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제작자│이중엽 “매니저 출신 제작자도 성공할 수 있다”

울림 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

<div class="blockquote">“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높이 비상하는 꿈을 꿨지만 우리에겐 너무 멀기만 했습니다” 지난 2월 11, 12일 열린 인피니트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에서 공개된 영상 속 문구는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과장이 아니었다. SM, YG, JYP 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3강’ 기획사가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는 아이돌 시장에서 넬, 에픽하이, 지선 등이 소속되어 있던 울림 엔터테인먼트가 처음 내놓은 아이돌 인피니트는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뚜렷한 콘셉트나 중독적인 후크송, 활발한 예능 출연 대신 복고풍의 음악과 절도 있는 군무로 꾸준히 무대에 선지 1년 반 만에 인피니트는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되는 존재감을 얻었고, ‘내꺼하자’는 지난해 말 KBS 가요대축제 ‘올해의 노래’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이 느리고 흥미로운 반전은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이중엽 대표로부터 시작되었다. 인피니트의 팬들로부터 ‘보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할 때마다 소년처럼 눈을 빛냈다.
2월 11, 12일 열리는 인피니트의 첫 단독 콘서트가 매진됐던데. 이중엽: 가수한테 제일 중요한 건 음반, 그 다음이 공연이니까 어떻게 평가받을지 두려운 마음도 크다. 하지만 제작비도 아끼지 않았고 준비도 열심히 했으니 좋은 무대를 보실 수 있을 거다. <H3>“하루에 영화 다섯 편씩 보면서 나도 저런 거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H3>
남자 아이돌 그룹은 이미 레드 오션 시장이고 뛰어든다 해도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처음에 어떻게 도전할 생각을 했나. 이중엽: 몇 년 전부터 아시아 음악 시장이 하나로 묶이고, 그것이 아이돌 중심이 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 그동안 나는 넬이나 에픽하이 같은 뮤지션들과 일하면서 제작자로 어느 정도 성공한 편이었는데 ‘싱어송라이터들이 곡 다 쓰고 콘셉트 잡아 오면 제작자는 앨범 내주는 것 말고 하는 게 없지 않냐’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첫 단계부터 음악까지 직접 참여해서 잘 만들어보고 싶은 자존심이 생겨났다. 그저 운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8년 전 이승환의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처음 이 업계로 발을 들인 계기가 궁금하다. 이중엽: 고등학교 졸업하고 무작정 부산에서 올라왔다. 연기자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졌지만 일단 이쪽 일을 하고 싶었다. 잘 데가 없으니까 신문 보급소에서 일하며 낮에는 공사판 일을 하고 새벽에는 신문을 돌렸다. 그러다 발을 대못에 찔려 공사판에 못 나가게 됐을 때 보급소 소장의 아는 분이 ‘썬악기’라는 곳에 소개해 주셨다. 악기만 나르면 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마침 썬악기에서 이승환 씨 콘서트 장비 설치하는 일을 하게 돼서 갔다가 매니저 한 번 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무작정 ‘이쪽 일’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뭐였나. 이중엽: 어려서부터 영화와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비디오 하나 빌리는 데 백 원 하던 시절에는 하루에 영화를 다섯 편씩 보면서 나도 저런 거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는 서울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를 만나러 올라와 이모 집에서 지내며 사촌들과 하루 종일 <김광한의 골든 디스크> 같은 라디오 방송만 들었다. 당시에는 팝 시장이 정말 재미있었다. 아이돌, 록, 발라드, 컨트리 음악이 다 있었으니까. 사촌누나는 컬쳐 클럽을, 나는 아하를 좋아했는데, 지금 내가 지향하는 음악도 그 당시의 느낌을 많이 가져오는 편이다. 작곡가 스윗튠도 그런 면이 나와 잘 맞아서 즐겁게 작업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다시 돌아와’나 ‘내꺼하자’ 같이 인피니트를 대표하는 곡들에는 확실히 80년대 정서와 스타일이 있다. 이중엽: 나는 그 때 음악을 들으면 뭉클 한다. (웃음)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음악 작업에 참여하나. 이중엽: 작곡가가 데모를 만들어 오면 그 안에서 조금 바꾸거나 새롭게 넣을 부분을 부탁한다. ‘Nothing's Over’ 중간에 드럼비트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스팅의 ‘English man in NewYork’에서 느낌을 가져온 거고, ‘B.T.D’에서는 전갈춤 파트에서 고조되는 분위기를 강조해 달라고 했다. ‘내꺼하자’에서도 원래 후렴구는 한 번 밖에 없었지만 그걸 두 번 돌리고 댄스 브레이크를 넣었다. 댄스 음악이지만 감성을 건드려 주려면 멜로디, 후렴구, 중간에 쉬어 가는 파트, 브릿지가 있는 게 좋다. 예전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최고의 구성인 것 같다. (웃음) 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산업 안에서 시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돌아와’를 내놓았을 때 요즘 같은 시장에서 아하나 80년대 디스코 음악을 소스로 한 데뷔곡이 과연 뜰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나. 이중엽: 사실 나도 망설였다. 당시 아이돌 노래는 거의 다 후크송이었고, 남자 아이돌은 더 강한 분위기에 전자음을 많이 쓰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도 약간 어중간하게 “돌아와 돌아와”가 몇 번 반복되지만 귀가 피로한 전자음 대신 라이브 음악, 기타소리로 임팩트를 줬다. 그래도 좀 불안하니까 스윗튠의 한재호 작곡가에게 “형, 좀 촌스럽지 않아?”라고 하면 형은 “요즘 애들은 이런 음악을 못 들어보고 자란 세대라 신선하게 느낀다. 괜찮다”라며 힘을 실어줬다. 어쨌든 그래서 ‘다시 돌아와’에 대한 평은 괜찮았던 것 같은데 흥행은...안 됐다. (웃음) 그런데 그 이후로도 음악과 무대를 중심에 놓고 활동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처음 런칭한 아이돌이니 후크송으로 흥행을 노리거나 예능 출연으로 인지도부터 올려볼까 하는 유혹도 있었을 텐데. 이중엽: 누가 뭐래도 나는 인피니트의 노래가 너무 좋았다. 언젠가는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옆을 본 적이 없었다. <H3>“인피니트와 같이 살았고, 같이 한강 뛰었다”</H3>

“처음에 인피니트의 칼군무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차선책이었다”

물론 자신이 생각했을 때 좋은 퀄리티, 멋진 콘텐츠를 내놓고 그러기 위해 타협하지 않겠다는 건 굉장히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인 면도 있다. 제작자는 어쨌든 수익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 이중엽: 내가 만들고 내 이름 올라가는 일인데 다른 걸 버리고 돈을 쫓아가는 건 못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을 걸고 제작했더니 에픽하이도 넬도 잘 됐고, 결국 돈이 따라왔다. 옛날에 많이 본 영화와 들은 음악, 매니저 시절의 경험도 재산이 됐다. 조동진-조동익 형님, 장필순, 한동준, 김장훈, 유희열, 이소라 씨 매니저를 하면서 그 시간의 반을 녹음실에서 보냈는데, 똑같은 곡을 수도 없이 녹음하니까 너무 힘들었지만 덕분에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이 생겼다. 그래서 내가 듣고 욕했던 음악, 보고 욕했던 영화를 내가 만들 수는 없게 된 거고. 누군가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으니까 쉽게 말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통일호 표 값이 6천 1백 원 하던 시절에 달랑 3만원 들고 서울 올라와 일을 시작했고, 인피니트가 ‘내꺼하자’ 준비할 때 뮤직비디오 찍을 돈이 없어서 오피스텔 보증금을 빼서 넣고 애들 숙소 지하실로 이사했다. 비가 많이 와서 지하실이 물에 다 잠겼는데 손으로 물 퍼내면서 ‘난 성공한 제작자인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생각하기도 했다. (웃음) 하지만 그래도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이사했지만 2010년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피니트! 당신은 나의 오빠>에 등장한 인피니트 숙소가 굉장히 열악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이중엽: 힘든데도 믿고 따라와 준 것에 대해 멤버들에게 정말 고맙다. 다들 정말 열심히 했고,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면서 희열을 느낀 것 같다. 상황이 좋아졌지만 팀의 규모가 있고 비용이 크게 들다 보면 여전히 음악 이외의 활동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 있을 텐데. 이중엽: 미래를 보자는 게 내 지론이다. 지금 당장 돈이 급하다고 중요한 시점에 해외 행사를 돈다던가 이미지 떨어지는 CF를 찍어 버리면 복구가 힘들다. 한 번 꺾이면 다시 올라가는 건 열 배 이상 힘들다. 멤버들에게 너무 고마운 게, 사실 또래의 다른 가수들에 비해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에게 한 번도 돈 문제나 스케줄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 적이 없고 나 역시 돈을 위해 팀을 운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다면 제작자로서 일관되게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이중엽: 일단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하고, 노래가 좋아야 한다. 좋은 노래라 함은 감성을 건드려줘야 하고 감동을 불러일으켜야 하고,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때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넬이나 에픽하이 같은 싱어송라이터와 달리 아이돌 그룹은 모든 면에서 꼼꼼한 프로듀싱과 트레이닝 시스템이 필요할 텐데 데뷔 전 인피니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중엽: 같이 살았고, 같이 한강 뛰었다. (웃음) <지옥의 외인구단>에서 감독이랑 선수가 함께 뛰는 것처럼. 선발 기준은 ‘열정’이었다. 이걸 진짜 하고 싶어 하는지가 제일 중요했다. 열정이 없으면 나중에 피곤하니까. 사실 성규 같은 경우는 아이돌이 되려던 게 아니라 록이나 R&B를 하고 싶어 했던 친구고, 우현이나 호야도 돌이켜 보면 아이돌에 크게 어울리는 비주얼은 아니었는데...(웃음) 정말 노래와 춤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라 뽑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보니 내 판단이 맞았던 것 같다. 인피니트의 경우 ‘애완돌’이나 ‘짐승돌’ 같은 이미지보다 ‘군무 잘 추는 그룹’이라는 정체성이 먼저 생겼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다. 군무가 요즘의 대세는 아님에도 화제가 될 정도의 ‘칼군무’를 무기로 삼은 이유는 뭔가. 이중엽: 데뷔를 준비하면서 매니저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나나스쿨 출신의 김동민이라는 댄서를 데려와 연습을 시켜보니 원래 춤을 췄던 동우와 호야를 제외하면 다들 걱정되는 수준이었다. (웃음) ‘다시 돌아와’ 안무는 마이클 잭슨 느낌을 주려고 했지만애들이 하도 뻣뻣하니까 엇박자로 쭉쭉 당겨 주거나 삭-삭- 들어오는 다리 동작의 느낌이 안사는 거다. 미치겠더라. (웃음) 결국 그루브는 좀 포기하더라도 일곱 명이 손동작, 발동작을 똑같이 맞춰 커버하기로 했다. 즉, 처음에 군무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차선책이었다. 대부분의 보이 그룹이 스모키 메이크업에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거나 비슷비슷하게 센 느낌의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던 데 비해 자연스러운 비주얼 콘셉트나 영상미가 뛰어난 황수아 감독의 뮤직비디오도 눈길을 끌었는데. 이중엽: 내가 기존의 아이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너무나 인위적이고 모든 게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일단 내가 봤을 때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아야 했고, 그래서 데뷔 때도 무대에서 너무 강한 척이나 너무 귀여운 척 하지 않을 수 있게 ‘다시 돌아와’로 중간선을 잡은 거다. 물론 인피니트도 ‘만들어진’ 면이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밝고 자유분방한 남자애들이 선을 지키면서 까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진짜 우리 동네에서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황수아 감독의 경우 ‘아브라다카브라’ 뮤직비디오가 굉장히 감각적으로 나온 걸 보고 섭외했고 의상, 안무, 작곡가 등 대부분의 스태프가 인피니트로 거의 처음 인연을 맺은 사이인데 지금까지 하나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왔다. 그러면서 서로 완성도를 더 높여가고 있다. <H3>“서로 제일 잘 아는 사람끼리, 같이 오래 가고 싶다”</H3>
하지만 뚜렷한 이미지가 있으면 그만큼 팬덤이 빠르게 형성되고, 이들이 음반을 사게 되면서 1위를 할 수 있지 않나. 인피니트는 그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내꺼하자’로 자리를 굳히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아이돌 시장이 팬덤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좀 무모한 전략 아니었나. 이중엽: ‘일코’라는 말이 있다. 팬들이 팬 아닌 척 ‘일반인 코스프레’를 한다는 뜻인데, 인피니트 데뷔 초에 내가 트위터에 “인피니트 팬이란 걸 부끄럽지 않게 해 주겠다”고 쓴 적이 있다. 좋아하는데 왜 부끄러워해야 하나? 팬들이 당당하게 “나 인피니트 좋아해. 음악 좋고 애들도 착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나 역시 “나 인피니트 좋아해”라고 했을 때 “무슨 그런 이상한 애들을 좋아해?”라는 말을 듣는 팀을 만들 수는 없었다. 내가 좋아하고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대중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넬을 좋아하는 게 하나의 좋은 취향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아이돌 중에서도 그런 팀을 만들고 싶었다. 그럼에도 순위 매기기와 앨범 판매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장 안에서 그 부분의 고민을 안 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이중엽: 사실 정규 1집 리패키지 앨범을 내고 ‘내꺼하자’를 내놨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공중파 1위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이제 인피니트가 잘 됐다고들 하는데 1위를 찍은 적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여전히 그런 마음은 있다. 제일 순수하게 가면 음악에는 순위를 매겨서는 안 되는 거고, 많이 팔리는 음악보다 좋은 음악이 1위를 하는 게 맞고, 앨범을 사는 건 음악을 듣기 위해서지 누군가를 1위 시켜주기 위한 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도 인피니트의 앨범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를 얻나. 이중엽: 멤버들의 모티베이션에도 도움이 되고, 한국에서의 ‘1위 가수’라는 게 외국에서의 홍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댄스그룹’이라고 홍보하면 잘 먹히는 것처럼, ‘한국에서의 1위 가수’라는 타이틀은 아무나 달 수 없는 거니까 프로모션에 유리하다. ‘내꺼하자’ 이후 인피니트라는 팀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진 만큼 콘서트나 해외 진출, 개인 활동 등 앞으로의 방향을 더 고민해야 할 텐데. 이중엽: 우리는 일곱 명이 하나같이 움직이는 느낌의 팀인데 개인 활동 때문에 무대에서 한 명만 빠져도 눈에 띈다. L이 일본 드라마를 찍느라 몇 번 빠졌을 때 무대가 너무 비어 보여서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 출연도 고민을 했는데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서 출연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성규와 우현이도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 출연하게 됐고,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웃음) 멤버 각자의 멘탈 관리 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이중엽: 우현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1대 1 면담인데, 그걸 하고 있다. (웃음) 스물 몇 살 먹은 놈들에게 일일이 이거 해라, 하지 마라 잔소리를 하기도 좀 그렇지만 다들 착하고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라 고맙다. 넬, 인피니트, 지선, 데뷔를 앞둔 걸그룹 등 성격이 아주 다른 뮤지션들이 같은 회사에 있다는 건 드문 케이스다. 각 팀마다 소통하는 방식의 노하우나 차이가 있다면.이중엽: 똑같다. 모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고, 한 사람의 인간이니까 전혀 다르지 않다. 넬과 그러는 것처럼 성규랑도 종종 술 마시면서 얘기를 많이 나눈다. 다른 멤버들은 피부 나빠질까 봐 안 먹는다고 하던데. 아, 아이돌은 그런 게 좀 다른 것 같다. (웃음) 올해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연간 계획이 궁금하다. 이중엽: 3월에 넬의 앨범이 나올 거고, 인피니트도 3월이나 5월에 컴백할 예정이다. 타이틀곡이 이미 나와서 차근차근 준비 중인데 4월에 일본 프로모션이 잡혀 있어 좀 유동적이다. 베이비 소울과 유지아 등 멤버들이 한 명씩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면서 데뷔 준비 중인 걸 그룹도 있는데 언제 어떻게 나올지 확정된 건 없다. 울림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 있다면 어떤 건가. 이중엽: 지금은 월급 백만 원도 못 받고 매일 밤새면서 고생하는 후배 매니저들에게 가수나 경영자 출신이 아닌, 매니저 출신의 제작자도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내가 어릴 때는 ‘열심히 하면 잘 된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요즘처럼 음악 시장이 머니 게임으로 되어 가면 희망이 없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저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회사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은데, 일단은 좋은 음악을 하는 착하고 건강한 친구들이 모여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첫째다. 가수는 굉장히 민감한 직업이기 때문에 처음 제작했던 사람과 쭉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 제일 잘 아는 사람끼리, 같이 오래 가고 싶다. 막내 매니저로 시작해 한 회사의 대표가 되기까지, 그동안 일하며 배운 것 중에 계속 가져가고자 하는 신념이 있다면. 이중엽: 쪽팔리지 말자. (웃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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