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센델 '한국 시장 사회, 이대로 괜찮은가 ?'

방한한 마이클 센델 교수, 1일 오후7시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강연회 열어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 교수의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로 한국을 방문했다. 센델 교수는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사회에 '정의'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의 새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역시 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몰이 중이다. 그가 이번에 들고 나온 화두는 '시장과 도덕'이다.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이 된 오늘날의 시장사회가 '과연 이대로도 괜찮은 것인지' 묻는다. 센델 교수는 이날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가치의 영역은 어디까지고, 시장가치로부터 보호해야 될 영역은 어딘지 공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시장가치가 의료, 교육, 시민으로서의 생활 등 우리 삶의 영역들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미국과 한국 등 세계적으로 경제적 성과와 번영을 이룬 모든 사회는 반드시 이런 질문을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센델 교수는 이날 오후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1만여명의 학생, 시민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다음은 센델 교수와의 일문 일답.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 교수의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여입학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어려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철학적 틀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첫째, 기여입학제는 재능이 있지만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한 학생에게 불공평하다. 둘째, 대학이 추구하는 목적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원래 대학의 설립 목적 자체는 수익극대화가 아니다. 학술적인 우수성을 추구하는 배움의 장이다. 한편 기여입학제를 '대학 재원 확보'라는 측면에서보면 장점도 있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해법이 그리 간단하거나 쉽지만은 않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공정경쟁'이 큰 화두였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거나,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하는 정책이 나오고 있는데 반대여론도 많다.  ▲1920~1930년대 미국에서도 독점을 막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됐다. "대형마트가 있어서 소비자들이 값싼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주장은 이 같은 논쟁에 늘 등장한다. 만약 소비자에게 최저가의 제품을 제공하는 게 유일한 가치라면 규제정책의 도입을 반대하는 합당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최저가로 물건을 사는 게 사회의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중소기업, 특히 지역사회의 작은 가게들이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물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으로서 적절한 정책적 해법을 말하긴 어렵다. 일반적으로 고용과 건강한 지역사회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균형 잡힌 방식으로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 한국은 사교육에 돈이 많이 든다. 양질의 교육과 돈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장학금, 학자금을 제공해 이들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정부와 대학이 함께 공유해야 하는 책임이다.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을 위한 재정적인 자원을 확보하는 것 외에도 우리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신기술이다. 하버드대학에서는 '무료 강의'라는 새로운 실험을 했다. 시간과 돈, 많은 노력을 들여서 강연을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세계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다. 이 일은 '고등교육은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는 내 신념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제 시작단계지만 세계의 다른 대학들도 이와 같이 강연들을 무료로 누구나 다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할 수 있길 바란다.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 교수의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정의의 개념을 설명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옳고 그름에 대해서 고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새책도 마찬가지다. 나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어려운 질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다. 물론 이런 주제에 대한 내 나름의 견해는 있다. 이런 견해들이 책에 종종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의도했던 것은 내가 던지는 질문들, '정의란 무엇인가', '돈과 시장가치의 적절한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공적 토론을 장려하고,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다. 다만 이런 치열한 고민들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려면 '공적인 토론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혼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공적인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의 궁극적인 목표다.  -토론을 통해 하나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토론 자체에 어떤 효용이 있다고 생각하나.  ▲ 공적토론을 통해 어떤 합의에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토론은 민주주의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토론을 통해서 민주주의 시민의식을 키우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는 능력이다. 경청하는 능력과 자기주장을 펼치는 능력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토론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다보면 다양한 이견들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소리 지르고, 자기이익만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보다 토론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이상미 기자 ysm1250@ⓒ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