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수상한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 1절을 부르겠다." 베니스로 떠나기 전 김기덕 감독이 장담했던 말은 현실로 이뤄졌다. 9일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진행된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김 감독은 "직접 느낄 수 있을 만큼 베니스 현지 관객과 평단의 관심과 애정이 상당해 솔직히 기대를 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의 말대로 '피에타'를 둘러 싼 반응은 뜨거웠다. 언론 대상으로 먼저 실시된 시사회에서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호평을 이끌어냈고 공식상영 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로이터 통신은 "잔혹하고 아름다운 한국 영화가 베니스를 충격에 빠뜨렸다"며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로 폭력적이나 흡인력 있는 스릴러인 동시에 감동적 사랑의 이야기"로 평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피에타'를 '충격영화(Shock film)'로 묘사했다. 그러나 기존작들과 비교하면 '피에타'의 폭력성은 순화된 수준이라는 데 언론의 비평도 일치한다. 그간 극도의 폭력성은 김 감독 영화의 '인장'이나 다름없었다. 2000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섬'을 상영할 때 관객 2명이 기절해 실려나간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반면 '피에타'는 스크린에 지나치게 잔혹한 장면을 보여 주면 영화의 다층적 의미를 무너뜨릴 수 있어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설명이다. 라 레푸블리카는 "언론시사 당시부터 찬사가 쏟아진 작품"이라며 수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영국 가디언은 "잔혹한 채무 추심자와 그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여자의 기괴한 이야기로 종교적 고뇌의 알레고리를 완성한 영화"라며 구원과 승화로 이어지는 '피에타'의 종교적 색채에 주목했다. 일부 미국 언론들은 "심사위원단이 황금사자상을 안겨 주려고 했던 것은 원래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더 마스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과 남우주연상(호아킨 피닉스·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공동 수상) 을 가져간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더 마스터'는 미국 영화 중 유일한 경쟁부문 수상작이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는 테렌스 맬릭과 브라이언 드 팔마, 하모니 코린 등 여러 미국 감독이 진출했다. 심사위원장인 마이클 만 역시 미국 영화감독이다. 그러나 미국영화 진출작들은 '더 마스터'를 제외하고 수상에는 실패했다. 헐리우드리포터와 LA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원래 심사위원단이 '더 마스터'에 황금사자상과 은사자상을 모두 안겨주려고 했으나 한 작품이 주요 상을 중복수상할 수 없다는 심사규정 때문에 '피에타'에 황금사자상을, '더 마스터'에 은사자상과 남우주연상을 주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만 심사위원장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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