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기자
코트라 바르샤바 무역관장실에서 바라본 문학과학궁전과 주변지역 모습.[이코노믹리뷰 김은경]<br />
폴란드는 유럽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경제성장률 4%대에 육박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증가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경제특구 등을 운영하며 지역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동폴란드지원프로그램 등 낙후한 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함께 추진하며 균형발전에도 힘쓰고 있다.서울에서 오후 12시 30분 비행기를 탑승해 약 8시간 정도 걸려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을 경유한 뒤 또 다시 두 시간 정도를 더 날아 바르샤바 공항(쇼팽 공항)에 도착했다. 모스크바와 바르샤바의 시간차가 2시간 정도 되기 때문에 서울에서 바르샤바까지는 약 12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시간대를 7시간이나 거슬른 덕분에 하루가 무척이나 긴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바르샤바 시내 모습은 한국의 야경보단 불빛이 적어 시가지가 덜 복잡한 듯 보였다. 장난감처럼 작은 차량들이 유유자적하게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이 복잡한 서울의 도로사정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상공에서 바르샤바 전역을 내다보니 더욱 폴란드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비행기는 서서히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쇼팽공항에 다다랐을 무렵 차창 밖으로 익숙한 이미지가 눈에 들어왔다. 공항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 타워형 간판에 붙어 있는 삼성 갤럭시SⅢ의 대형브로마이드다. 잠깐이었지만 한국으로 되돌아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뻔 했다. 폴란드 내 삼성의 위상과 위력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착륙 후 공항 안에서도 한국 기업과 제품의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삼성노트북, LG 3D TV, 현대기아차 대형광고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서쪽으로 7700km나 떨어진 폴란드의 첫 관문인 공항부터 한국기업의 제품 광고를 제일 먼저 접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폴란드에서 한국기업과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삼성, 현대기아 폴란드 소비자 사로잡은 한국브랜드실제로도 한국기업과 제품은 폴란드 사회에서 꽤 인지도가 높아진 편이다. 통역을 맡은 안나 파라도브스카 바르샤바대학 동양학 교수는 “최근 현대나 기아 등 한국차를 타는 사람들도 많다”며 “특히 기아차의 경우 15만km미만에 한해 7년 무상보험제도를 두고 있어 폴란드인들이 꽤 선호하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단스크에서 만난 또 다른 폴란드인은 “폴란드에선 애플 아이폰 보다 삼성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제품의 경쟁력을 합리적인 가격, 튼튼한 제품 내구성과 성능, 현지인들을 끌어들이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까지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약 133개 정도로 집계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우리 기업의 폴란드 투자는 주로 제조업 중심의 생산설비 투자였다. 한때 폴란드에서 한국은 ‘투자’로 통하던 시대가 있었다. 1990년대 폴란드의 국민 자동차를 생산하던 FSO를 인수했던 대우자동차는 폴란드에 일자리를 만들고 각종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때문에 폴란드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으로 이름이 나있었다. 2000년 대우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김우중 회장이 비자금 문제로 해외에 도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직도 폴란드 인들 중에는 ‘대우’를 기억하고 있으며 ‘대우’ 상표와 상표명을 거리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다.바르샤바 도심 속에서 발견한 한국기업 간판(LG)과 대형광고물(현대 i30).
이렇게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탄탄한 내수와 폴란드 화폐인 즈워티(Zloty)화 약세로 인한 유럽연합 역내 수출 증대, 건설 및 인프라 분야의 활발한 투자 등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박봉석 코트라 바르샤바 무역관 관장은 “폴란드 투자 메리트는 내수시장이 크고 국경에 7개국이 인접하고 있어 시장진출의 폭이 넓다는 점”이라며 “인구가 약 3820만명으로 체코, 헝가리 등 중동부 유럽 중 폴란드 시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안정기를 맞은 것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했다. 박 관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현재 총리인 투스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시민연단(PO)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면서 연금개혁을 비롯해 세수학대, 정부부채 감축 등의 개혁정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며 “외국 신용평가기관들이 이런 정부정책 방향을 옳게 보고 신용등급을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외투기업들이 투자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았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았던 것도 이번 위기를 피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됐다.발데마르 파블락 폴란드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폴란드는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즈워티는 어느 정도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재정위기 때 폴란드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고 투자자에게 장점이 됐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폴란드는 호재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고 투자유치에 열을 올린 결과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투자자들에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폴란드의 경제는 역동적이다. 컨테이너가 산적한 그단스크 DCT의 모습(왼쪽)과 젊은 인재가 많은 크라코프 광장 주변 모습.
이브나 호이노브스카 폴란드 투자청 외국인투자유치 국장에 따르면 폴란드는 앞으로 4가지 굵직한 프로젝트로 경제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첫 번째는 인프라 투자이다. 현재 폴란드는 철도나 도로 등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아직 전국적으로 고속도로가 완공되지 않아 동서 간 이동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를 마련해 동서 간 인적, 물적 교류를 활성화하면 지금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두 번째 계획은 ‘에너지 업’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폴란드의 에너지는 90% 이상 석탄을 사용해왔다. 앞으로는 에너지를 다양화하기 위해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한 발전소를 더욱 많이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핵발전소 건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세 번째 계획은 혁신부분으로 기술개발이나 R&D분야를 적극 유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들은 오는 2014년까지 EU지원을 통해서 투자한다는 복안이다. 네 번째 프로젝트는 인적자원개발로 현재 폴란드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교육제도를 개혁해 나갈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와 투자여건들의 맞물려 폴란드는 지금 유럽에서 최고의 성장국으로 떠오르며 유럽에서 가장 유력한 경제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스와보미르 마이만 폴란드 투자청장은 “올해는 3%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주요 유럽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폴란드 투자청은 또 하나 특별한 투자유치 프로젝트로 시비엔토스키에, 포드카르파츠키에, 루벨스키에 등 동폴란드 5개주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 중에 있다.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동쪽은 러시아, 서쪽은 독일의 지배를 받았던 영향 때문에 지역 간 개발차가 확연히 존재한다. 독일이 지배한 서폴란드 지역은 비교적 개발이 많이 됐지만 러시아의 지배하에 있었던 동폴란드는 전혀 개발이 되지 않았다. 동폴란드는 산간지역이 많고 지하자원의 매장량이 풍부한 것이 특징인데 이들 지역에 외투기업 투자를 유인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신성장동력 사업들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지역은 값싼 공장부지와 사무공간을 비롯해 유능한 인적자원 등을 풍부한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적극적으로 투자기업들을 물색하는 등 유치노력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폴란드는 1989년 레흐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가 무혈혁명으로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본격적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사진은 그단스크 국제공항(바웬사공항) 내에 있는 바웬사 대형스크린.
유럽과 아시아 잇는 교류의 관문으로 큰 잠재력 폴란드 정부는 이런 지역들을 지원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동폴란드 5개주를 포함해 전국 14곳에 특별경제구역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특구에선 외국인 투자자에게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한편 투자액의 최고 60%를 지원하고 있다. 단 지원을 받는 기업들에겐 일정수준의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최근 이런 특구 운영으로 기업 유치가 활발한 지역으로는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코프 내에 위치하고 있는 마워폴스키에주와 북부 발트해연안의 포모스키에주가 대표적이다. 마워폴스키에주는 ‘크라코프테크놀로지 파크’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큰 IT회사인 ‘코마쉬(Comarch)’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이 기업은 폴란드에서만 4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크라코프테크놀로지 파크 내엔 폴란드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야길로니아 대학과 광석과 철강아카데미인 AGH 등 공과대학이 위치하고 있어 우수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시스코, IBM,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곳에 R&D센터를 세운 이유는 바로 그런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포모스키에주의 경제특구는 포메라니아와 스우프스카 경제특구가 대표적이다. 이 안에는 그단스크, 그드냐, 소폿 등 폴란드 항구도시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그단스크는 DCT(심해컨테이너터미널)부두 등 주요 해양, 항만 시설들이 입지하고 있어 큰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단스크는 1989년 레흐 바웬사가 자유노조를 이끌고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자유민주화의 성지기도 하다. 2007년부터 이곳에 DCT가 개장하고 연간 100만 TEU의 물동량을 처리하면서 폴란드의 산업과 경제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점점 더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당하기 위해 오는 2015년까지 250만 TEU를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는 덴마크 매르스크해운사가 소유하고 있는 ‘EU뱅크호’가 대한민국 광양에서 출발해 45일간 항해해 이곳까지 화물컨테이너를 운반하고 있다. 이 배엔 1만5500여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 여기서 하역된 컨테이너들은 기차나 트럭에 실려 폴란드 전역은 물론 주변 동유럽 국가와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운송된다. 필립 하쯔키 DCT 브랜드 스페셜리스트는 “DCT는 광양에서 모스크바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갖고 있는 만큼 발트해 물류 혁명을 일으켜 유럽의 해상 관문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시간도 단축하고 운송비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 해운회사들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과 현대가 향후 협력사가 되길 희망했다.스와보미르 마이만 폴란드 투자청장“경제성장의 챔피언 폴란드는 유럽의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