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앓] 이번엔 왕세자 저하 때문에 잠을 못 자겠습니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겨우 ‘훤앓이’에서 빠져나왔더니 SBS <옥탑방 왕세자>의 이각(박유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입을 오물 오물거리면서 오므라이스부터 생크림, 요구르트를 먹는데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고, 밥 안 먹어도 배부른 거 있죠? 아무것도 모르는 숙맥에 호통만 치는 왕세자인 줄 알았는데, “돈 벌면서 힘들 때면 열대해변 사진을 본다”는 박하(한지민)의 말을 기억했다가 열대해변 그림을 선물하는 로맨티스트였습니다. 빼어난 용안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까지 싹둑 자르신 저하, 아주 달달하니 기특합니다. (서교동에서 정 모양)
오므라이스는 물론 접시에 묻은 케첩까지 흡입했을 때 이미 왕세자의 위엄은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300년 전으로 돌아가 버렸죠. 죽은 빈궁을 그리워할 땐 언제고 그깟 오므라이스 한 접시에 라며 흐뭇하게 웃고, 박하에게 눈물 흘리는 모습을 약점으로 잡혀 실처럼 가느다란 목소리로 라고 주문까지 합니다. 그러나 환자분이 이각을 ‘달달하니 기특하게’ 여긴 진짜 이유는, 평생을 지켜 온 원칙을 깨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다가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것들을 과감히 어기는 모습 때문입니다. 박하를 붙잡기 위해 심복들의 만류를 뒤로 하고 자르지 않았습니까. 남자가, 그것도 한 나라의 왕세자가 하루아침에 헤어스타일을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거든요. KBS <성균관 스캔들>의 이선준도 그런 남자였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윤희(박민영)의 어깨를 붙잡고 더 떨리는 목소리로 라고 고백했잖아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전까지 빈틈없는 유생, 완벽한 왕세자였던 두 남자가 자신의 틀을 깨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세상의 손가락질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고 싶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바로 그 마음이 달달하니 기특한 겁니다. 물론, 움직이는 영상이 아니라 정지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사람이 박유천이죠. 머리는 터틀넥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고 피부는 보송보송한 아기 같은데, 어깨는 왜 그리 넓고 곧은 겁니까. 여자도 갖기 힘들다는 일자 쇄골까지 장착했죠. 일명, 이라고 하죠. <성균관 스캔들>에서 선준이 , 나무 아래서 공부하던 윤희가 잠들었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얼굴만 봤을 땐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남자다운 매력이 묻어나죠. 오죽했으면 JYJ의 멤버인 준수가 라는 랩을 했겠어요. 그런데요, 이렇게 흠잡을 데 없는 비주얼로 ‘샤몰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면 온 몸이 간질간질합니다. 몰아가고, 몰아가고, 가끔 식상해졌다 싶으면 몰아가기도 하죠. 실컷 놀려놓고는 이번 드라마에서 한 박유천은 그야말로 ‘밀당’의 귀재입니다. 같은 그룹의 멤버를 8년 가까이 조련해 온 박유천에게 환자분 정도는 식은 죽 먹기죠. 그러니 ‘이각앓이’에서 억지로 빠져나오기, 있기 없기?<hr/>앓포인트: <u>박유천의 [부위별 힐링캠프]</u>눈을 힐링하라: 스크롤을 쉽게 내릴 수 없다. 소용없다. 사진 한 장, 한 장 매직아이를 하듯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직장 상사에게 들은 막말이 잊혀지고, 사무실의 온풍기 때문에 건조했던 눈이 촉촉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귀를 힐링하라: 말하자면, 달팽이관을 위한 목욕재계다. 잠이 오지 않을 땐 감미로운 , 외로운 새벽 2시엔 을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혹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야근할 경우엔 양 손을 높이 들고 . 임재범을 능가하는 거친 보이스, 논개와 맞먹는 희생정신이 깃든 외마디가 들려오는 순간, 오던 잠도 무서워 달아날 것이다. 광대를 힐링하라: 자신을 “귀염둥이 믹키유천”이라 칭하며 를 한다. 목에 잔뜩 힘을 준 채 “김윤식 일에 나서지”라고 말하더니 결국엔 으로 무너진다. 몇 번이고 영상을 반복해서 보다보면 잔뜩 찌푸려진 미간이 점차 팽팽해지고 광대가 서서히 올라간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안티 에이징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입을 힐링하라: <옥탑방 왕세자> 팬 미팅에서 먹여줬다. 이런 이벤트가 다시 열리지 않는 한, 박유천의 생크림으로 입을 힐링하는 건 어렵다. 뭐,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8,900원짜리 스프레이 생크림을 사서 자급자족하면 되니까. 정 허전하면 박유천 판넬이라도 만들어 앞에 앉혀놓으면 되니까.<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취재팀 글. 이가온 thirtee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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