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낡아도 너무 낡았어

<반지의 제왕> 월 MBC 밤 11시 15분<반지의 제왕>이 연상의 꽃중년 A4를 소개할 때 화면에 등장한 드라마는 SBS <신사의 품격>이었고, 연하의 꽃미남은 F4라는 이름마저 <꽃보다 남자>에서 따 왔다. 단 한 명의 여자에게 다수의 남자가 구애하는 것은 과거의 수많은 연애 버라이어티에서 반복되어 온 형식이다. 그렇다고 SBS <짝>처럼 연애와 결혼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가져온 것도 아니다. 연예인 남자 출연자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댄스며 노래와 같은 개인기를 보여주고, 모든 결정권을 가진 ‘반지녀’ 여성 출연자는 수줍은 미소나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연예인 남자 출연자들까지 신체적 조건이나 경제력, 인맥 자산과 같은 스펙의 지표로 평가하는 결혼정보회사와의 유사성을 제외하면, <반지의 제왕>에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여성 출연자가 눈에 그림이 그려진 렌즈를 끼고 있는 상태로 눈을 맞추고 남자 연예인들이 그림이 무엇인지 맞히는 ‘눈으로 말해요’ 순서는 <반지의 제왕>이 연애에도 버라이어티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확인이다. 오직 문제를 맞히려는 목적의 아이컨택에는 10년 전 <천생연분>에서 강호동이 3초간 눈을 마주치게 할 때 만큼의 긴장감조차 없었다. 나이 대에 따른 차별화를 줄 수 있는 미션을 준비하지 않았음에도 굳이 연상과 연하로 팀을 나눈 것은 일종의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철봉에 매달려 “반지녀가 생각하는 데이트 비용의 남녀 비율은 무엇일까”와 같은 문제의 정답을 말하면서도 매력을 발하는 출연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잠깐의 매력이 이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문제를 덮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성 앞에 서 있는 남자 연예인들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도, 유사연애의 두근거림을 주는 데도 실패한 이 시대착오적 연애 버라이어티를 위해 8년간 방송해온 토크쇼의 400회 특집은 한 주 미뤄졌다. 어쩌면 이 프로그램보다 더 시대착오적인 것은 그 선택 자체인지도 모르겠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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