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골자는 DTI 산정기준을 바꿔 미래에 소득 증가가 예상되는 20~30대 무주택 직장인과 소득은 없지만 토지 등 자산이 있는 은퇴자 등에게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금 부족으로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젊은층과 자산가들의 주택 구매 의욕을 자극해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려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대로 DTI 완화가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데 젊은이들이 선뜻 빚내서 집을 사려할 것인지 궁금하다. 은퇴자의 대출도 주택구매용보다는 생계형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래 소득을 가정해 젊은층에게 대출을 늘려주겠다는 건 동의하기 어려운 하책이다. 빚으로 큰 집을 사도록 권하는 모양새도 그렇고 불황기에 10년 후 일자리를 말하는 것도 어색하다. 정부 대책은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보다는 가계부채만 늘릴 우려가 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늘어난 대출은 악성부채로 변할 수 있다. 국민 대부분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몰려 있다. 자산 가치 급락에 따른 가계파산과 금융기관의 연쇄 도산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DTI 완화를 1년간, 그것도 은행권에만 적용하기로 한 것은 정부 스스로 부작용을 걱정한 때문 아닌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의 재정위기 등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국내 경기 역시 나빠진 탓이 크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해 주택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구매력이 떨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주택을 소유가 아닌 주거 목적으로 인식하는 국민도 늘어나고 있다. DTI 규제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 아파트 값이 폭등했던 때 묶었던 규제는 대부분 다 풀었지만 시장은 꿈쩍도 않고 있다. 주택보급률도 100%를 넘었다. 수요와 공급조절, 규제를 풀었다 조였다는 하는 식으로는 시장 침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저성장과 저출산ㆍ고령화 등 환경과 구조적 변화에 맞춰 부동산 정책 방향을 완전히 달리 세울 때가 됐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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