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해양의 시대'라고 말한다. 바다가 곧 인류의 미래이고, 바다와의 상생이야말로 인류 생존의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바다가 인류에게 주는 무한한 가치와 공헌에 비해 바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얼마전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바다에 대한 첫인상은 자원 고갈, 환경 오염 등 인류가 처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신성장동력'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단순히 '자연'의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자원의 보고(寶庫)인 바다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저 자연의 일부분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오는 31일 17회를 맞이하는 '바다의 날'에 대한 의미와 해양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1994년 11월 유엔 해양법 협약이 발효된 이후 세계 각국은 해양자원의 개발과 확보를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1995년부터 7월20일(2004년부터는 7월 셋째 주 월요일)을 바다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으며, 미국도 1994년부터 5월22일을 바다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해양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1996년 '바다의 날'을 지정했다. 1000년 전 신라의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5월을 기념해 5월의 마지막 날인 5월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바다의 날을 지정하고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덮고 있는 바다는 면적으로 따지면 3억6100만㎢에 이른다. 육지보다 훨씬 더 넓은 공간인 셈이다. 또한 바다는 자원의 보고로 무궁무진한 해저자원과 청정에너지를 품고 있어 에너지 수급 불안, 식량 및 산업 자원 부족 등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풍부한 해양생물은 단순히 식량자원으로서뿐만 아니라 공예품, 공업원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 산업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세조류의 일종인 스피룰리나의 경우 건강보조식품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바이오 연료로도 주목 받고 있어 현재 대량 배양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바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바다를 우리의 영역으로 개척하기 위해서는 헤쳐나가야 할 시련과 고난의 파도 또한 높다. 현재 해양을 둘러싼 국제 여건은 숨가쁘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 변화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이제 육지 중심의 소극적 사고에서 벗어나 해양 중심의 진취적 사고로 바다를 개척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마침 지금 여수에서는 '해양'을 주제로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또한 7월1일부터 우리나라 대표 해양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새롭게 출범, 해양과학 기술의 연구 개발은 물론 해양 분야 전문인력 양성으로까지 그 기능을 확대한다. 지금이야말로 해양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한정된 국토와 자원의 한계를 넘어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가능성의 바다'를 생각해 보자. 가능성의 바다는 우리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며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터전이 될 것이다. 올해 제17회 바다의 날을 맞아 국민 모두가 바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이윤호 한국해양연구원 전략본부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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