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외치다 전통의 맛 뿌리 잃을까 걱정'

'미슐랭 2스타' 상훈 드장브르 인터뷰[마드리드(스페인) = 고형광 기자] "한식의 세계화를 추구한다고 해서 기본을 잃어버려선 안된다"'미슐랭 2스타' 셰프이자, 분자요리의 대가(大家)로 통하는 상훈 드장브르(43)의 말이다.드장브르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열린 '마드리드 퓨전'에서 기자와 만나 "한식이 너무 세계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뿌리(root)를 잃어버릴까 걱정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그는 한식 세계화에 대해, "외국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먹는 방식이 자꾸 바뀌고 있으니, 그들의 입맛과 스타일에 맞게 우리의 전통의 맛을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상훈 드장브르가 본인의 레스토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간판에 새겨진 'ㅅ'이 인상적이다.

그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이다. 다섯 살 때 벨기에의 한 가정에 세 살 아래 동생과 입양됐다. 그는 18세에 독립해 대도시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일했다. 벨기에 최고 소믈리에를 뽑는 경연대회에서 두 차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드장브르는 마침내 1997년 '시간의 향기'라는 뜻의 레스토랑 '래르 뒤 탕(L'air du temps)'을 개업했다. 식당은 서서히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시작했고, 개업 3년여 만인 2000년 프랑스 타이어회사 '미쉐린'이 출판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1개'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9년엔 별 2개짜리 '미슐랭 2스타'로 승급됐다.그는 현재의 레스토랑을 다섯달 후 조금 더 넓은 인근 지역으로 옮길 계획이다. 드장브르는 "나의 뿌리는 한국이다. 새 단장에 맞춰 그릇, 가구 등 식당 인테리어도 좀 더 한국적인 맛이 가미된 것으로 고르려고 한다"며 고국에 대한 깊은 애착을 나타냈다.그는 2010년에 한식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식 메뉴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그의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식에 관심을 표하는 고객들에겐 한국에 직접가서 맛을 보라고 적극 추천하기도 한다.그의 레스토랑 간판에는 한글 자음 'ㅅ(시옷)'이 걸려 있다.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열다섯살때 인터넷을 뒤져 '상훈'의 한글 첫 자음(S)이 'ㅅ'임을 알아냈다. 이후 'ㅅ'은 그의 레스토랑 메뉴판과 명함, 유니폼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날 만난 그의 자켓의 옷깃에도 'ㅅ'이 자리잡고 있었다.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고형광 기자 kohk0101@ⓒ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