항공기도 수집하고 있다. 레드불의 성공으로 마테시츠는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그는 재산 규모 53억달러(약 5조8459억원)로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집계한 올해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193위를 장식했다. 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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