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에 귀농·귀촌자 늘어난다

도시생활에 염증 느낀 자영업자들 중심

▲ 4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귀농귀촌 박람회 현장은 평소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진 참가자들이 대거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행사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5일까지 계속된다.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국내외 경제불황이 이어지면서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도시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자영자업자들이 그 중심에 있다. 특히 7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귀농·귀촌 현상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이처럼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귀농·귀촌 박람회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귀농·귀촌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몰려 전문가들에게 상담을 받았다. 참석자들은 자신이 거주할 지역은 물론 어떤 농작물을 재배할지 등에 대해 꼼꼼히 살폈다. 박람회에 참여한 각 시도 관계자 및 업체들은 사전 답사 신청을 받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이 같은 귀농·귀촌 열풍의 이면에는 경기침체라는 암울한 그림자가 깔려 있다. 도시생활의 염증과 팍팍한 경제 여건이 맞물리며 귀농·귀촌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한 귀농·귀촌가구는 1만503가구(약 2만3400명)다. 2010년 4067가구의 2.6배에 달한다. 특히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 정착하지 못한 중소자영업자들이 주로 귀농·귀촌을 선택하고 있다. 박철민 한국농어촌살리기운동연합 상임회장은 "도시 경제생활과 일자리 대안으로 귀농·귀촌이 부각되고 있다"며 "퇴직이 빨라지고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귀농·귀촌에 대한 욕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 현장에도 불경기의 여파로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참가자들 대다수였다. 한 참가자는 "한때는 사업이 잘됐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고 나이까지 있으니 주유소 일이나 아파트 경비 빼면 할 것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고향인 충청지역으로 귀농을 준비 중이라는 이은상(56) 씨는 "요즘은 개별 가구들을 위한 귀농·귀촌 정책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귀농 이후에는 수익성이 높은 특용작물을 재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원지역으로 귀농할 예정인 양호석(61) 씨 역시 "내 나이 이제 60인데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해야지 않겠냐"며 "어렸을 때 크던 시골에서 일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릴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아등바등 살 바엔 전원생활을 즐기고 농사로 벌이도 하면서 은퇴 이후의 삶을 꾸리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섣부른 귀농·귀촌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전원주택 업체 대정하우징엔 관계자는 "귀농·귀촌하면 다들 즐겁고 행복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나라 같이 수출 주도형 국가에서 농작물 분야가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농가가 개별적으로 쪼개져 운영되기보다는 협동조합 형태를 만들어 덩치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박람회는 제11회 친환경유기농무역박람회와 같이 열렸다. 이와 함께 체험학습농어촌관광박람회·도시농업식물공장기술전 등도 개최돼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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