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조선내 위치한 선박건조시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배쓸(vessel, 선박)푸어들에 이어 십빌딩(shipbuilding, 조선)푸어까지 등장해 경매시장에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침체의 파고에 휩쓸려 선박에 이어 조선소들이 경매시장에 등장했다. 18일 대법원 경매법정에 따르면 전국 각지 중소조선소들이 경매시장의 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해 파산한 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 소재 진세조선의 조선소(9535㎡, 2884평)는 지난 17일 감정가 222억4939만원에 경매됐다 유찰됐다. 이 조선소는 청학삼삼단지내 한진중공업 북동쪽, 내년 6월 개통예정인 북항대교의 영도구 방향 끝에 닿아있다. 부지에는 사무동과 작업장이 서 있다. 부산의 중견조선업체였던 진세조선은 지난해초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에 따라 파산한 상태다. 파산과 함께 조선소는 가동이 중단됐다. 다음 경매는 다음달 21일 177억9952만원에 열린다. 올초 법원에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파산한 삼호조선의 선박블럭공장도 경매에 나왔다. 경남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292 성포중학교 북서측 인근에 위치한 조선소는 지난 9월 감정가 40억4691만원에 경매시장에 나와 유찰돼 18일 37억1721만원에 경매가 다시 진행된다.
삼호조선 선박블록공장 모습.
삼호조선은 경남 통영 미륵도의 조선 3총사 중 하나로 1만~2만DWT급 탱크선을 주로 건조하던 회사다. 조선 호황기인 2000년대에는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0대 조선소에 포함될 정도의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석해균 선장으로 잘 알려진 삼호해운이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자금경색이 지속되다 파산했다. 전남 목포시 산정동 1423-7에 위치한 일흥조선(8059㎡, 2438평)도 오는 29일 감정가 42억5363만원에 경매된다. 조선소와 컨테이너 등으로 구성된 조선소에는 총 33건의 가압류 및 저당권 설정 등이 잡혀 있다. 등기부상 청구액만 339억5114만1900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현재 법정관리 중이다. 이처럼 국내 중소조선소들이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은 업황 악화가 주요 원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소 조선사들의 침체기가 시작됐다. 연이어 터진 유럽 재정위기 및 선복량 과잉 등에 따라 겹쳐 선박 발주량이 뚝 끊겼다. 또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9월 신조선가(新造船價)지수는 12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내려갔다. 이는 2004년 2월 이후 8년7개월 만에 최저치로 뱃값이 크게 떨어졌다는 뜻이다. 국내 중소조선사들이 혹여 수주에 성공한다고 해도 남는 게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조선가지수는 1998년 선박 가격을 기준(100)으로 삼아 가격변동 추이를 나타내는 수치다. 하유정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연구원은 "채권자들은 이미 가동을 중지한 조선소라도 매각해 돈을 받기 위해 경매시장을 찾고 있다"며 "조선소가 경매시장에 대거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시황 악화로 국내 조선사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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