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對 크루그먼 '턱수염의 전쟁'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이자 뉴욕타임스(NYT)의 유명한 칼럼리스트 폴 크루그먼 사이에 미국 경제의 운용방향을 두고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로버트 사무엘슨 칼럼리스트는 이 두 사람의 논전을 '턱수염의 전쟁(battle of the beards)'이라 부르며 7일(현지시간) 소개했다.FRB는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장기 금리를 낮추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사실상 제로금리로 낮추고, 금융위기 동안 은행들에 긴급대출 등의 조치를 취했으며 2조5000달러규모의 미국 국채 및 모기지 관련 채권 등을 사들이는 조치를 취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4월 미국의 실업률은 8.1% 수준으로 현저히 높은 수준이며, 내년말 전망치 역시도 7~8.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폴 크루그먼

크루그먼은 버냉키가 높은 실업률과 저조한 경제 성장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너무 소심한 정책들을 내놓는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크루그먼은 미국이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경제 성장 및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면서, FRB의 목표 물가상승률 2%를 향후 5년간 3~4%로 높이자고 제안한다.그는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소비자나 기업은 가격 상승 전에 재화를 확보하려고 당장 소비를 늘리게 된다. 금리가 오르지 않거나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유지된다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떨어지는 셈이 될 것이며 돈을 빌리는 것이 보다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높은 물가는 실재 채무 부담 자체를 줄여주기 때문에 대출이 용이해지고, 빚에 대한 부담 자체가 줄 경우 소비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달러는 약세로 돌아서면서 미국의 수출은 늘어나고 수입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상당수 경제학자들도 크루그먼의 생각에 지지를 하고 나섰다.

벤 버냉키

하지만 버냉키는 생각을 달리한다.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버냉키는 "인플레이션을 통해서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이치에 맞냐"고 되물으면서 "FBR는 이런 주장이 무책임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버냉키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기업들이 가격 인상들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FRB는 실업과 맞서 싸우기 위해 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게 되는데, 크루그먼식대로 물가 목표치를 올리면 금리 등을 인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버냉키가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크루그먼의 목표 인플레이션을 올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으로 근로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줄 수 있으며,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구매를 앞당겨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소비를 자제할 가능성, 금융시장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하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는 점 등이 크루그먼의 주장에 대해 반대논리가 되고 있다.나주석 기자 gongg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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