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미망인, 세계 부자 순위 100위에 올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억만장자 순위에 새로 이름을 올린 128명 중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바로 고(故)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사진)였다. 그는 순자산 90억달러(약 10조400억원)로 올해 처음 포브스 리스트에 오르면서 100위를 차지했다.그의 순위는 지난해 83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110위에 오른 잡스보다 높았다. 또 새로 이름을 올린 128명 중 여성으로서는 자산이 가장 많았다. 실리콘밸리 여성 중에서 1위, 전 세계 여성 중에서 13위의 부자다.
로렌의 자산은 애플과 월트디즈니 주식으로 이뤄져있다. 로렌이 관재인 역할을 맡고 있는 '스티브 잡스 트러스트'는 월트디즈니 최대 주주다. 지난 1월 월트디즈니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 트러스트는 월트디즈니 보통주를 1억3700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7.7%에 이른다. 잡스는 자신이 설립했던 애니메이션 영화사 픽사스튜디오를 월트디즈니가 2006년 인수했을 때 월트디즈니의 최대 주주가 됐다. 잡스가 1997년 애플에 복귀한 후 자신이 보유한 애플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았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애플이 지난 1월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보통주 550만주가 스티브 소유로 기재돼 있다.올해 48세인 로렌은 실리콘 밸리 여성 중에서는 최고 부자지만 잡스의 아내라는 사실 외에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인터뷰 기록도 거의 없다. 월터 아이작슨이 남편의 자서전을 쓸 때 남편에 대해 이야기해준 정도가 있을 뿐이다. 로렌은 스탠포드대학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골드만삭스에서 채권 투자전략가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하지만 로렌은 돈에 큰 관심이 없는듯 하다. 그는 아이작슨에게 "자신과 돈의 관계를 말하자면 자기충족을 위한 도구일 뿐 자신의 일부처럼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신 로렌은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로렌은 자선단체 '에머슨 콜렉티브'를 설립했으며 현재 의장을 맡고 있다. 에머슨 콜렉티브는 기업가정신을 활용해 사회개혁을 발전시키고 미 공립 학교의 저소득 계층을 돕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로렌은 또 사회의 여러 이슈를 다루는 비영리단체 '뉴 아메리카 재단(New America Foundation)'과 교육 봉사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dh For America)'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이작슨에 따르면 로렌과 잡스는 1989년 스탠포드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한 강의실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로렌은 잡스와의 대화에 늦게 도착했고 어쩔 수 없이 통로에 앉아있다가 나중에 잡스의 옆자리로 안내되는 행운을 얻어 인연을 맺었다. 잡스가 36살, 로렌이 27살이었던 1991년 3월18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그들은 결혼했다. 잡스는 아이작슨과의 인터뷰에서 로렌에게 직관적으로 호감(intutive feeling)을 느꼈고 그것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잡스는 아내에 대해 영리하고 아름다웠으며 인격적으로도 매우 훌륭했다고 설명했다. 잡스는 "로렌은 괴팍한 성격을 지닌 나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했다"며 "나와 함께 사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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