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빅 3 시제의 덫에 빠져...朴 과거 文 현재 安 미래 독이든 성배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7일 특권포기와 대통령 사면권 및 임명직 추천권한 제한 등을 담은 정책비전 선언을 내놓자 여야가 한 목소리로 원론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은 '좋은 말들의 모음'이라고 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측은 민주당과 문 후보 공약과 유사하고 아직은 원론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안 후보는 대선출마 선언을 한지 20여일이 지났고 민주당의 박선숙 전 의원, 이날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경제전문가 무소속 김성식 전 의원이 합류했다. 여기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수평적 네트워크조직이 가동되면서 대선을 치를 터 닦기를 마쳤다. 그러나 안 후보의 이날 비전 선언은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아직도 선언적 의미에만 그쳐 안 후보에 대한 세간의 평가인 '준비안 된 미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安 비전선언에 여야 "원론적..실천방안 없다"=실제로 안 후보가 이날 정치개혁과 관련해서 밝힌 내용이나 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한 선언은 안철수만의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여야는 물론 과거 정권에서 익히 들어본 내용들이다. 여야 모두 대통령의 인사권과 사면권 제한을 추진하고 공직수사비리처 신설을 포함한 검찰개혁, 중소기업담당 부처의 역할 확대,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주도 등에 대해 공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후보는 "진심의 정치가 새로운 변화를 만든다"면서 "안철수의 진심캠프는 국민들의 제안을 받고 있고 벌써 500여개의 포럼 개설 신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듬고 반영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이런 국민 참여의 과정이 바로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큰 틀의 총론만 보여주고 각론에 대해서는 더 의견을 듣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놓겠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여야를 압박했다.이날 안 후보측은 경제민주화,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근로시간 단축, 복지 증대 및 조세 분담, 합리적 대북정책, 정치개혁 등 5개 분야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여야협의회를 만들어, 대선 이전에 합의를 끌어내자고 제안했다. 여야가 이미 상당 수준에서 진척을 보인 공약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무소속 진영에서 여야협의회를 만들자는 제안에 여야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다. 또한 안 후보는 박-문 후보와의 3자 회동도 거듭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는 "구체적인 비전과 공약을 통한 경쟁보다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계속되는 압박과 차별화로 안철수현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는 야권단일화에 대해서도 "현장에서의 국민의 목소리, 전문가들의 평가, 여론조사 등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며 여전히 빗장만 열어놓았다.◆文 집권플랜 다 짰지만 安과의 현재(단일화) 덫=안 후보가 준비안 된 미래라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어정쩡한, 불안한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준비된 과거라는 게 세간의 총평이다. 문 후보는 대규모 선대위와 멘토단 구성에 정책발표와 힐링행보라는 전방위 행보를 진행 중이다. 차기 5년간의 집권플랜에 대해서는 사람,조직,정책을 통해 풀가동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라는 '현재'가 고민이다.이날 안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내세워 정치개혁 분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자칫 주도권을 뺏기지 않느냐하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에 넘어간 초반 주도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정치쇄신을 안 후보측에 내줄 경우 단일화 테이블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문 후보측은 새로운정치위원회와 일자리혁명위원회의 구성을 서두를 수 밖에 없다. 새로운정치위는 안 후보의 정치쇄신에 대한 답변의 성격이 될 수 있고 일자리혁명위원회는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선점효과를 상쇄할만한 승부수라는 평가다. 이 작업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중도층을 흡수하는 시간도 빨라져 3자 구도와 박-문, 문-안 양자대결의 싸움에서 문 후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국정과 정당조직을 이끌어본 경험, 다수의 선거를 치르고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한 경험 등을 비추면 여야 모두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박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과거'였고 박 후보도 이를 의식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가야할 시기라는 점을 강조해왔다.◆朴 과거사 입장표명에도 과거(친박) 다시 돌파해야=과거사에 대한 입장표명을 계기로 과거를 털고 미래로 가고자하는 의지를 밝혔지만 최근 다시 과거에 발목이 잡혔다. 친박(친박근혜)계 퇴진론이 제기된 이후 이날 친박 핵심이자 3선의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이 사퇴했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당내 분란과 2040, 중도층의 표를 흡수할 만한 카드가 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지난 총선 이후 당의 핵심조직이 모두 친박진영에서 차지하고 문-안 두 후보의 단일화이슈가 부각되면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 이대로는 대선에서 필패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대통합행보를 위해 한광옥 전 민주당 의원을 영입했으나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과 당내 일각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갈등도 박 후보가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 박 후보로서는 자신의 과거사에 대한 입장표명 외에도 당내 친박의 그림자를 없애고 제 2의 쇄신에 나서야 하고 새로운 인재영입과 영입된 인사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친박퇴진론을 제기한 남경필 의원은 최 의원의 비서실장직 사퇴를 두고 "어려운 결정을 하셨다"라면서도 "한 두 명 특정 사람의 문제제기를 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절박한 문제제기를 불화나 갈등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마지막 기회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이경호 기자 gungh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