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오기자
1000조원 규모를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카드 대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리부담 최소화하는 ‘빚테크’ 필요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부채를 철저히 관리하고 제대로 빌려 쓰는 ‘빚테크(빚+재테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이 하반기에 1∼2회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 탓에 대출에 대한 금리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인 장기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도 꼼꼼히 체크해 어떤 유형의 대출이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빚테크’의 키워드는 금리부담 최소화다. 예금금리 1% 포인트를 더 받는 것보다 대출금리 1% 포인트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금리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신규 대출일 경우 발품을 들여 낮은 금리를 찾아야 한다. 이미 받은 대출의 경우 갈아타기도 고려해야 한다. 3년 이내의 대출이라면 양도성 예금증서(CD) 연동 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변동 폭이 작으면서도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대출이 유리하다. 하지만 금리 상승추세라고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대출을 상환하거나 단기대출을 원할 경우에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 무리한 부채 억제는 역효과를 유발하므로 정부나 금융권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을 금리 인상, 총량 규제 등 정책 당국 및 금융회사 쪽에서 거시·규제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가계 쪽에서 높아진 부채를 지탱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원은 “인위적 가계 대출 억제에 따른 건전 금융 소비자의 ‘제2금융권으로의 몰이’를 자제하고 가급적 이들을 은행이 흡수하게끔 유도해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동시에 제2금융권 경영 상황 악화에 대비해 이들 기관에 무리한 규모의 수신 집중을 방지하는 정책과 동시에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소비자 보호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금융사들 ‘묻지마 대출’ 전방위 치킨게임가계부채 규모가 1000조원까지 불어난 데는 금융기관의 ‘묻지마 대출’이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모든 금융기관이 대출을 권하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금융기관이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주택 담보대출, 보험사의 보험 약관 대출, 증권사의 주식 담보대출, 카드사의 카드론에 대부 업체의 신용 대출까지 말 그대로 전방위적이다. 빚을 얻는 것도 너무 쉬워졌다. 보험약관대출은 설계사의 도움 없이도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가능하다. 주식 담보대출 역시 언제라도 클릭만 하면 대출받을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도 예전에는 소득증빙 서류를 챙겨 은행을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전화 한 통이면 끝이다. 대부업체는 아예 ‘빠르고 간편한 대출’을 외치면서 세일에 나서고 있다. 원래 은행권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를 이용한 예대마진이 주 수익원이다. 기본적으로 대출을 권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18개 시중은행은 10조 원 규모의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도 2011년 상반기에만 4조957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은행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까지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가장 단순하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보험사와 증권사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3분기 기준 보험사가 가계와 비영리단체에 지급한 대출금은 3조6587억 원이다. 이는 전 분기 3314억 원보다 무려 10배가 넘게 늘어난 수치다. 그 결과 보험사들의 가계 대출은 1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이렇듯 보험사가 대출영업을 늘리는 이유는 부익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은 한때 연 4%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3% 초반대이다. 약관 대출금리는 최저 연 5%대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높은 이자율에 확실한 담보까지 갖추고 있다. 약관 대출은 보험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의 해약 환급금의 70~80%의 범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증권사도 대출을 통해 보험사 못지 않은 재미를 보고 있다. 증권사를 통한 대출인 ‘신용공여’는 크게 신용융자와 증권 담보대출로 구분된다. 신용융자는 별다른 담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지만 대출 용도가 주식 투자로 한정돼 있는 반면, 증권 담보대출은 보유한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대신 용도제한이 없다. 위험성이 높은 신용융자는 정부의 강력한 제재와 맞물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담보가 확실한’ 증권 담보대출 규모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이자 수익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1년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5%(1100억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신용거래 융자 이익은 4633억 원을 기록해 2009년에 비해 무려 31%(1091억 원)나 급증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부쩍 눈길을 주고 있는 이유도 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크다. 현재 증권사들은 신용공여가 한도 자율규제가 있어 규제 이상으로 대출을 해줄 수 없지만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신용융자 수요에 대해서도 저축은행의 스탁론 형태로 자금 융통이 가능하다. 증권사의 자율 규제 한도는 자기자본의 60%(온라인 증권사는 100%)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출을 급격히 늘릴 수 없다. 부채 탈출하려면 대출리스트 작성부터가계부채에서 탈출하는 노하우는 없을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가계부채는 모자라는 생활비를 채우다 보면 언제부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직장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신용카드 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쓸 때는 잘 모르지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하거나 개인적인 용처에 쓰다보면 결국 빚으로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순위를 정해서 갚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부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채 리스트를 작성할 때 우선 빚을 누구 명의로 어디에서 빌렸는지 잘 정리해야 한다. 이때는 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적금담보대출, 신용카드사용액 등 은행권의 부채인지와 제2금융권인지, 사금융인지, 개인인지 분류하고 보증을 서 준 것도 기록한다. 또한 대출 종류별로 이자율과 원리금 상환액, 대출 잔액, 월 상환액, 만기일 등을 기록한다. 이렇게 각각 상세하게 기록하면 대출 금액, 대출금 상환 조건, 보증 부채를 포함한 부채 총액 등을 정확히 알 수 있어 과도한 이자를 내고 있는 대출은 무엇인지, 잠재적으로 위험 요소가 있는 대출은 없는지 파악할 수 있어 부채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부채리스트를 꼼꼼히 작성한 후에는 부채를 상환할 기한을 정하고 어떤 빚부터 갚을지 순서를 정해야 한다. 이때 단기 부채는 기한을 짧게 잡아 바로바로 해결하거나 중기 부채로 전환해 조금씩 갚아가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중·장기 부채는 상환 기한을 당겨 미리 갚거나 정해진 기한까지 꾸준히 갚는 방법이 있다. 부채를 많이 가진 사람들은 고이율의 이자를 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빚을 갚는 기간을 잡고 신용 등급에 악영향을 주는 부채와 대출이자가 비싼 부채부터 갚아가는 빚 갚는 순서를 반드시 정해야 한다. 사채나 대부업체 부채→캐피털이나 저축은행 신용 대출→현금서비스나 카드론→마이너스 통장→신용 대출→부동산 담보대출 순서로 정리하는 게 좋다.또한 부채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는 습관은 필수다. 부채를 해결할 때 가장 큰 동기부여는 부채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매달 날짜를 정해 전월과 비교해 부채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부채 리스트를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채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를 만나 빚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받고 부채 해결을 위한 솔루션과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