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너는 앞으로 무얼 공부하고 싶냐?" 미국 브라운대 2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아들이 아이오와 집에 오던 날이었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이 "정치학과 인류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라고 대답하자 아버지는 차를 세우더니 소리쳤다. "야 임마! 의대 인턴 끝내고 나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해라"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기억 속 아버지는 "먼저 기술(skill)을 익혀라. 그러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과의사였던 아버지는 미국 아이오와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체득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그는 의사의 길을 걸었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은 절대 잊지 않았다. 이것이 그를 하버드대 의대 교수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담당 국장, 다트머스대 총장을 거쳐 지난 7월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은행 12대 총재 자리에 오르게 만들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16일 서울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아버지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이 눈에 띄는 성과를 얻긴 힘들지만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균형을 잡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은행 직원들은 '가난 없는 세계가 우리의 꿈입니다'라는 문구를 매일 보면서 일한다"며 세계은행 총재로서 자신이 가진 비전 역시 '가난과 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학생들에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겸손해야 하고, 세계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머니는 내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격언을 가르치셨다"며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더가 되고 나면 주변에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진다"며 "겸손이 없는 리더는 정말 위험한 길로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겸손과 더불어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역량도 강조했다. 그는 "살면서 언젠가는 한국이 아닌 땅에서 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고 다른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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