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충치·비만 부르는 어린이 음료

어린이 음료 하면 일반 음료보다 건강에 좋을 줄 알았는데 정반대다. 충치와 비만을 유발하는 성분이 일반 음료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음료 17개 제품을 대상으로 산도(pH)와 당 함량을 조사하고 세균 증식 실험을 한 결과다. 소비자원은 "추천할 제품이 하나도 없다"고 어제 발표했다. 대부분의 어린이 음료가 콜라ㆍ사이다 등 탄산음료와 pH가 비슷하다. 맛을 좋게 하고 톡 쏘는 청량감을 높이려고 pH를 낮추는데, 이를 마시는 아이로서는 치아의 보호막인 에나멜 층이 손상돼 충치가 생기기 쉽다. 달콤한 맛도 문제다. 설탕ㆍ과당 등 당을 포함하는 데다 상당수가 감미료를 첨가해 단맛을 높이고 있다. 당은 비만의 큰 원인이다. 세균 번식에도 취약하다. 많은 제품이 뚜껑 윗부분을 잡아올린 뒤 빨아 마시고 마시지 않을 때는 닫도록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침이 섞여 세균이 빠른 속도로 번식한다. 칼슘ㆍ비타민C 첨가 등을 내세운 일부 제품은 제품 뒷면에 영양성분에 대한 함량을 표시하지 않는 눈속임까지 하고 있다.  겉에 '튼튼' '홍삼' 등 문구로 건강식품인 양 포장했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충치와 비만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요즘 같은 날씨에 몇 시간 밖에서 놀다 보면 아이가 물고 있는 음료수병이 세균 덩어리로 변해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게 된다. 왜 우리 아이들의 이빨이 그리 자주 썩고, 자주 배가 아프고, 어린이 비만이 계속 늘어나는지를 비로소 알게 됐다. 내일이 어린이날인데 당장 아이들과 함께 들로, 산으로 나갈 부모들이 '뭘 사 먹여야 하나'는 걱정거리가 추가됐다.  적어도 어린이 먹을거리만큼은 안심하고 먹일 수 있어야 선진사회다. 소비자원은 조사 결과를 한국판 컨슈머 리포트에 공표하는 데 그치지 말고 보건당국과 협조해 음료를 포함한 어린이 식품의 안전기준을 좀 더 깐깐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어린이 음료를 가급적 자제시키는 한편 부득이 먹일 경우에는 바로 입을 헹구고 30분 뒤 양치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소비자 캠페인도 필요하다. 식품업체들로서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뽀로로 등 만화 캐릭터로 치장하는 마케팅보다 '저열량 고영양' 제품 개발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내 아이와 우리 사회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