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정현종의 '그 여자의 울음은 내 귀를 지나서도 변함없이 울음의 왕국에 있다'

나는 그 여자가 혼자/있을 때도 울지 말았으면 좋겠다/나는 내가 혼자 있을 때 그 여자의/울음을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그 여자의 울음은 끝까지/자기의 것이고 자기의 왕국임을 나는/알고 있다/나는 그러나 그 여자의 울음을 듣는/내 귀를 사랑한다
■ 울음은 눈물이 아니다. 새들에게는 기쁨이거나 슬픔이거나, 한 가지에서 노래가 된다. 웃음 없는 인간에게 웃음이란 아예 없는 새가 가만히 와서 우는 것이다. 저렇게 울어보았는가. 한 덩이 작은 몸뚱이. 보르르 전율하다 긴 허공을 밀어올려 꼬리를 가누다 똥 누는 나뭇가지 끝. 배 맞은 소리 한 자락. 새벽 샛바람 먹은 기쁨을 낳아보았나. 하지만 여자의 울음은 때로 새 울음보다 아름답다. 슬픔이 눈물을 길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격정이 저절로 솟구쳐오르는 그녀의 눈물을 보노라면, 말할 수 없는 따뜻하고 서러운 감정이 돋아난다. 울음이 울음을 부르는 호곡(號哭)을 따라가노라면, 깊이 감아도는 비밀의 회랑이 있다. 우는 소리가 가슴에 들어와 우는 날, 그 울음 옆에 가만히 누워 함께 실컷 울고싶어지는 것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이상국 기자 isomi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