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순위를 살펴보다보면 엑슨모빌, 애플, JP모건체이커, 버크셔 헤서웨이 외에도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중국국영은행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자산 규모가 큰 기업 21개 중에 중국의 국영은행이 무려 4개나 포함된 것이다. 게다가 이들 중국 은행들은 수익성까지 높다. 중국공상은행의 경우 지난해 330억달러의 순이익을 내면서 세계에서 5번째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은행으로 평가 받았다.하지만 이처럼 각광을 받고 있는 중국의 은행들은 해외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은행산업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이지만 주로 중국내에서만 사업활동을 하다보니 바깥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다. 중국공상은행를 나타내는 영문 이니셜 ICBC(Industrial & Commercial Bank of China)은 HSBC와 같은 은행들에 이름과 비교했을 때 거의 알려지지 않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전했다. 그동안 중국 은행들이 기업공개(IPO)를 거쳐왔지만 외부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 실질적으로 중국 정부 또는 중구 공상당의 통제를 받고 있다. 또 중국 은행들은 중국 정부가 정한 자본통제, 고정금리와 같은 정책 방향에 의해 은행 영업활동을 해왔다. 대출의 경우에도 은행의 경영판단보다는 중국 정부의 지침을 따르는 식이다. 예를들면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은행들에게 경제가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리면, 은행들은 시중에 3조달러를 자금을 푸는 식이다.세계적인 규모의 신용기관으로 성장한 중국의 국영은행들은 과연 세계의 은행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월 인민은행은 중국국영은행에 대한 3단계 규제완화방안을 내놨다. 이 이후 중국 은행들이 중국 제조업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했던 것처럼 세계의 다른 곳들에도 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었다.중국 관련 컨설턴트인 벤 심펜도퍼는 "중국 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자국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기 좋도록 되어있기는 하지만, 왜국기업들에게도 자금을 대출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이 세계에 자금을 대출해주면, 세계는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제품들을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현재 중국 국영은행들의 해외 대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중국의 정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책은행인 중국개발은행의 경우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에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자금을 제공했다.물론 중국 4대 국영은행들이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공상은행의 경우 지난해 뉴욕에 지점을 냈으며, 아르헨티나의 스탠다드 뱅크의 자산 6억달러어치를 사들이기도 했다.존 와인생크 중국공상은행 뉴욕지점장은 "중국 은행들이 과거에 비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면서 "2년 뒤에는 미국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여전히 중국 은행들의 해외 진출에는 난관이 많다. 10년만의 권력교체기를 앞둔 현 시점에서 지도부 교체는 신속한 해외 진출에 방향은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게다가 중국 인행들이 해외 진출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했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보호아래 성장한 중국 국영은행들로서는 해외 지점 운영 능력 및 해외 자산들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레드캐피탈리즘을 쓴 칼 월터는 "중국 자체 내에서도 자본이 부족한 상황인데다, 지금은 중국 은행 시스템이 개혁해야 할 이 시점에 중국 정부 당국이 해외 진출을 승인해줄지도 의문"이라면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월터는 중국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금리에 의한 것이며, 중국 은행들은 "어떻게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확실히 중국 은행들은 낮은 금리를 제공하며 예금을 받아들여 지방정부 또는 국영기업과 같은 곳에 대출하면서 위험을회피해왔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정부 정책에 의지해 예대차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민간 기업에 대출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국영기업의 문제에 대해 강도높은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원 총리는 이제 1년이 채 안 남은 사실상의 레임덕 총리이기 때문에 개혁이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는 것 또한 중국 경제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중국 은행들의 해외 진출에 앞서 중국 은행들 내부의 개혁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MIT 비즈니스 스쿨의 황야솅 교수는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은행들이 대마불사로 비판받았는데, 향후 은행들은 이보다 몇 배 더 큰 문제점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나주석 기자 gongg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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