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권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국정운영과 주요현안에 대한 생각(安心)을 담은 '안철수의 생각'이 메가셀러에 등극하면서 서점가와 국민,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온데 이어 20일에는 자신의 비서실장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勢)몰이에도 나서는 것으로 관측된다.안 원장은 앞서 홍보전문가인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대변인 격으로 영입했으며 비서실장은 범 야권 출신, 그중에서도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서 영향력을 가진 김근태(GT)계 인사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23일에는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도 출연할 예정이어서 대중앞에서 대선출마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힐 것으로 보인다.◆폭발적 대중적 인지도 재확인...野에 기운 철학=안 원장에게 대선까지의 5개월은 충분히 긴 시간이다. 대선캠프를 꾸릴 시간이 넉넉하고 사람을 구하고 조직을 꾸리는 데에도 부담이 없는 시간이다. 전날 펴낸 책의 인기에서 재확인됐듯이 안 원장의 대중적 이미지와 인지도는 현 대선주자들에 비해 월등하다.
안 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책에서 '일방적', '강행'이란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며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정부ㆍ여당의 정책에 문제가 많지 않았나"라며 "저도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으로 일하며 친재벌 정책과 관련 쓴소리를 했는데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도 했다.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한미 한중 자유무역협정에서 천안함사건까지 안 원장은 다른 어느 대선주자보다 국민들이 관심있어하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풀어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야권과 비슷한 맥락을 가졌지만 출총제 등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비리 횡령을 저지른 재벌총수에 대해서는 단죄해야 한다고 말해 정치권에서 한 목소리로 내놓는 재벌개혁에 대해 찬성했다. 고위공직자 수사처 신설 등 권력 분산,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기업 낙하산 인사 차단 등을 제시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가장 중요한 문제는 통일을 '사건'으로 보는 관점에서 '과정'으로 보는 관점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금강산ㆍ개성관광 재개, 경제협력모델 확대 등을 제안했다. 안 원장은 그간 "과연 권력의지, 집권의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아왔다. 안 원장은 그러나 "도전은 힘이 들 뿐 무서운 것이 아니다"며 간접적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특히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그간 고심이 깊은 흔적을 내보이기도 했다. 안 원장은 이어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내 생각을 보다 많은 분들에게 구체적으로 들려 드리고 많은 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계획"이라며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다양한 자리를 통해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판기념회나 작년까지 진행한 '청춘콘서트' 형식을 통해 독자 또는 잠재적 유권자와 접촉면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반가운 野...安 등판하면 10월에나 =안 원장의 등판에 따라 야권대선가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야권은 안 원장의 부상으로 야권의 정권교체에 대한 확률이 더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주자 가운데 안 원장과의 연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문재인 상임고문측은 "책 출간을 축하하고 환영한다"며 "국민이 안 원장의 생각과 비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측 전현희 대변인은 "안 원장은 민주세력에게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며 발간을 축하하고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 안 원장과 민주당이 함께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안 원장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민주당 대선후보를 선출한 뒤 안 원장-통합진보당 등과의 야권단일화 후보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전날 CBS라디오에 나와 안 원장의 책을 읽어봤다며 "재벌개혁과 순환출자 금지 등 정책으로 본다면 민주당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했다. ◆다가오는 검증의 시간.... 벼르는 與=유력대권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이전에는 안 원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가 최근에는 180도가 바뀌었다.지난 16일 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는 "안 원장이 뭘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고 전날 부산을 방문해 안 원장의 책이 출간했다는 소식에 대해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안철수 등판에대해 새누리당이 곱지 않은 시각이있음은 당연하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 혹독함 검증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안철수 원장을 루이 나폴레옹과 비교해 비판했다. "나폴레옹은 권력을 위해 필요하면 노동자 계급이든 소농민이든 붙고, 어떤 때는 귀족계급과도 그러면서 20년을 집권했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전날 안 원장의 책출간에 대해서도 "한쪽 발을 살짝 들고 앞으로 나간다, 뒤로 물서설 거다 그러는 거와 똑같다. 명확한 의사 표시도 아니고"고 말했다. 이어 "세계 10위권의 준(準)경제대국이라는 점과 격동하는 세계ㆍ동북아 정세를 생각할 적에 책 한권 달랑 들고 나와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무례도 이만저만 무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선주자 빅 3(왼쪽부터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야권주자와 윈윈이 성공방정식...실패시 공멸=박근혜 전 위원장은 최근 5.16발언이나 정수장학회 논란 등에서 보듯 이미 충분한 검증의 과정을 거쳤다. 본선에서 안 원장이 박 전 위원장과 마주할 경우 여권의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면 안 원장으로선 예기치 않은 악재들을 만날 수 있다. 야권에서는 이제 막 배를 띄운 당내 대선경선의 흥행차질을 우려한다. 당초에는 당내 경선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안철수변수-야권단일화후보 선출 등으로 흥행을 이어간다는 복안이었다. 야권의 경선이 보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안 원장 가세로 누가 안 원장과 막판에 붙게 될 것인가를 두고 야권의 경선이 더욱 드라마틱해지면서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더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층과 2040세대, 투표율 제고가 중요한 야권으로서는 안 원장이 이를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권교체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장내 게임이 벌어지기도 전에 장외에서 유력주자가 등판을 예고하게되면 장내 게임의 흥행이 저조하고 문재인-김두관-손학규 등 유력주자들의 지지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원장만 기다리는 국민들이 민주당 후보선출에 '폭발적인' 관심을 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가 중요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자칫하다 열심히 밥짓고 요리해서 옆집에 가져다준 꼴이될 수 있다"고 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안 원장과 야당 후보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윈윈 성공방정식'을 찾는다면 야권에 분명한 호재가 되고, 분열하면 필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이경호 기자 gungh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