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지점장이 자택에서 투신자살했다. 20일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한국SC은행의 조모 지점장(49)이 18일 새벽 2시경 용인시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조씨는 자필 유서에서 실적압박에 따른 괴로움을 토로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조씨가 올해 초부터 극심한 실적 압박에 시달려왔고 최근 들어 "출근하기 두렵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조씨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지점장 투진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은행은 발칵 뒤집혔다. 은행측은 사건이 발생하자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대응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나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은행 관계자는 "조씨는 업무 실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완벽주의적인 성격탓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며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은행의 '성과 만능주의'가 지점장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몰고 왔다며 이 일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조씨 뿐 아니라 많은 직원들이 극심한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C은행은 지난해 성과급제와 후선발령제 도입을 놓고 노사가 극렬히 대립한 바 있다. 성과주의 문화 도입에 반대한 노조는 은행권 최장기 파업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은행은 파업중 영업을 임시 중단한 43개 지점 가운데 15개 지점을 영구 폐쇄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800여명이 넘는 직원이 명예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 은행은 올해 초 행명 변경 등을 통해 조직쇄신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지난해 파업을 끝내면서 합의하지 못한 사항에 대해서는 올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6개월이 넘도록 TF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다. SC은행은 특히 최근 6개월마다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등급을 정하는 '성과향상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4, 5등급을 받은 600여명의 직원들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고 지속적으로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은행 안팎에서는 이 같은 성과 드라이브 정책이 지점장 자살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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