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최근 각 대선 후보 캠프의 원칙 없는 인사 영입 경쟁을 바라본 한 정치권 관계자의 씁쓸한 한 줄 요약 평이다. 대선후보들이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확장성의 한계 극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후보들이 선대위 구성을 하면서 시대의 화두인 '통합'을 강조하며 세력 확장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원칙 없는 인물 영입 경쟁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리하게 상대 진영의 인력을 경쟁적으로 끌어오다 보니 시너지 효과보다는 당내 정체성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선대위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럴타워' 역할을 해야 할 후보가 '장수'처럼 선대위 내에서 직함을 맡아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박근혜, '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 달라도 너무 달라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지난 11일 중앙선대위 인선안을 발표하면서 스스로 공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기존 국민행복추진위원회(위원장 김종인)가 대선공약을 총괄하기로 한 상황에서 별도로 공약 관련 기구를 추가했기 때문이다.박 후보의 이러한 결단은 최근 불거진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의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은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영입했다 후폭풍에 시달렸다. 국민대통합 이슈를 선점하고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의도였지만 안대희 정치쇄신 특위위원장 등이 과거 뇌물청탁 전력을 이유로 한 전 고문 영입에 반대하면서 캠프가 분란에 휩싸인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실천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영입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갈등도 당내 분란을 가속화시켰다. 앞서 박 후보 캠프는 연극인 손숙씨와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선수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가 본인들이 부인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박 후보가 직접 '장수'로 나와 '교통정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文, 보수·진보 섞으면 '용광로 선대위?' 安, 정치쇄신한다더니 '의원 빼가기?'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11일 선대위의 정책 중심인 미래캠프 내 '일자리 혁명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직접 맡았다. '일자리 대통령'을 강조하는 문 후보가 일자리 정책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한동안 시끄러웠던 캠프 인선 문제를 봉합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문 후보는 '용광로 선대위'를 주창하며 계파 없는 선대위 구성을 강조했지만 최근 '친노(親盧)' 세력의 비서실 전진 배치로 그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중도ㆍ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영입해 국민통합위원장을 맡겼지만 윤 전 장관의 정치 이력 때문에 철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해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를 자처하기도 한 윤 전 장관은 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 정권 등을 두루 거쳐 당내에서 "철새 정치인이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는 반발을 샀다. 11일 문 후보 선대위에 합류한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김석준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두고도 일각에서는 "'용광로 선대위'의 취지는 좋지만 윤 전 장관과 이들이 과연 같은 지붕 아래서 가족처럼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에도 최근 송호창 의원 영입과 관련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주변에는 "안철수식 정치 개혁 1호가 고작 의원 빼가기냐"는 비아냥이 가득하다. 앞서 안 후보 캠프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경제 정책 자문역으로 영입했다가 '모피아(경제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자 일선에서 이 전 총리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안 후보가 7일 캠프 공동본부장에 임명한 새누리당 출신 김성식 전 의원을 두고서도 일부 지지자들은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안 후보가 최근 민주당과의 협력 관계에서 갈등 관계로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의원 빼가기'의 앙금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김종일 기자 livew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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