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프로에 데뷔한 글쓴이는 이어진 시범경기에서 사력을 다해 뛰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빠른 적응과 주전자리 확보다. 시즌 경기보다 몇 배 더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빈 것 같다. 글쓴이는 사실 일반 신인들과 조금 다른 형태로 프로에 입성했다. 1995년 3월 군 복무를 마치는 바람에 롯데 구단의 전지훈련을 참가하지 못했다. 감독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시범경기를 뛰어야 했던 셈. 그 시절만 해도 주전 경쟁은 그리 치열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전 선배들은 설렁설렁 시범경기를 소화했다. 그들의 포커스는 온통 개막전에 맞춰져 있었다.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린 몇몇 선배들이 몸 관리에 실패했다며 울상을 지을 정도였다.17년이 지난 오늘날, 시범경기의 색깔은 크게 달라졌다. 각 구단 수장들은 무대를 선발진 구상을 위한 최종 시험대로 바라본다. 선의의 경쟁을 불러일으켜 중간, 마무리 등 필승 계투진의 조합도 맞춘다. 치열한 경쟁은 야수진 또한 다르지 않다. 어느 자리보다 뜨거운 주전 다툼이 전개된다. 그 사이 선수단에는 26명의 개막전 엔트리가 정해지기 전까지 색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선수들 사이 오고가는 말 수는 크게 줄어든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생존을 위해 모든 선수가 처절하게 싸운다. 일반적으로 시범경기 성적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선수는 팀당 10~15명 정도다. 올 시즌은 이들마저도 방심할 수 없다. 박찬호, 김병현 등 해외파들의 복귀에 빼어난 외국인들의 가세, FA 및 보상선수들의 이동 등이 더 해져 주축선수가 아니라면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느 때보다 뜨거운 시범경기가 기대되는 주된 이유다.각 구단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상대의 전력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선수들이 전력을 쏟을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경기 속에서 감독, 코치, 선수들은 어느 팀이 더 강하고 약한지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올 시즌은 과거와 달리 보다 일찍 강팀과 약팀이 구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열한 전쟁은 17일 막을 올린다. 이번에도 격전지는 구단들의 연고지다. 야구 저변 입장에서 보면 무척 아쉬운 결정이다. 시즌 경기가 열리지 않는 소도시나 다른 지역에서 경기를 열 경우 더 많은 야구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까닭이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시범경기는 소도시에서 자주 열린다. 프로야구 경기관람이 어려운 지역의 야구팬들을 위한 봉사이자 배려다. 소도시들의 경기장 시설이 열악할 수 있겠지만 한국 최고의 프로 스포츠라면 그 정도의 노력과 수고는 당연히 해야 하지 않을까.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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