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기자의 ‘아름다운 집’ 순례 | 경기 성남시 분당 이종길씨 ‘마이하우스’
1. 뒷뜰에서 바라본 집의 전경. 자그마한 연못을 만들어 재미까지 더했다. <br />
2. 이씨의 마이하우스의 계단마다 채광효과를 줘 따뜻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br />
3. 거실은 천정을 복층까지 높여 쾌적함을 더했고 남향으로 산과 마주보게 해 자연감을 살렸다.
집은 위대한 집합체라고 한다. 비, 바람을 막고 낯선 물체로부터 나를 보호한다. 집은 삶을 그대로 투영하는 곳이다. 울고 웃는 중심에 있고 나를 받쳐 주는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집은 항상 마음에 여유가 담겨 있다. 건축가들이 바라보는 집은 사회와 경제, 문화가 담겨있다. 이런 집은 매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한다. 각자의 공간에서 이제는 즐겁고 행복함이 담긴 공간을 제공한다. 집이 당신에게 중요한 이유다. 이종길(55)씨와 부인 양차건(52)씨가 이곳에서 집을 짓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산과 들, 계곡이 있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체질적으로 아파트가 싫다고 했다. 일방적인 공간과 땅과 멀어지는 구조는 자신과 가족들에게 ‘성냥값’이란 느낌마저 들었다고 했다. 이씨 부부는 경기도 광주에서 4년 동안 전원주택 생활을 해오다 성남 분당구로 옮겨 왔다. 2011년 1월에 준공을 맡은 이씨의 ‘마이 하우스’는 주위에 빛살을 잔뜩 머금은 집으로 통한다. 사통팔달 바람 통로와 빛의 통로를 만들기 위해 1층과 2층으로 이어지는 모든 구조에 채광(採光)설계를 했다. 시야 확보는 물론 개방감이 아주 뛰어나다. 집은 대지가 760.34m², 건물면적 396.7m²다. 이 주택의 최대 매력은 ‘빛’이다. 햇빛과 초록빛이 어우러져 함께 집으로 들어오게 한 것은 이 집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1층과 2층 모두 빛의 향연을 맛볼 수 있도록 테라스를 설치했고 테라스 입구는 어김없이 채광창으로 마무리 했다. 채광은 빛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사물에 판단력을 부여한다. 형태나 음영(陰影)을 확실히 보이게 만들었다. 빛에 따라 인상적인 구조로 보이게 만들어 분위기를 연출한다. 따라서 명암의 대비와 빛의 방향, 색 등이 적절하게 투과해야 한다. 이런 채광효과는 계단에서부터 나타난다. 빛이 항상 계단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오르고 내릴 때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 집은 어느 방에서도 빛과 자연을 맛볼 수 있도록 건축돼 있다. 운동을 하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채광창을 많이 설계하면서 두 가지 효과를 제대로 맛보고 있는 중이다. 첫째, 해가 질 무렵까지 형광등을 켜지 않아도 충분한 조명을 받을 수 있다. 빛을 조절하기 위해 블라인드만 설치했다. 빛을 좀 더 받고 싶으면 블라인드만 걷어내면 된다. 채광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전기요금이었다. 이씨는 “냉장고 4대를 돌리고 있지만 현재 한달 전기요금이 8만원 가량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채광효과를 극찬했다. 두 번째는 통풍효과다. 창문 두어개만 열면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바람이 잘 스며든다. 이 때문에 환기도 매우 좋다. 움직임이 편안한 동선·자연친화 설계 돋보여 1층 구조는 동선을 최대한 부각시켰다. 주방과 거실의 경계를 없앴고 주방에서도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앞뒤좌우 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주방과 거실의 동선은 게스트들의 방문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1층 현관을 넘어서는 순간 남향의 채광창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게 만들고 이어 좌측으로 시선을 옮기게 만들었다. 게스트들이 자연스럽게 1층이 자연과 가깝다는 점의 의식하게 만든 것이다. 1층 공간을 넓게 만들어 시각적인 효과를 더욱 넓힌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차씨는 “좌우로 탁 트인 환경을 거실에서도 만끽할 수 있어 손님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1. 주택 옥상에서 바라본 뒤뜰과 주변 풍경. 자그마한 연못과 잔디. 그리고 숲과 도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2. 뒷뜰에서 바라본 주택 전경.<br />
3. 이씨의 마이하우스는 방마다 채광창을 최대한 높여 빛과 자연을 그대로 느낄수 있도록 했다.
2층 자녀들의 방 역시 자신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동선 역시 시각에 따라 움직이도록 한 것은 채광창의 역할이 컸다. 이씨는 “자연을 마주보도록 건축사가 설계한 것이 정말 좋았다”며 “녹색을 항상 바라보면서 심리적 안정도 함께 가져다 줬다”고 설명했다. 태양열·지열 이용 ‘난방비 제로’까지 실현이집에서 주목할 점은 지열과 태양열을 이용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광주 전원주택에서는 도시가스비용으로 150만원을 지불할 정도로 난방비 걱정이 컸다”며 “이 집을 짓고 지열과 태양열을 이용하면서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난방비가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지열은 항상 바닥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태양열은 항상 온수를 제공한다. 지열 설비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2000만~5000여만원을 투자해야 하는 만만찮은 비용이다. 이씨는 10년동안 에너지 비용을 감안하면 이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건축사가 설계 단계부터 지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집의 경우 지열을 이용하면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이씨 부부는 지열 효과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실제 벽에 기대 있어도 찬기운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난방효과는 좋은 편이었다. 지열 난방으로 부족하면 거실에 설치해둔 장작 스토브를 이용하면 온기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인테리어 효과도 발휘하는 이 스토브는 열을 공유하게끔 만들어 난방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치다. 단열효과는 이런 지열장치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채광창이 빛을 발산하면서 온열효과를 도와준다. ‘빛을 머금은 집’은 밤에도 특유의 멋을 뽐낸다. 멀리 도심의 야경에서 뿜어나오는 그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설계했다 | 이상길 대표건축사“건축주 꿈과 정서까지 담았죠”
“건축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습니다. 각각의 개성이 만나 함께 어울리면서 만들어 가는 거죠.” 이상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인 이상길 대표가 말하는 건축은 일종의 ‘호흡’이다. 집이라는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혼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사와 건축주 그리고 시공가가 함께 호흡을 하면서 창조를 해내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종길씨 부부 집을 설계 할 때도 그랬다. 자신만 내세우는 일방적인 구조는 집이라는 공간과 멀어진다. 이 대표가 추구하는 ‘건축학개론’이기도 하다. “집은 꿈을 담는 곳이죠. 그리고 자신의 개성이 표현되는 곳이기 때문에 건축사는 건축주의 집에 꿈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죠. 이 때문에 함께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씨 부부는 이 대표를 두고 “정말 지독하다고 할 만큼 이 집에 온갖 정성을 쏟아 부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믿음’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이 대표의 생각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이씨 부부가 이 대표를 추켜세우며 높은 신뢰를 나타내는 것에는 큰 이유가 있었다. 단순하게 집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집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정서’라는 새로운 공간을 선물했다. “서로를 알지 못하면 설계는 진행될 수가 없습니다. 건축은 많은 대화를 나누는 작업이죠. 어떤 결과를 돌출해내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건축주가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풀어가며 알아보는 거죠.”이씨 부부는 처음 이 대표를 찾았을 때 ‘자연’을 품고 싶어 했다. 경기도 분당 도심에서 약간 벗어났고 남쪽으로 자그마한 산과 계곡이 있었다. 이 대표는 이곳을 그대로 품기 위해서 개방감을 높였다. “자연을 느끼고 만끽하기 위해서는 채광만큼 좋은 것도 없죠. 많은 사람들이 단열을 우려하지만 오히려 채광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경우가 참 많아요.”집을 설계할 때는 10년을 바라본다. 건축주가 생각대로 설계한다면 1년도 채 못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냥 ‘그림’같은 집을 원한다.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공간이다. “위험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자신이 살 집인데도 불구하고 주변 동선이나 환경을 전혀 개의치 않고 고집만 부리시죠. 많은 비용을 투자해 집을 지었지만 3년도 채 살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봤습니다. 물론 이 집 역시 팔리지도 않았죠.” 건축가에게 건축은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시작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단독주택은 매우 중요하다. “주택을 지을 때는 대지를 구입하는 단계부터 건축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지마다 성격이 다릅니다. 법적 문제는 물론 생물학적 구조가 다르다는 거죠. 대지는 집을 이루는 뼈대인 만큼 또 하나의 공간으로 바라봐야 하는거죠. 대지를 매입하기 전 건축사와 상의하는 것을 권합니다.”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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