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64% '2008년 금융위기보다 現 위기 더 심각'

전경련 '위기체감도 및 대응현황 조사' 결과..위기 극복 시기는 '내년 하반기', 92% 비상경영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국내 주요 그룹 10곳 중 6~7곳은 현(現) 위기 상황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을 호소한 기업도 전체 기업의 75%로 조사된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운영 및 검토하고 있는 기업 비중도 90%를 넘어섰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가 주요 그룹 경영·기획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그룹 위기체감도 및 대응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64%가 "현재의 위기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2008년 위기와 비슷하다고 응답한 기업 비율(36%)을 감안할 때 사실상 모든 기업이 현 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 위기에 대한 절대적인 체감도를 묻는 질문에는 '심각하다(44%)'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비슷하다(36%)', '매우 심각하다(20%)'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심각하지 않다(0%)'와 '전혀 심각하지 않다(0%)'고 대답한 그룹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대내외 주요 기관들이 기존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깨고 잇달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나온 수치어서 주목된다.
실제 경제 성장률 전망과 관련 응답 기업 중 96%는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3% 달성이 불투명하다"고 답변했다. 3% 달성을 불가능한 것으로 기정사실화한 그룹 비중은 4%로, 달성 가능을 예상한 그룹 비중과 동일했다. 낮은 성장률과 위기 상황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의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2%가 '내년 하반기'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16%)', '2015년 이후(16%)', '2014년(12%)'이 그 뒤를 이은 반면 '올해 하반기(4%)'라고 응답한 그룹은 한 곳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겪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내수판매부진(46%)'과 '수출애로(29%)'가 1, 2위로 드러났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라는 현 위기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이 밖에 ▲수요 부진으로 인한 제품 가격 하락(13%) ▲자금부족(4%) ▲생산비용 증가(4%)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변동(4%) 등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응답한 그룹 비중도 92%에 달했다.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대외적으로 선포(12%)'했거나 대외적으로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실시 중(52%)' 혹은 '내부 검토 중(28%)'이라고 응답한 그룹 비중을 포함한 수치다. 운영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8%에 불과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현재 실시하고 있는 대책으로는 ▲원가 절감(22건) ▲단계별 대응책 수립(19건) ▲제품경쟁력 강화(19건) ▲미래유망사업 발굴(14건) 등이 언급됐다.
경기부양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경제정책으로는 규제완화 및 신규규제도입 지양(60%)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기업들이 '금리 추가인하(16%)', '각종 세제혜택(16%)', '추경예산 편성(4%)'과 같은 전통적인 수요진작 정책보다 규제완화를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투자와 채용, 협력사와의 거래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확대하겠다는 그룹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투자·채용의 기존 계획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이 52%, 투자·채용 축소를 확정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 비중은 36%로 나타났다. 협력사와의 거래 규모와 관련 '불변(56%)' 응답이 가장 많았고, 소폭 감소(36%) 및 대폭 감소(8%) 의견은 44%를 기록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일부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4분기 대표적인 전자, 자동차 업체 2곳을 제외한 129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45%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위기극복을 위해 기업들도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3일까지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GS·한진·한화·KT·두산·금호아시아나·STX·LS·CJ·신세계·대우조선해양·동부·현대·대림·부영·동국제강·S-Oil·OCI·현대백화점 등 총 25곳 주요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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