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이영규 기자]여름 햇살을 한껏 품은 인조잔디 축구장이 눈부신 지난 20일, 경기도 평택시 중앙1로 6가 평택기계공업고등학교(교장 서광돈). 4만6200㎡의 부지에 본관과 기숙사동, 실습동(2동), 체육관 등이 제법 그럴듯하게 어우러진 이 학교가 올해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대기록'을 썼다. 3학년 졸업반인 이 학교 142명의 학생이 전원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19명은 삼성 등 8개 대기업에, 나머지 123명은 44개 중견ㆍ중소기업에 합격했다. 국내 21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중 졸업생이 100% 취업한 학교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최근 2학년 재학생 중 19명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에 취업이 확정됐다. 특히 김보은 양(자동차기계과)은 남자들도 어렵다는 현대차 설비기계 보존(보수) 파트에 취업돼 '금녀의 벽'을 깬 여성 1호가 됐다. 이같은 평택기계공고의 취업 성공신화는 그저 얻어진 게 아니다. 서광돈 교장과 67명의 교사, 그리고 42명의 교직원, 전교생 466명이 의기투합해 똘똘 뭉친 결과다. 평택기계공고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 우선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취업지원관제'가 운영된다. 취업할 회사와 학생이 미리 약정을 맺는 '취업약정제'도 올해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특히 산업체 수요에 맞춘 이 학교만의 교육과정과 '탄탄한' 방과후 교육은 타 학교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지난 14일에는 52개 중견ㆍ중소기업과 '가족회사' 계약도 맺었다. 학교 취업담당관이 기업체 인사담당자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고, 나아가 취업 학생의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제도다. 3학년 선배들의 끌어주기와 2학년 후배들의 받쳐주기로 466명의 미래 대한민국 명장들이 땀흘리는 평택기계공고를 찾았다. ◇"산업체 수요 맞춤형 교육이 성공의 열쇠"= 평택기계공고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1학기부터 '현장실습'에 나선다.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이 3학년 2학기때 진행되는 것과 비교할 때 파격적이다. 이 학교는 올해 3월부터 현장실습을 교과목에 넣었다. 이효렬 군(자동차기계과)은 "3학년 1학기때부터 현장실습을 하면 취업 후 곧바로 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학생들도 매주 한 차례씩 진행되는 현장실습을 그 어떤 수업보다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년별 커리큘럼도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1학년때는 외국어나 인문사회과학 등 기초 지식과 자존감 등을 키울 수 있는 소양교육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1학년 2학기부터는 확연히 달라진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산업체 기본기술 중심으로 교육내용이 바뀐다. 3학년이 되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핵심기술 중심으로 교육이 집중화된다. 평택기계공고는 정규시간외 방과후 교육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이 학교는 올 초 방과후 교사로 금형, 기계 등의 분야에 국내 내로라하는 전문가 4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1주일에 10시간씩 수업을 하는데, 시간당 7만5000원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다. 박사급 대우라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이 학교는 내년에는 교사 4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평택기계공고는 글로벌시대를 맞아 학생들의 외국어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서광돈 교장은 "현재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을 가르치고 있는데, 앞으로 러시아 원어민 강사를 초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자원부국이기 때문에 꼭 배워야 한다는 게 서 교장의 지론이다. 이 학교는 또 매주 월~목요일 8교시는 무조건 자율활동을 보장해준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와 밴드 등 동아리 활동을 통해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게 된다.
◇"다른 학교에 없는 취업지원관ㆍ약정제도" = 평택기계공고는 올초 취업지원관제도를 도입했다. 취업지원관제는 학교 취업지원관이 교사들을 대신해서 회사 인사담당자와 핫라인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 현재 이 학교에는 2명의 취업지원관이 있다. 이들을 위해 30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공립학교에서 3000만원은 적지 않은 돈. 그런데도 이같은 '무모한' 도전에 나선 것은 특성화고의 목표가 바로 취업에 있기 때문이다. 서 교장의 격려와 독려도 제도 도입에 큰 힘이 됐다. 조용형 마이스터부장은 "취업지원관은 우리학교에만 있는 제도"라고 말한 뒤 "회사 인사담당자와 인터넷을 통해 동정이나 학생 근황 등을 설명하고 추후 취업한 학생의 사후관리까지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취업지원관제 도입후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취업약정을 했던 일본 알박(주) 등 3개사가 유럽발 한파를 이유로 최근 해당 학생의 채용을 연기했다. 난감해진 학교는 취업지원관을 통해 여러 회사의 취업 정보를 확보한 뒤 이들 3명을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베셀과 우양HC 등에 성공적으로 취업시켰다. 취업약정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취업약정제는 학생과 회사가 취업보장을 전제로 약정을 맺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교장과 교사,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참석한다. 학부모들은 약정식 후 자식의 미래 회사를 방문해 설명을 듣는다. 약정식은 '성대하게' 치러진다. 프로선수들이 구단에 입단할 때 하는 세레머니(의식)가 펼쳐친다. 회사 관계자가 취업할 학생에게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혀주는 것. 김대홍 군(생산자동화제어과)은 "약정식에서 회사 옷을 미리 입을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와 학교의 끈끈한 유대잇는 가족회사" = 지난 14일 평택기계공고 대강당에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52개 중견ㆍ중소업체들과 학교가 '가족회사' 선포식을 가진 것. 가족회사는 학교 취업지원관이 회사의 인사담당관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취업 학생의 취업후 관리 등을 담당하도록 회사와 학교가 가족처럼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를 위해 평택기계공고는 350만 원을 들여 해당 회사에 소프트웨어를 직접 깔아주고 있다. 다음달 초 작업이 끝난다. 조용형 마이스터부장은 "취업지원관과 약정제도가 올해 100% 취업의 견인차였다면 앞으로는 가족회사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가족회사는 국내 어디에도 없는 제도로, 회사와 학교가 취업은 물론 취업후 사후관리까지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 제도"라고 강조했다. 평택기계공고는 앞으로 가족회사 인사담당자들을 한 달에 한번 정도 초청해 특강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마이스터고(특성화고)의 새로운 모델을 써가고 있는 평택기계공고. 이 학교의 학생들이 해마다 취업 100%를 기록하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더 행복하게 잘 살수 있다'는 롤모델이 되주길 기대해본다. 이영규ㆍ김보경기자 fortune@이영규 기자 fortun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영규 기자 fortune@<ⓒ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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