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막내아들 대학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세월이 흘러가네 흰 머리가 늘어가네/모두 다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다시 못 올 그 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마지막 구절쯤 가면 괜히 눈물이 핑 돈다. 이제 막 임종한 아내 앞에 어느 노인이 불러내는 담담한 추억담과 사랑을 향한 쓸쓸한 호명.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사랑은 아름답지만 멸망하는 목숨을 지닌 인간에게, 그 아름다움은 덧없고 허전하다. 저 60대 노부부는 내가 걸어가는 보통의 삶의 필연적인 전망을 읽게 한다. 어느 날, 나는 저 남자가 노래부르는 자리 저편에 누워, 아내로부터 저 노래를 들을까. 나도. 무엇에 미쳐 살았는지 정신없이 여기까지 왔고, 다시 저기까지 갈 것이다. 그래도 괜찮지 않느냐고, 죽은 가수가 산 사람을 위로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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