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17일 저녁 7시 30분께 기자들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민주통합당 대선경선에 나선 유력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의 캠프에서 10분 뒤인 7시 40분에 중대발표를 한다는 것이었다. 중대발표는 문 고문이 정권교체의 대승적 차원에서 非文(비문재인) 후보들이 주장해온 결선투표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민주당 대선경선은 완전국민경선을 먼저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결선투표까지 실시하는 2단계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주당 계열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한 것은 1971년 김영삼ㆍ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신민당 대선 경선 이후 처음이다.문 고문은 당초 권역별 순회경선을 통해 단 한 번에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이른바 '원샷 경선'을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에 손학규 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은 결선투표를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는 룰의 전쟁이 예상됐다가 문 고문의 '결단'으로 한순한에 교통정리가 됐다.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당경선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2040세대의 지지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12월19일 70%이상의 투표율만 되면 필승이다. 부족한 부분은 안철수 원장이 채워줄 수 있다. 당내 경선과 혹시 모를 결선투표-안철수 변수-강기갑 체제의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까지 이어지면 남은 5개월 숨쉴틈없는 흥행몰이가 예상된다. 시선은 바로 옆집인 새누리당으로 향한다. 지난 1차 경선규칙 파동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2차 파동조짐이 보인다. 1차 파동은 정몽준ㆍ이재오 의원이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요구했다가 박 전 위원장의 원안고수로 경선에 불참해서 발생했다. 당시 두 의원측 관계자들은 "우리 요구가 받아들이더라도 박 전위원장이 대선후보가 될 확률은 99% 아닌가, 반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이대로 박 전 위원장이 사실상 추대되면 본선에서 질 확률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뒤늦게 김문수 지사가 경선에 참여하고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가세하면서 그나마 경선 모양새가 갖춰졌다. 이번에는 비박(비박근혜) 주자 4명이 경선규칙 변경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당 경선관리위원회는 경선 선거운동 기간 총 13회의 합동연설회를 실시하려던 계획을 바꿔 합동연설회를 6차례, 정책토크ㆍ타운홀미팅을 7차례 각각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임태희 전 실장은 "경선 흥행이 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결국 국민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추대대회를 열려고 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1차 경선 룰 논란 때는 '룰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룰을 바꾸는 게 원칙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새누리당 선거관리위는 18일 제10차 전체회의를 열어 합동연설회는 전국을 권역별로 나누어 총 10회 실시하고 정책토론회(타운홀 미팅, 정책 토크 등)를 총 3회 실시하기로 했다. 당초안에 비해 합동연설회는 6회에서 10회로, 정책토크와 타운홀미팅은 7회에서 3회로 줄어들었다.박 전 위원장측은 이번에도 경선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박 전 위원장을 선거의 여왕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과 소통의 효과가 표(票)로 극대화돼서 나온 말이다. 박 전 위원장도 '사당화ㆍ불통' 지적에 "팔이 아플정도로 전화를 많이 한다" "국민과 소통이 더 중요" "소신과 불통은 다르다"고 반박한다. 전국 대학교수들은 2011년을 표현한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 가릴 엄, 귀 이, 훔칠 도, 쇠북 종)을 선정했다. 귀를 막고 종을 친다는 것으로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박 전 위원장과 측근들이 되새겨볼 사자성어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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