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란 고사성어가 있다. 세사람이 짜면 저잣거리에 없는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유래는 이렇다. 전국 시대, 위(魏)나라 혜왕 시절, 태자와 중신 방총이 볼모로 조(趙)나라의 도읍 한단으로 가게 됐다. 출발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방총이 혜왕에게 누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믿겠냐고 물었다. 그걸 누가 믿겠냐고 하는 혜왕에게 그럼 세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보고를 한다면 어떻겠냐고 거듭 묻자 혜왕은 그땐 믿겠다고 했다. 그러자 방총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도 세사람이 똑같이 보고하면 믿게 되는데 신은 저잣거리보다 억만배 먼 곳으로 갑니다. 더구나 저를 비방하는 자는 세사람만은 아닐 것입니다. 부디 그들의 헛된 말을 믿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혜왕은 그러겠다고 약속했지만 수년 후 볼모에서 풀려난 태자가 귀국했음에도 혜왕에게 의심을 받은 방총은 끝내 귀국할 수 없었다. 지난해부터 지속돼 온 정치테마주 광풍이 여전히 거세다. 감독당국이 잇달아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며 규제에 나섰지만 테마주들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상급등 정치테마주에 대해 단일가 매매를 도입하겠다는 금융위원회의 발표가 나온 직후 열린 8일 장에서 박근혜와 안철수 후보 관련 인맥주들이 나란히 급락세를 보였다. 금융위의 규제 약발이 먹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나미가 상한가를 간 것을 비롯해 바른손 등 다른 정치테마주들은 급등세를 보였다. 안철수 후보가 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육주들이 급등하자 유사한 정책테마주들이 동반 급등한 것이다. 모나미 등 문구주들이 정치테마주로 편입된 것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였다. 당시 무상보육에 이어 무상교육까지 논란이 확대되면서 문구주들이 갑자기 무상교육 정책 수혜주로 변신했다. 무상교육에 문구를 지급하는 안이 포함됐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상교육과 문구주의 실적과 연관성에 대한 연구도 당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유력 후보들의 교육관련 발언이 중요할 뿐이었다. 다른 정치테마주들도 문구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안철수 테마로 주목받으면서 불과 3주간 5배 가량 올랐던 미래산업은 최대주주였던 정문술 전회장과 안 후보가 친분이 있다는 '설(說)' 하나로 급등했는데 정 전회장이 지분을 전량 처분한 이후에도 여전히 안철수 테마에 묶여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테마의 대장주격인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은 최대주주의 남편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진료한 인연을 일부 투자자들이 주치의로 둔갑시키며 테마에 포함됐는데 최대주주가 이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듯이 교육정책이 바뀌었다고 당장 문구주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없다. 대통령의 지인이 대주주인 회사라고 부실기업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하지도 않는다. 거짓으로 만든 호랑이로 재미를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말을 믿고 '부화뇌동' 해서는 결코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없다. 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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