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 자동차 튜닝
국내에서 자동차 튜닝은 엄밀히 말하면 ‘합법이 아니다’. 그러나 콕 찝어서 ‘불법’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긴 매한가지다. 국내에서 튜닝은 불법이라고는 하지만 관련된 정확한 잣대를 제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미비하지만 국내 자동차 완성차 업계에서 튜닝관련 용품을 출시하기도 하고,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튜닝학과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중고차 시장 역시 튜닝 차량의 틈새를 공략하면 ‘돈’이 되는 산업군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 애매한 경계선 덕분에 튜닝 산업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6700만 원대 벤츠SLK를 구입 한 직장인 김현수(38) 씨는 퍼포먼스적으로 탁월한 성능과 같은 차량이지만 다른 개성을 추구하고 싶다는 이유로 튜닝을 선택했다. 차량에 휠, 엔진, 스포일러, 사이드 미러 등 퍼포먼스와 드레스업 튜닝으로 약 2천 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고가의 차량에 튜닝 비용까지 1억원 대를 호가하지만 스스로 만족한다. 강남의 한 튜닝 전문 샵에서 만난 김 씨는 튜닝에 대해 ‘예쁜 여자가 화장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독일은 자동차 강국으로서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튜닝산업 역시 발전해 있다”며 “우리는 선진국을 따라가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가로막는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의 자동차 튜닝은 마니아와 애프터마켓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나, 일부 과도하고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차량 개조로 인해 소음을 유발하고 위험한 불법행위로 인식돼 왔다. 이와 관련, 김 씨는 “자동차 회사에서 재원과 성능을 공유해 자동차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제공해 튜닝이 이뤄진다면 문제없다”며 오히려 음성적으로 튜닝이 이루어져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를 개조하는 것을 의미하는 튜닝은 내·외관을 꾸미는 드레스업 튜닝과 엔진, 휠 타이어 등 차량 기능을 개조하는 퍼포먼스 튜닝으로 구분된다. 김 씨의 경우처럼 개인적인 취향으로 혹은 마니아층을 형성한 차량 튜닝 문화 확산으로 튜닝에 대한 수요가 다양화 되고 있지만, 국내 현실법상 그 뒷받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튜닝이 일반화 돼 있는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이미 튜닝이 큰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 튜닝 관련 산업만 연간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연간 5000억~7000억원 정도이지만, 활성화에 따라 적어도 일본의 약 30% 수준인 3조~4조원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튜닝 전문 업체는 법적 규제로 인한 활성화의 어려움으로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가 규제에 묶여 자동차 튜닝 연구·개발을 등한시 할 때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이미 현지에서 입지를 다지고 국내를 포함한 해외 진출 역시 눈독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업체들, 모호한 법규·규제에 소극적 ‘관망’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활동중인 완성차 업체들은 튜닝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시장에 대한 ‘준비’ 보다는 ‘관망’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자사의 ‘튜익스’ 브랜드를 기반으로 외장과 주행 성능 개선을 위한 다양한 튜닝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회사측은 완성차에서 고객의 개별적인 욕구를 모두 만족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에 따라 튜닝 제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합법화 여부에 대해서는 튜닝 부품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과 합법적인 시험 및 인증기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며, 모호한 튜닝관련 법률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튜닝 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국GM 측은 차량의 휠, 스포일러, 바디킷, 사이드 스포일러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으며, 차를 불륨감 있고 스포티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개성이 중시되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튜닝이 합법화될 경우 하나의 큰 비즈니스 축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튜닝이라는 범위가 모호하지만 액세서리가 포함된다면 자사에서는 현재 연간 500억원 내외의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튜닝의 합법화 이후 관련 업체와의 협업이나 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튜닝 업체도 없고, 관련된 준비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수입차 업체들 대부분 역시 본사 현지에서의 튜닝은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페라리는 국내에서 튜닝이 합법화 된다고 하더라도 협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페라리는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본사에서 테일러-메이드 프로그램이라는 맞춤 제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튜닝 관련 제품을 취급하지 않으므로 그 어떤 계획이나 관련 의견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닛산자동차는 대량생산차에 스포츠카용 엔진을 탑재하는 등 모터스포츠브랜드 ‘니즈모(NISMO)’가 일본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했으며 재규어, 아우디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튜닝과 관련해 국내에서 활동중인 완성차 업체들은 아무런 대응책도 준비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들 잇단 튜닝학과 개설 학생들은 ‘열공 중’각 대학에선 최근 튜닝이 새로운 산업의 한 영역이라고 판단, 튜닝 전공 내지는 튜닝학과를 개설해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고 있다. 아주자동차대학교 튜너제어학과/모터스포츠학과/디지털튜닝학과, 동주대학교 자동차튜닝학과, 동아인재대학교 자동차정비튜닝과, 강동대학교 자동차튜닝과가 대표적이다. 특히 아주자동차대의 경우 튜닝과 관련해 3개의 과가 있다. 튜너제어학과/ 모터스포츠학과는 70~80명, 디지털 튜닝은 100여명의 학생이 튜닝과 관련해 공부를 하고 있다. 이동원 아주자동차대 교수는 “학생들이 튜닝을 전공한 후 머플러, 전자제어장치(ECU) 등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회사로 취업하고 있다”며 “아직 시장이 넓지 않기 때문에 취업을 할 때는 일반 정비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순수 튜닝쪽으로 취업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지만, 법규 자체에 어려움이 있어 취업이 쉽지 않다는 게 이 교수의 아쉬움이다. 튜닝샵으로 취업을 하면 4대 보험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급여도 적지만, 기술을 배우고 나중에 창업을 통해 자신의 사업을 갖겠다는 목표로 열악하지만 이 시장으로 뛰어드는 학생도 많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그러나 튜닝이라는 범위를 정하기 애매해 학교에서 지도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단다. 학교의 경우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기자재로 차량 실습을 하는데 부품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실습을 하기에 힘든 여건이다. 그래도 전망은 밝다. 이 교수는 만약 합법화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커질 수 있는 시장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이제는 차가 출고된 이후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국내 차량을 독점하고 있는 모기업 역시 튜닝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가격 부담스럽다면 중고차 시장의 튜닝카 주목하라차량 튜닝 비용은 100만원 단위에서 많게는 억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만만치 않은 차량 값에 튜닝비용까지 지불한다면 개인의 취향에 대한 대가로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최근 중고차 시장에 튜닝에만 1000 만원 상당을 투자한 차량이 순정 중고차와 비슷한 시세로 나와 주목해 볼 만하다. 구매자는 자신의 취향과 일치한다면 고성능의 튜닝 차량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찬스인 셈이다. 임진우 카즈 마케팅 담당은 “2005년식 뉴아반떼XD 5도어 2.0 레이싱의 경우 오디오/비디오, 엔진/미션, 휠/서스펜션,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등 튜닝에 천만 원 상당이 투자된 차량”이라며 “중고차 시장에 630만원 나와 동급의 시세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튜닝에 관심이 있지만 가격이 부담된다면 성능을 개선한 중고 튜닝카에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4년식 투스카니 중고차 중 해당 부분 튜닝카는 600만~7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일반 차량보다 100만원가량 높은 790만원에 판매가 완료된 바 있다.쭦미니인터뷰 | 김재호 칼슨코리아 서비스팀 주임“퍼포먼스 위주의 창의적 기술직 미래전망 밝다”
김재호 씨는 정비사로 일한지 5년째라고 한다. 자동차학과를 전공했고, 졸업 후 자연스레 자동차 정비사가 됐다. 어떻게 튜닝 정비소에서 일하게 됐나 “원래 튜닝 쪽에 관심이 있었고 충분히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튜닝을 하려면 기초적으로 정비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자동차 정비 관련 공부를 마스터한 후 튜닝 쪽으로 공부를 하고 경력을 쌓게 됐다.”벤츠 본사가 있는 독일에 가서 직접 튜닝 관련 교육도 들었다고 하던데 “‘칼슨위크’라고 해서 독일에서 일주일 동안 아시아 전역의 칼슨에서 일하는 정비사들이 모여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새로운 제품에 대해 공부도 한다. 최근 출시한 벤츠 디젤엔진에 장착 가능한 파워킷 ‘칼슨 퍼포먼스 C-Tronic 디젤 에코 CD-22’와 관련해 독일에 다녀왔다. 어떤 원리로 출력을 증강시키고 엔진에 무리가 안가는 선이 어떤건지 이론적으로 설명을 듣고 직접 테스트도 했다.”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나 “튜닝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법과 관련해 규제도 있고 주변 인식이 아직은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최근 튜닝 문화가 바뀌었다. 무조건 번쩍거리고 큰 소리만 내는 게 튜닝이 아니라 이제는 개인의 취향과 개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꾸준히 튜닝쪽을 공부한다면 분명 전망이 밝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튜닝을 의뢰한 고객이 그 브랜드의 느낌이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이 스며든 차량의 변화된 모습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튜닝 정비사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정비부터 배워야 한다. 차의 기초를 알아야 차의 원리랑 구동방식을 알고, 안전한 튜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비를 모른다면 불법 튜닝이 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차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본적인 차량 정비를 배우고 튜닝을 하길 권한다.”경제적인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직업인가 “정해진 연봉이 아니라 기술적이고 자기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범위에 대한 개인차가 크다. 나의 경우 일반적인 회사원과 초봉이 비슷하다. 어디서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퍼포먼스 위주로 기술력을 요하는 일을 한다면 경제적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이코노믹 리뷰 이효정 기자 hyo@<ⓒ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이효정 기자 hy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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