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해 산 유모차 알고보니 악세사리가…

유모차 덮개·파라솔 추가하는데 수십만원 …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 마포에 사는 주부 이모(32)씨는 태어난지 100일된 딸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첫 나들이에 나섰다 분통을 터뜨렸다. 요즘 엄마들 사이에 인기라는 네덜란드 브랜드의 유모차를 큰 맘 먹고 구입했는데, 함께 들어있던 외출용 비닐커버가 너무 허술해 바람과 먼지를 막아주기는 커녕 유모차에 제대로 덮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하다 싶어 구입처에 문의하니 증정품이 아닌 진짜 유모차용 커버는 별도로 판매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이씨는 "수입 브랜드 가운데 비교적 저렴하다는 48만원 짜리 유모차를 샀는데, 신생아용 시트(19만6000원)에 겨울용 풋머프(방한덮개, 10만5000원), 외출용 비닐커버(3만5000원), 유모차 모기장(3만7100원), 안전범퍼바(손잡이, 4만2000원), 내부시트(2만3100원)까지 총 43만8000원을 더 썼다"며 "유모차 한대 값만큼 악세사리 값이 들었다"고 토로했다.수입 유모차의 가격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유모차와 별개로 구입해야 하는 각종 부속품이 고가 마케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업체 측은 소비자들이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 상품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유모차를 구입하고도 필요에 의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서울 사당동에 사는 박모(34)씨도 똑같은 상황. 박씨가 지난해 구입한 유모차는 189만원 짜리 노르웨이 제품. 하지만 유모차에 달린 차양막이 짧은 편이라 별도로 부착해야 하는 파라솔이 11만원, 외출할 때 필요한 방풍커버와 모기장도 각각 3만~4만원을 더 주고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박씨는 "유모차용 담요(11만8800원)와 풋매트(29만원), 휴대용 컵홀더(4만9000원)도 사고 싶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선뜻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브랜드에서 지난 겨울 인기리에 팔렸던 '윈터키트(방한커버)'는 무려 7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수입 유모차 브랜드들은 대부분이 본체와 악세사리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더욱이 독점 유통권을 갖고 있는 수입사를 통해 구입한 유모차만 '정품'으로 인정하고, 정품의 고유 시리얼을 제시한 고객들에게만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해외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해 직접 구입한 유모차는 정품으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악세사리 구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박씨는 "다른 건 몰라도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커버와 자외선을 차단하는 양산은 아기에게 꼭 필요하다"며 "고가 유모차를 산 엄마들에게 추가 상품을 강매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매 방식이 유모차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엄마들의 심리를 겨냥한 고도의 마케팅이라는 주장도 있다. 마치 자가용처럼 유모차도 악세사리를 '풀옵션'으로 달면 좀 더 멋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한 유아용품업계 관계자는 "해당 브랜드의 본사에도 없는 악세사리가 국내에서만 추가로 제작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수입 유모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다 보니 고가의 악세사리에 욕심을 내는 엄마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모차 수입업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브랜드 차원에서 소위 '짝퉁'과 구별해 사후관리(A/S)를 하기 위해 해외 모든 시장에서 정품 등록을 권유하고 있다"며 "악세사리를 추가로 구입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동일한 만큼 국내에서만 과소비 운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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