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향수’로 시작해 발차기로 끝난다. 지난 20일 여의도에서 진행된 MBC every1 <무한걸스 3> 오프닝 촬영은 7명 멤버들의 격한 애정 표현으로 시작됐다. “여자처럼 하고 왔다”는 안영미는 샛노란 옷만큼 상큼하게 등장했지만 곧바로 “동대문에서 30만 원어치 옷 사고 네일 아트 해 연예인 같다”는 놀림을 받고, 친한 만큼 침 향수를 뿌리는 거라며 멤버들은 있는 힘껏 침을 모은다. 분명 오프닝 인사는 했지만 샤이니의 ‘셜록’ 춤을 추고 있는 멤버들 앞에서는 “아카펠라에 도전한다”는 말로 멤버들을 집중시키려는 ‘송선배’ 송은이의 노력도 힘을 잃는다. 하지만 뚜렷한 그림도, 순서도 없이 진행되는 <무한걸스 3> 현장에는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이 가득하다. 드럼을 치는 김신영을 보고 바로 모자를 벗어 돈을 걷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신봉선과 재미가 없으면 바로 발차기를 하는 김신영의 예능 감각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은근히 자존심을 세우는 백보람에게 적당히 장난을 치고 필리핀에서 웃기만 했는데 옆방의 항의를 받았던 안영미가 웃으면 “또 항의 들어온다”며 놀리기만 해도 재밌는 이유는 이들이 오랜 시간 함께 쌓아온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험한 손짓, 발짓이 오간 <무한걸스 3>의 촬영 시간은 그래서 30분이 아니라 이들이 지나온 4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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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3>“우리 삶 자체가 자연스럽게 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무한걸스 3>의 송은이</H3> 오프닝인데도 7명 모두 험하게 촬영하는 것 같다. (웃음) 멤버들이 한 순간도 틈을 주지 않고 재밌는 장면을 만드는 비결이 뭘까.송은이: 아무래도 프로그램을 오래 하면서 생긴 호흡 때문인 것 같다. 나까지 포함해서 멤버들 모두 서먹서먹한 느낌이 전혀 없다. 그래서 마음 놓고 여러 가지 시도할 수도 있고 터부시되는 이야기도 던질 수 있다. 지금의 호흡이 만들어지기까지 적응하는 기간도 거쳤을 것 같다. 지금과 비교하면 시즌 1 초반 멤버들 호흡이 어땠나.송은이: 다들 리얼 버라이어티가 어색했던 건 사실이었다. 특히 그 때의 김신영이나 신봉선은 그냥 콩트를 하던 애들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분명 이 아이들이 갖고 있는 끼가 있었고 그걸 최대한 잘 끌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잘 맞아 떨어졌다. 시즌 3까지 오면서 멤버 변동도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이런 좋은 호흡이 도움되겠다.송은이: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다른 멤버들도 버라이어티 MC도 하니까 스스로 완급조절이 돼서 훨씬 편해졌다. 대신 요즘엔 멤버가 늘어났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7명 각각의 색깔을 알맞은 비율로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분명 개그맨인 신영이와 봉선이, 영미가 많은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백)보람이나 황보가 중간에서 하는 말들이 쿠션이 돼 새로운 색깔이 되니까. (김)숙이도 들어온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내가 눈치채지 못한 부분을 잘 쳐주고 있어서 <무한걸스>에 꼭 필요하다. 아무래도 여자들이 하는 버라이어티니까 프로그램 외적으로도 멤버들의 정서를 고려할 것 같다.송은이: 진짜 많이 한다. 녹화 중에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 멤버들의 질투, 시기가 보일 때가 있다. 근데 그건 오래 두면 안 되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 바로 푼다. 밥 먹으면서 서로 이야기하도록 하면 다들 친하니까 알아서 해결한다. “아까 그거 뭐야? 진심이야?”, “야,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하니?” 이런 식으로. (웃음) 난 아이들이 알아서 싸우게 두고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으면 정리한다. 그런 시간이 굉장히 많았고 그래서 더 편하게 친해진 것 같다. 거의 제작진 마인드다. (웃음) 그렇게 정착된 <무한걸스> 시즌 3가 곧 73회를 맞이하는데 처음 시즌 3에 들어갈 때도 지금을 예상했나.송은이: 전보다 몇 배 큰 부담이 있었다. <무한걸스>는 MBC every1의 간판 프로그램이고 여자들이 하는 유일한 단체 버라이어티이면서 나름 재밌게 보시는 분들도 많으니까. 시즌 3 초반에는 프로그램이 억지로 캐릭터를 잡아가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멤버들이 시즌 초반 캐릭터를 흡수하면서 새 멤버 캐릭터도 잘 섞을 수 있을까 고민했고 본사와 이야기도 많이 했다. 아마 케이블 프로그램 중 우리처럼 회의를 자주 한 곳은 없을 거다. 녹화 끝나면 자연스럽게 오늘 내용 서로 이야기하고 다른 아이템도 고민했으니까. 그렇게 멤버들 입장을 말하고 제작진의 생각을 듣는 과정 때문에 시즌 3가 정착한 것 같다. <H3>“멤버들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아이템이 된다”</H3>
그 점이 굉장히 거친 리얼 버라이어티임에도 5년 이상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힘인가.송은이: 그것도 그렇고 멤버들도 험한 걸 즐기던데? (웃음) 서로에 대한 믿음도 있어서 거칠다거나 험한 걸 불평하는 멤버는 없다. 예전에 탄광에서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산에 올랐다. 봉선이가 위에 있고 내가 밑에 있을 때 속으로 ‘봉선이가 내 목 위로 떨어지면 재밌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진짜 봉선이가 위태롭게 떨어지더라. (웃음) 그렇게 말 안 해도 통하는 게 있어서 거칠어서 힘들기보다 희열을 느낀다. 프로그램을 오래 하면서 멤버들도, 프로그램도 함께 커 가는 것 같다.송은이: 멤버들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아이템이 된다. 예를 들어 신영이가 다이어트에 한창 재미를 느낄 때 앉아서 다리를 팔로 감싸고 발로 차는 돼지 게임을 아이템으로 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진짜 신영이 때문에 그게 안 됐었는데. (웃음) 또 아이템으로 멤버들이 더 친해지기도 하는데 영미가 시즌 3로 왔을 때 한동안 적응을 잘 못 했다. 그 즈음 심리 검사를 하는 아이템을 하면서 영미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상처가 너무 깊었던 거다. 다른 애들과 달리 사회생활이 어색했던 영미도 많이 변했다. 지난번에는 밥 먹을 때 영미가 숟가락을 놓더라!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웃음) 생일을 맞아 방송된 ‘송선배 불혹 잔치’도 멤버들의 서사를 담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송은이: 정말 <무한걸스>니까 가능했다. 방송 자체가 온전하게 날 기념하는 방송인데 거리낌 없이 준비해준 동생들 생각하니까 뭉클하기도 했다. 축하 영상 만들어준 제작진도 고맙고 방송에서 나한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약간 얼떨떨하기도 했고. 근데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준비한 마술이 어색하고 녹화가 제대로 안 돌아가면 욱해서 바로 진행하려고 했다. (웃음) 첫 버라이어티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생일 파티가 소재가 될 정도로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무한걸스>는 어떤 의미인가.송은이: <무한걸스> 말고 내가 했던 프로그램은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나 MBC <느낌표>처럼 교양적인 예능이었다. 나도 개그맨이니까 막 웃기고 싶은데 생각한대로 되는 걸 해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무한걸스>가 더 특별하다. 처음에는 ‘너네가 뭔데 <무한도전> 따라하냐’는 욕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재밌다고 해주시니까 그게 가장 뿌듯하다. 그리고 멤버들, 프로그램이 성장하는 걸 보면서 ‘내가 보는 눈이 정확했다’고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다. 꼭 시청률이 아니더라도 <무한걸스>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뭔가.송은이: 여자들이기 때문에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게 되면 지금은 그만둘 수밖에 없다. 근데 앞으로는 계속하고 싶다. 맞선보고 사귀고 결혼 상대 데려오고 결혼하는 것도 아이템으로 하고 싶다. 얼마 전 (정)시아가 아기 낳을 때 무섭다고 하길래 “그냥 <무한걸스> 아이템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캐릭터 이상으로 우리 삶 자체가 방송으로 자연스럽게 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면 정말 좋겠다. 60살 되면 환갑잔치 방송하고 체력이 안 되면 실버 버라이어티로 가는 거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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