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경기 조작 근절 대책 마련…실효성 여부는 의문투성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정부가 4대 프로 스포츠 수장들과 손을 잡고 최근 불거진 경기 조작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비롯한 정부 6개 부처와 대한체육회 등 8개 체육단체들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체육계 현안문제 대책 보고 및 협의를 가졌다. 이어진 브리핑에서 내놓은 종합 대책은 크게 세 가지. ▲문체부는 경기조작 관련자들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일벌백계하는 한편 각 구단들도 선수들을 불법적인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기로 했다. 그 해결책으로는 연 4회 경기 조작 예방 교육 이수 의무화, 내부고발에 따른 포상금 인상 등 대부분 자율적인 통제를 이끌어내는 방침들이 거론됐다. ▲문체부는 또 암행감찰제도를 도입해 경기 조작 감시를 위한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한다. 자진 신고자 감면제 시행, 프로구단 선수 최저연봉제 도입 및 연금제도 확대 등을 통해 선수들이 불법적인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위해요소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근본적인 문제인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도 뿌리를 뽑는다. 관계기관과의 합동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 도박 사이트의 운영 상황 등의 정보를 프로경기단체에 제공할 방침이다. 또 선수, 지도자 등이 신분불안 없이 자유롭게 상담을 할 수 있는 통합 콜 센터를 설치 운영한다.하지만 대책들의 실효성에는 대부분 의문이 따른다. 다소 추상적인데다 기존 운영방침과 큰 차이가 없는 까닭이다. 무관용 원칙은 이미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때부터 적용돼왔다. 대한축구협회(KFA)과 프로축구연맹은 가담자 47명 전원을 축구계에서 완전 퇴출시켰다. K리그 선수 자격 상실은 물론 축구와 관련한 어떠한 직무에도 종사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 경기 조작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어느덧 프로배구에 이어 프로야구까지 위협을 받으며 국내 프로 스포츠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다. 퇴출을 당했던 최성국의 마케도니아 라보트니키 이적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체육국장은 “당장의 법적 처벌 강화는 불가능하다. 사법부와 긴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처벌 단속보다 선수들이 불법적인 유혹에 빠지지 않고 나올 수 있는 쪽에 더 초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약점을 안고 있는 건 암행감찰제도도 마찬가지. 최근 거론된 야구선수들의 경기조작 여부를 관찰한 몇몇 전문가들은 “야구는 실수를 줄여나가는 경기다. 문제를 꼬집기가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비디오를 몇 차례 돌려봐도 의심하기 어려운 사안을 하루 수십 차례 열리는 경기에 적용한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다. 더구나 문체부는 구체적인 모니터링 체제를 묻는 질문에 “아직 논의 단계”라고 답했다. 자진 신고자 감면제의 시행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경기 조작이 발각된 흥국생명 여자 선수 2명은 구단의 자체조사에 끝까지 발뺌으로 일관했다. 전날 소환조사를 받고도 다음날 코트를 찾아 경기 출전을 위해 몸을 풀기도 했다. 한 프로야구 선수는 “자진신고로 구단의 징계를 피한다고 해서 법적 처벌에서까지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수사범위가 좁혀지지 않는 한 대부분은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선수도 “범죄자로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수할 선수가 몇이나 있을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근절에도 어려움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수시로 주소를 바꾼다. 점조직 형태로 암암리에 영업되고 그 수도 상당해 근절이 쉽지 않다. 지난해 스포츠토토에 신고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무려 13750건. 사행성감독통합위원회는 현재 운영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1000개 이상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의 출연으로 그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는 형국이다. 더구나 불법 도박 사이트는 포털사이트에 관련 검색어만 입력하면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들을 수 있던 건 “접근 차단을 위해 포털 사이트들과 방안을 강구하겠다”,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을 모색하겠다” 등의 애매모호한 답변뿐이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이종길 기자 leemean@<ⓒ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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