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9시50분께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고등어등 어패류를 50%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김재연 기자]"이제 한 10분만 있으면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질거에요. 그동안 다른 것 좀 더 살피고 있어야죠."17일 밤 9시50분께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만난 40대 부부는 김밥 코너를 지나치며 이렇게 말했다. 쇼핑을 마치고, 야식으로 즐기기 위해 마트에서 제조해 판매하는 김밥을 선택했고, 시간이 지나 가격이 떨어지면 제품을 사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이미 그들의 카트에는 50% 할인 스티커가 붙은 고등어 한 팩과 값이 40% 떨어진 호주산 소고기가 담겨져 있었다. 예전 같으면 금쪽같은 시간이 아까워 한시가 바쁘게 장을 보고 돌아갔던 그들이지만 이제 '10분이면 반값'이라는 생각에 피곤을 감내하기로 했다.알뜰 장보기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갈수록 깊어지는 불황의 그늘에 서민들의 밥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왕이면 음식은 좋은 걸로 먹자'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라는 쪽으로 생각의 방향을 돌리는 모습이었다.16~17일 양일간 서울 시내 몇몇 대형마트에서는 이런 '알뜰족'의 모습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의 변화된 모습 또한 다양했다.대표적인 사례는 '대체 식품'을 이용해 가격을 줄이는 경우다. 서울 행당동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만난 신혜진(가명ㆍ여ㆍ54)씨는 "아들이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를 좀 사려고 왔는데 도저히 부담이 돼서 못 사겠다"며 "그렇다고 수입산은 사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돼지고기 코너로 눈길을 돌렸다. 또 아내와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왔다는 이강훈(39ㆍ남)씨는 수박을 사려다가 비싼 가격 탓에 오렌지를 손에 집었다. 이 씨는 "같은 과일이라면 싼데 손이 갈 수 밖에 없다"며 "그래도 한동안 여유 있을 때는 프리미엄 상품들로만 골라서 먹었는데 당분간은 그런 고민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이날 이마트에서 고급 식재료와 저렴한 상품을 각각 고르는 '가상 쇼핑'을 진행한 결과 저녁 한끼와 후식을 위한 식재료 13가지를 마련하는데 2.7배가량의 가격차이가 났다. 김치찌개에는 목살(200gㆍ4600원) 대신 참치(250gㆍ2540원)를 넣고, 생선은 안동 간고등어(1만3800원) 대신 노르웨이 자반고등어(2마리ㆍ4900원)를 구매하는 등 '알뜰' 구매를 한 결과 가격을 총 구매 금액이 각각 10만5530원과 3만9306원으로 37%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실제 현장에서도 이 같은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롯데마트에서 만난 한 매장 직원은 "숫자로 셀 수는 없지만 '좀 더 싼거 없냐'고 묻는 사람이 최근 더 늘고 있다"며 "외국인을 제외하고, 내국인들은 확실히 가격에 민감하게 변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대체식품으로 비용을 줄이는 알뜰족이 있는가하면 '시간차 공격'을 하는 이들도 많다. '타임세일', '떨이 판매' '유통기한 임박 제품' 등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17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생선과 소고기, 김밥, 반찬 등 당일 판매하는 식품에 30~50% 할인 이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이 같은 제품을 이용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16일 오후 4시 반께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수박 반 통을 판매하고 있다.
또 구매 단위를 줄여 비용을 경감시키는 '알뜰족'도 다수다. 김보영(41ㆍ여)씨는 이날 과일 매장에서 수박 1통과 2분의1통을 두고 갈등을 한 끝에 반으로 나눠진 수박을 골랐다. 김씨는 "먹성 좋은 두 아들을 생각하면 1통도 모자라겠다는 생각이지만 2만원에 이르는 수박 값을 보고 결국 반통을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양만 선택적으로 구매해 비용을 줄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이틀간 마트에서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은 카트에 상품을 절반도 채우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형마트 계산원 직원은 "불경기 탓인지 예전에 비해 한꺼번에 물건을 많이 사는 사람들이 줄었다"며 "같은 입장이 나조차도 소비를 줄이고 있으니 어려운 사람들은 다 똑같은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김보경 기자 bkly477@김재연 기자 ukebida@<ⓒ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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