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 금고는 '펑크', 기관장 차는 '빵빵'

국가권익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공공기관 공용차량 운영실태는 방만한 예산운영과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기관장 전용차량의 대형화와 신임 기관장 부임에 맞춘 전용차량 교체, 공무 외 사적 이용 등 잡음이 끊이지 않던 것이 개선되기는커녕 고질화된 모습이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2008년 배기량 기준(장관급 3300㏄ㆍ차관급 2800㏄)이 폐지되자 기관장 전용차량은 기다렸다는 듯 대형화로 치달았다. 인구 3만명에 재정자립도 10%선인 강원도 어느 지역 군수 전용차량은 3778㏄다. 규모가 작아 기관장에게 전용차량을 배정할 수 없는데도 버젓이 쓴다. 정원 17명의 부산 소재 기관은 4000만원짜리(3342㏄) 기관장 전용차량을 구입해 사용하다 적발됐다. 고유가 시대에 공공기관장들이 경쟁적으로 큰 차를 굴린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공용차량의 사적 이용도 도를 넘었다. 자치단체 두 곳이 시장 부인에게 관용차를 제공하다 적발됐다. 명절연휴와 주말에 쓰면서 행선지를 적지 않거나 환경단속ㆍ공사감리ㆍ소방검사 차량을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차량보험 가입도 문제다. 2000만원 이상이면 경쟁입찰에 부쳐야 함에도 담당자가 알아서 특정 보험사와 장기 계약함으로써 특혜 시비를 낳고 있다. 경기도 기초단체는 차량 126대의 연간 보험액이 3600만원인데도 차량별 수의계약으로 처리했다.  공공기관 보유 공용차량은 8만여대. 국민 세금이 엉뚱하게 이런 곳에서 줄줄 샌다. 공용차량 운영 전반에 대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 권익위는 기관장 전용차량 기준 마련, 사적이용 차단 방안 강구, 공영차량 운영 현황 홈페이지 공개, 일정규모 이상 보험 경쟁입찰, 공용차량 임차계약 투명성 제고 등을 권고했다. 단순히 권고로 그칠 일이 아니다. 지속적인 이행실태 점검과 함께 문제가 많은 공공기관에 대해선 예산 배정 등에 불이익을 줘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고위직이면 큰 전용차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기관장은 전용차가 필수인가, 꼭 대형 승용차여야 하나. 현장을 자주 살피는 자리라면 지프가 효율적일 수도 있다. 공공기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면 차량에 기관 로고를 붙이거나 공무 용도를 표시토록 강제하는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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