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에서 최고 종교지도자가 시위 중단을 촉구하면서 이슬람권 전역으로 확대됐던 반미(反美) 시위로 인한 유혈 충돌이 다소 줄어드는 분위기다.AP와 APF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반미 시위가 가장 먼저 시작된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15일(현지시간) 시위대와 현지 치안 당국 간의 충돌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내무부는 경찰이 광장의 치안을 확보했고 시위대 22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타르히르 광장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시위 참가자 1명이 산탄총에 맞아 숨졌다.하루 전 시위대의 미국 대사관 진입 시도로 충돌이 벌어져 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던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도 보안이 강화돼 시위대가 거리로 나오는 것을 막았다.사우디 최고 종교지도자 셰이크 압둘아지즈 알 셰이크는 이슬람 교도들이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비난할 권리는 있지만 폭력이나 소유물을 파괴하는 방법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며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외국 대사와 공관에 대한 공격을 '비 이슬람적'이라고 비난하고 외교관이나 죄 없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은 "이슬람 종교에 대한 왜곡이며 신에게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이집트 수니파 최고의 종교기구인 알-아즈하르의 최고 종교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엘-타예브도 "지금처럼 힘든 때에 지혜와 자제력을 보여달라"고 호소하며 죄 없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을 비난하고 외국 사절단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성명을 보내 "이슬람 종교 상징에 대한 어떤 공격도 금지하는 국제 결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관영 메나(MENA)통신이 보도했다.부르키나파소 대통령 블레즈 콩파오레도 이슬람교도들에게 폭력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기독교도인 콩파오레 대통령은 이슬람교 모욕 영화 제작자를 "다른 사람들의 종교적 감정을 경멸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묘사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응이 폭력이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이런 가운데 예멘 의회는 자국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파견한 해병대 소대에 대해 규모가 크든 작든, 어떤 이유로든 예멘 땅에 외국군을 주둔시킬 수 없다며 떠날 것을 요구했다.수단 정부도 하르툼 주재 미국 대사관의 보안 강화를 위해 해병대를 파견하겠다는 미 국방부의 요청을 거절했다. 알리 카르티 수단 외무장관은 "수단은 하르툼의 외교 공관을 보호할 능력이 있다"며 미국의 협조 요청을 거부했다.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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