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사내커플 부쩍 늘어난 까닭

최근 여직원 증가·다른층 근무 등 내부 원칙도

# 한국은행 직원인 32살 박승민(가명)씨와 29살 김지혜(가명)씨는 3년의 연애 끝에 지난 가을 결혼에 골인했다. 행내 동호회에서 처음 만났고 업무상 고충을 털어놓는 사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 부부의 연을 맺었다.  # 또 다른 '한은 커플'인 30살 김태형(가명)씨와 27살 한연희(가명)씨는 올 봄 결혼을 앞두고 있다. 입행동기인 이들은 다른 부서에 근무하고 있지만 동기모임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했다. 10년 전만 해도 찾기 힘들던 한은의 행내 커플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은 인사담당자는 "최근 5년 동안 행내 연애와 결혼이 늘고 있다"며 "여직원 숫자가 증가했고 직원들끼리의 교류도 늘어 커플 탄생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내부 연애를 쉬쉬하는 한은의 보수적인 성향이 최근 달라지면서 결혼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중수 총재가 주도하는 '젊은 한은'이란 기업문화의 변신이 몰고 온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말도 나온다. 한은 내 여직원 숫자가 늘고 있는 것도 행내 커플 탄생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실제로 90년대까지만 해도 한은 신입직원 중 여직원 숫자는 한두명에 불과했고 여성 신입직원이 한명도 없던 해도 많았다. 그러던 것이 2001년에 51명의 신입행원 중 6명의 여직원이 입사하면서 처음으로 여성 신입직원의 비율이 10%를 넘어섰고 이후 2006년부터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9년에는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신입직원의 비율이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58세까지 보장되는 정년과 높은 연봉, 지방 이동이 적은 것과 같은 안정적인 조건도 '한은 배우자'를 찾는 중요한 이유다. 한은 신입행원 초봉이 3000만원 후반대이고 1인당 평균 급여가 880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결혼과 동시에 '억대연봉'을 받게 되는 커플도 상당수에 이른다.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 등의 심리적 요인도 행내 커플의 장점이다. 한은은 커플의 경우 '다른 부서, 다른 층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같은 부서에서 연인이 커밍아웃하면 둘 중 하나는 부서를 옮기게 된다. 사내 연애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한명 당 1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전세자금 지원(임차사택)도 한은 커플이 결혼하면 둘 중 한명만 받게 된다. 한국의 중앙은행에 커플이 늘고 있다는 소문이 해외까지 퍼지면서 해외 중앙은행들이 '커플 관리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일도 있다는 후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 중앙은행들로부터 행내 커플을 다루는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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