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인용 텐트 혼자 치기' 도전 성공, "설마 했는데…"
▲ 'T24소셜페스티벌'의 주인공 Lv7.벌레(이광낙·29)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설마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장재원·30), "자발적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재밌고 순수했다고 생각한다"(이상훈·31),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오더라"(이선규-박다영˙29), "신기하고 보기 좋았다"(안순자·52) 8일 오후 1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원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앳된 얼굴의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커플, 가족, 중년의 남녀까지 20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24인용 텐트를 사람 혼자서 설치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T24소셜페스티벌'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후 2시 정각이 되자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이날의 주인공 이광낙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육군 포병 부사관으로 8년 복무한 예비역 중사로 알려진 다부진 몸매의 소유자였다. 이씨는 "사실 텐트를 치느냐 못 치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소셜 페스티벌이라는 데 의의를 두고 그냥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참가 소감을 밝혔다.◆ 'T24소셜페스티벌', 불과 일주일만에 핫이슈로='T24소셜페스티벌'은 사진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인 SLR클럽 회원들이 주도했다. 지난달 30일 이 커뮤니티의 '자게이('자유게시판 이용자'의 줄임말)'들이 '24인용 군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느냐'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던 게 발단이 됐다.당시 "미친 허세다"(라이더*), "절대 불가능"(부카**), "용마루를 혼자 들어 올린다고요?"(JE***) 등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인 가운데 닉네임 'Lv7.벌레'(이광낙씨·29)는 '되는데요'라는 간단한 답변으로 폭풍 같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진짜냐', '허세냐' 등으로 의견이 갈리자 그는 "2시간 안에 텐트를 완성할 경우 50만원을 받고 못 칠 경우엔 텐트 값을 물어 주겠다"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 각지에서 배달된 협찬물품
'Lv7.벌레'의 내기 제안은 삽시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급기야 커뮤니티의 공식 행사로 발전했다. 31일 '24tent.com'과 'T24소셜페스티벌'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각지에서 행사를 지원하겠다는 요청이 잇따랐다. 입장권 인쇄와 음향 지원 등 행사에 필요한 지원 외에도 갤럭시S3, 호텔스위트룸 숙박권 등 70여 종류 총 3000만원 상당의 협찬품이 쇄도했다.자게이들은 자발적으로 예고 영상과 포스터를 만들어 온라인 홍보에 힘을 쏟았다. 기업들의 관심도 남달랐다. 최근 온라인게임 '간장온라인'을 출시한 에스지인터넷이 텐트에 광고를 삽입하는 조건으로 텐트 대여 비용을 지원한데 이어 GS, KT 등의 대기업도 경품 후원 대열에 동참했다. 또 행사 전 과정이 인터넷 방송 유스트림과 아프리카TV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 되기도 했다.본격적인 텐트 치기에 앞서 자청해서 축하무대를 꾸민 가수 렉시(35)는 "올해 이 커뮤니티에 가입했는데 개인적으로 그게 정말 가능할까 궁금했고 너무 기대된다. 가능 여부를 떠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이 더 신나고 즐겁다"며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 제공: SLR클럽 회원 '아유마컵케익'(닉네임)
◆ 베일 벗겨진 '24인용 텐트 혼자 치기'=오후 3시5분이 되자 텐트가 바닥에 펼쳐진 운동장 한가운데로 나선 이씨. 그는 시작 15분 만에 3개의 기둥을 세웠으나 이내 중심이 쓰러져 다시 세우기를 반복하며 기초세우기에 공을 들였다. 2000여 명의 관중들은 어렵게 세운 기둥이 쓰러질 때마다 "괜찮아"를 소리 높여 외쳤고 "벌레 화이팅"이라는 고함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국 시작 40분 만에 천막의 모든 귀퉁이를 세운 이씨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완성할 것 같다. 잠시 쉬고 싶다"며 10분간의 휴식시간을 요청했고 그가 쉬는 동안 경품 추첨 행사와 더불어 생중계 방송과의 인터뷰도 진행됐다. 이어 이씨는 마지막 용마루 세우기를 앞두고 관중을 향해 "(혼자 텐트 치기) 안된다고 했던 사람들에게 지금 문자 보내라"는 말로 웃음을 선사한 뒤 4시30분경 최종적으로 용마루를 세우고 텐트 지붕 위에 올라서서 완성됐음을 알렸다.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불과 50여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사진 제공: SLR클럽 회원 '아유마컵케익'(닉네임)
◆ "믿을 수 없던 결과", 국방부 반응이…=기어코 완성한 텐트에 올라선 채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이씨는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허세로 남을 수 있었던 저를 '레전설(레전드+전설)'로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전했고 네티즌들은 한데 뭉친 환호성으로 그의 성공을 축하했다.이씨는 운동장 한 켠에 설치된 조회대에 올라 기념 트로피를 수여받았으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 현장의 시민들은 이씨가 완성한 천막 주위로 몰려들어 인증샷을 찍거나 내부를 살펴보는 등 마지막까지도 열성적인 관심을 보였다.
▲사진 제공: SLR클럽 회원 '아유마컵케익'(닉네임)
이날 '24인용 텐트 혼자 치기'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국방부 트위터 대변인은 "24인용 텐트 혼자치기가 가능하냐는 멘션에 '힘들다'고 답한 적이 있었는데요. 오늘 'T24'페스티벌에서 'Lv7.벌레(닉네임)'님이 2시간 내에 성공하셨네요!! 24인용 텐트 혼자치기는~ 가능한 걸로!!^^"라며 기존의 입장을 수정했다.
▲사진: 국방부공식 트위터 캡처
◆ 'T24소셜페스티벌'의 성공 포인트=행사를 무사히 마친 뒤 운영위원 중 한 명인 김인홍(닉네임 '미남황제'·38)씨는 "네티즌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이 행사를 꾸몄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김씨는 "우리는 판만 벌였을 뿐 오늘의 주인공은 네티즌이다"라면서 "행사 지원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인터넷에서 오고간 발언에 책임을 지고 그것을 현실화했다는 것이 굉장히 기쁘고 감동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위드블로그의 박영욱 대표는 "온라인에서의 친목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더욱 빨라진 SNS을 기반으로 그 파급력이 굉장히 커졌다"면서 "특히 협찬이 제공된 만큼 마케팅적인 요소를 아주 배제할 순 없지만 그 비중을 최소로 하고, 순수한 참여자에게 모든 수혜가 돌아가게 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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