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초구 중층단지 '면적 줄인 재건축?.. 어림없다'

매수-매도 양극화, 거래활성화 약효 DTI완화보다 세금감면 꼽아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거래신고지역 해제가 효력을 발휘한 15일, 서초구 반포경남아파트 일대에서 대책에 따른 시장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1대1 재건축해서 면적 줄어들면 뭐하러 재건축 하나? 그냥 아파트 팔고 비슷한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게 훨씬 낫지..."(서울 서초구 반포경남아파트 인근 B공인중개소 대표)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투기지역과 주택거래신고지역이 해제된 15일, 서초구 재건축단지 주변은 유난히 조용했다. 강남구를 제치고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부각된 서초구지만 주택시장 분위기는 활기를 잃은 채였다.강남3구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되는 등 부동산 거래 조건이 나아졌지만 전화문의조차 찾기 힘들었다. 특히 5·10대책이 발표되면서 중층 재건축아파트 단지의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실상은 사뭇 달랐다. 거래정상화 대책에서는 1대1 재건축 시 아파트 면적을 종전보다 축소하는 방안을 허용함에 따라 사업성이 호전될 것이란 예상이 적잖았다. 조합원들이 남는 면적을 일반분양으로 돌려 추가 분담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효과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합관계자 등은 1대1 재건축을 통해 면적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서초구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 중층아파트에는 판사·검사·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이 거주한다는 게 특징이다. 아파트값도 9억원 이상이 대부분이다. 이에 서초구 아파트 주민들은 돈을 더 내더라도 기존보다 넓고 쾌적한 아파트로 재건축하기를 원한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1대1 재건축을 추진 중인 반포우성아파트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더 넓고 좋은 아파트에서 살기 위해 재건축하는 건데 소득에 여유가 있는 주민들이 면적을 줄이면서까지 재건축을 하겠느냐"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집을 팔고 작은 새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게 훨씬 낫다"고 지적했다.1대1 재건축으로 면적을 20~30%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다수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그는 "주민들이 더 넓은 평수를 선호할 텐데 가구당 확대되는 면적에 비해 들어가는 추가분담금이 훨씬 많아 비효율적"이라면서 "이번 정부 대책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광고를 해서라도 거래를 성사시키려 노력한다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우리 업소에 전화문의가 가장 많이 오는 데 보다시피 요새는 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며 "오히려 대책을 발표한 이후 거래나 문의가 더 없어졌다"고 볼멘소리를 했다.또 다른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오늘 투기지역과 거래신고지역 해제까지 이뤄졌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토로했다. 옆 단지 반포경남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K공인중개소 관계자 역시 "개점휴업 상태"라며 "거래가 하나도 없어서 힘들다"고 푸념했다.매수와 매도간의 양극화 현상도 생겼다. 부동산대책으로 인한 기대심리가 반대방향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K공인 관계자는 "5·10대책 발표 이전에 급매물이 일부 거래됐고 지금은 급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람도 있다"면서 "내림세이던 호가가 정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살 사람들이 더 떨어질 것이라 생각해서 매수-매도 간 격차가 더 벌어져 현재는 5000만원 내외"라고 전했다.이런 상황에서 서초구 부동산업자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꼽은 조치는 DTI완화가 아닌 '세금 감면'이었다. 아파트 매매값이 9억원 이상인 단지가 많아 취득·등록세나 양도세 같은 세금이 만만치 않다는 게 이유다.K공인 관계자는 "반포경남 20평형대만 팔아도 세금으로 4000만~5000만원이 나오고 많게는 1억원까지 세금으로 내야하는데 어떻게 거래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얼마 전 한 손님도 세금을 보고 기겁했다"고 부연했다.이계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시지부 서초구지회 반포3동분회장은 "정책하는 사람들이 실거래가제가 시행된 이후 세금이 과거보다 3배나 오른 것도 모른다"면서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게 하려면 DTI완화보다는 취득세와 양도세를 먼저 감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대로 정책이 계속되면 거래는 사라지고 가격하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저층 재건축아파트인 구반포 주공아파트 분위기도 썰렁하기는 매한가지다. 인근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기자를 보자마자 한숨을 지으며 "이쪽은 한 달에 2~3번씩 부동산 간판이 바뀐다"면서 "매수자 위주로 정책을 펴야지 매도자 위주로 정책을 펴면 어떡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돼야 돈이 돌고 내수 경기가 사는 것"이라며 "이삿짐센터, 도배업자, 인테리어업자 등에 종사하는 많은 서민이 살려면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박미주 기자 beyon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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