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유례없는 가뭄이 전세계 곳곳에 닥치면서 본격적인 애그플레이션(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황 악화로 옥수수 수확량이 크게 줄고 가격도 폭등하면서 옥수수가 주 사료로 쓰이는 돼지·닭고기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시작했다.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옥수수대란’ 여파로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우유 등 축산물 가격이 내년까지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닭고기 가격이 가장 빨리 올라 당장 올해에만 3.5~4.5% 뛸 것으로 내다봤다. 소고기는 내년에 가격이 4~5% 오르고 유제품 등은 3.5~4.5% 상승할 것이며, 돼지고기는 2.5~3.5% 가격이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농무부의 리처드 볼프 이코노미스트는 “닭고기의 경우 가장 작은 가축 범주에 들기에 가격동향도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가에서 급등하는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가축을 대량에 내다팔기 시작하거나 도축하면 단기적으로는 육류가격이 공급이 늘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11월을 전후한 연말부터는 가격이 무섭게 뛰어 ‘육류대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세계 최대 돈육업체인 스미스필드푸드의 래리 포프 최고경영자(CEO)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돈육·우육업계가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압박을 가장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육류가격이 10% 이상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때 옥수수 가격이 부셸당 6달러면 끝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8달러를 우습게 넘겼다”면서 “올해 옥수수 수확량은 미 정부 전망치인 에이커(Acre)당 146부셸을 크게 밑돈 130부셸까지 떨어질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국제상품시장에서 옥수수 등 곡물가격은 역대최고수준을 찍고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옥수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9월물이 지난 20일 부셸당 8.28달러까지 치솟으며 한 달 전보다 50% 이상 올랐고, 대두도 8월물이 같은날 부셸당 17.78달러까지 올랐다. 2개월 전에는 13달러 선이었다.특히 옥수수는 수확량의 절반이 가축용 사료로 쓰이는 한편 탄산음료나 이유식까지 거의 모든 식품의 원료로 쓰인다. 때문에 옥수수 가격이 50% 오르면 전체 식품가격이 1% 상승하는 효과를 보인다. 현재 미국 농무부는 올해 옥수수 수확량의 88%, 대두 수확량의 77%가 가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 농무부 전망치인 옥수수 수확량 에이커당 146부셸은 2003년 이후 9년만의 최저수준으로, 지난달 166부셸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대두 수확량 전망도 지난달 에이커당 43.9부셸에서 40부셸로 급감했다.이에 식품업계는 급한대로 미국 정부가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등 재생에너지 정책 드라이브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정부는 올해 130억갤론 이상의 에탄올 연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옥수수 물량만 돌려도 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옥수수발 식량가격 급등을 사실상 정부가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김영식 기자 grad@<ⓒ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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