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좋은 모델? 아니, 연기하는 배우 -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의 테일러 키치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시작은 근사한 몸과 얼굴이었다. 캐나다 밴쿠버의 전도유망하던 아이스 하키 선수 테일러 키치(32, Taylor Kitsch)는 고등학교 시절 연습 중 당한 심한 무릎 부상으로 아이스 하키를 접어야 했다. 4살 이후 천직으로 여겼던 아이스 하키를 빼앗긴 그는 인생의 방향 감각을 순간 잃었다. 그러나 테일러 키치에게는 운동 선수의 육체가 있었다. 화려한 쇼 비즈니스의 일원을 꿈꾸던 그는 2002년 봄 무작정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대형 모델 에이전시에 발굴된 테일러 키치는 '디젤' '아베크롬비 앤 필치' 등 미국 유명 상표의 지면과 TV 광고에서 모델로 활약하며 지명도를 넓혔다. 특급 모델 테일러 키치가 연기자의 길로 접어든 것은 그로부터 3년 후다. 그는 목소리가 철저히 거세된 채 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일에 회의를 느꼈다. 모든 경력을 뒤로 한 채 테일러 키치는 2004년 로스 엔젤레스 할리우드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 3의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이내 기회는 찾아왔다. '존 터커는 죽어야 한다',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 '커버넌트' 등 일련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단역과 조연을 전전하던 테일러 키치가 2006년 NBC-TV의 드라마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 Friday Night Lights'(이하 프라이데이)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이다. '프라이데이'는 텍사스 주 시골 마을 딜런의 풋볼팀 '딜런 팬더스'의 10대 선수들의 꿈과 갈등, 우정과 사랑을 그린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 팀 리긴스는 테일러 키치가 그의 모든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최고의 캐릭터였다. 강인한 육체의 소유자이지만 신경질적이고 유약한 내면으로 괴로워하는 팀 리긴스 역으로 테일러 키치는 단번에 미국 안방 극장 최고의 인기 스타로 치솟았다.
광고와 TV를 평정한 그의 앞에 이제 영화만이 남았다.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John Carter'(이하 존 카터, 3월 8일 개봉)에서 테일러 키치는 타이틀 롤인 존 카터로 등장한다. '토이 스토리' 3부작과 '월 E' '니모를 찾아서'의 앤드류 스탠튼 감독이 첫 도전한 실사 영화 '존 카터'는 '타잔'의 작가로 유명한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에 출간한 SF(공상과학) 소설 '존 카터' 시리즈 1부 '화성의 프린세스'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지구와 화성을 오가며 벌어지는 액션 영웅 존 카터의 신비한 모험 이야기 '존 카터'는 이후 소설과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대중 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즈' 3부작과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도 '존 카터'의 영향 아래 있는 작품이라는 얘기다.총 제작비 2억5000만 달러로 할리우드에서도 흔치 않은 규모의 블록버스터 '존 카터'를 위해 테일러 키치는 그의 모든 것을 걸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4개월 전부터 엄격한 식이요법과 칼 쓰는 법과 액션 등 많는 양의 무술 훈련을 통해 그는 와이어 촬영부터 위험천만한 액션까지 극 중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들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해냈다. "다른 어떤 작품도 '존 카터'처럼 힘들고 지치는 작업은 없었지만 성취감 또한 엄청났어요. 가능한 최대치로 스스로를 시험하는 느낌이었죠. 존 카터는 육체와 감정 양쪽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라 촬영기간 내내 인내심을 가지고 임해야 했어요." 그 노력이 빛을 발한다. 실감나고 스펙터클한 액션 장면은 기본이다. 그 동안 근사한 몸에 가려 보이지 않던 테일러 키치의 세심한 내면 연기가 그의 슬픈 눈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배우 테일러 키치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존 카터' 외에도 SF '배틀쉽'과 미스터리 스릴러 '새비지스' 등 피터 버그와 올리버 스톤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일제히 그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2013년 개봉 예정인 '론 서바이버'에서는 대선배 마크 월버그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죽을 때까지 연기자로 살고 싶습니다. 많이 배우고 알 수 있는 성찰의 기회로 영화보다 더 좋은 예술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언제나 성장하는 더 나은 배우가 될겁니다." '프라이데이'를 거쳐 '존 카터'에 안착한 테일러 키치의 모습에서 이 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몸 좋은 모델은 연기하는 배우로 변해간다. 태상준 기자 birdcage@ㆍ사진제공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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